[마을살이 첫 경험]
2014년,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Written by 부모커뮤니티[자문자답 박한별]
폐지를 이용해 만든 모자이크 [sandhi schimmel gold]
모자이크[Mosaic]
여러 가지 색상의 돌 ·유리조각, 들을 사용하여 이것을 평면에 늘어놓고 무늬나 그림모양을 표현하는 기법.
어렸을 때 잡지책을 찢어 끝도 없이 붙이던
기억이 전부였던 모자이크.
미술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모자이크란
막노동의 끝판왕 일 뿐이다.
그랬던 내가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것도 모자이크를 말이다.
마을이라는 캔버스에 부모라는 이름으로
작은 점들이 모여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낼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도 모르는
모자이크를 하기로 한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었다.
그러나 함께이기에 용기를 냈다. 그렇게 가진 거라고는 용기뿐인 우리의 마을모자이크가 시작되었다.
1단계] 밑그림 그리기
같은 눈높이로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 집에 사는 가족도 쉽지 않은 일, 그런 걸 하겠다고 엄마들이 모였다.
내 이름 석자보다는 누군가의 보호자로
사는 날이 많아질 수록,
그런 날이 모여 조금씩 부모라는 이름이 익숙해질 때쯤
의미 있는 수다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이야기, 시댁이야기 아이들 공부이야기 말고도 꺼내지 못한 우리의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
누군가의 작은 발견으로 그런 사실을 알게된 우리는 서로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서로에게 용기를 주기로 했다.
시작이 절반이라더니 딱 절반 만큼이다.
더이상의 진전이 없던 우리는
시작은 했지만 답이 없어
보여 답답하고 과연 할 수 있을 까 하는 불안감에 망설여 졌다.
그래도 일단 Go. 서로를 믿고 무조건 Go.
아줌마 뚝심으로 우리에겐 직진 만 있을 뿐이다.
2단계 ] 마을에 점찍기
마을이라는 말은 전원일기에나 나오는 말이지
싶었다.
이상하잖아. 아파트에 마을이라는 건 파스타에 소주 먹는 느낌이랄까.
우린 그냥 서로 모른 채 살아가는게 편한
도시인이니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던 말처럼 우리가 마을을 움직이기로 했다.
더 이상 서로 모른채 하지 않고 마을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그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될 테니까.
우리의 움직임에 마을의 힘이 더해져 우리는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북구청 사회적 경제 한마당]
3단계] 점이 모여 선을 만든다.
작은 점들은 흩어져 있으면 잡티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뜻으로 점들이 모이면 선이 된다.
마을에 작은 점들이 모였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같은 듯 다른 고민을 가진 여러가지 마음이 모였다.
우리는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하고, 해결 하려고 노력했다.
[수다와 배움이 있는 -수학 다방]
[어린이 에너지 교실]
혼자라면 시작하지 못했을
마을 모자이크는 색감,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제 1의 조건은 역시 끝까지 함께 하고자 마음이다.
내 뜻과 다르고 내맘 같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우리의 그림이 더 다양한 색을 발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의 그림은 생각보다 큰 결과로
기대보다 아쉬운 결론으로,
예기치 않은 기쁨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하는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이젠 우리도 마을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2015년 지금 우리는 그동안 만들었던 작은 선들로 다른 점을 찾아
선으로 이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작은 선이 이어져 긴 선으로 자라나길 바라면서 말이다.
우리의 선들이 다른 선들과 만나 면을 만들 것이다.
면과 면이 만나 우리의 비바람을 막아주겠지.
그리고 나중에 우리는 기억 할 것이다. 2014년 그해 겨울은 무척이나 따뜻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