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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삼선동 장수마을에서 내일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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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느
2017년 10월 26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 아파트 16개 동 중 350여 세대 두 개 동은 임대아파트입니다. 이름이 같은 아파트이지만 임대세대와 분양세대 사이에는 담장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자 / OO 임대아파트 부녀회장)
“독거노인과 다리 불편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출입문이 하나 생기면 할머니들이 버스 타러 갈 때 불편하지 않으시고…아이들도 차별받는 점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트 단지 경계를 두고 일어나는 주민들간의 분쟁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닌게 되버렸다. 

또 이런 뉴스도 심심찮다.

‘변사자 70%는 고독사’ 
정OO씨는 지난 설날 출동 요청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역 근처엔 홀몸노인이 많이 거주한다. 홀로 지내다 숨지는 고독사가 빈번한 동네다. 이날 변사자는 90대 노인이었다.
‘변사자 70%가 고독사·홀몸노인. 사회적 공동체 되새기는 추석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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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배정학 


고독사에 관한 뉴스 또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나는 삼선동 장수마을(이하 장수마을)에서 이런 사회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장수마을은 2004년 재개발 예정구역이었지만, 서울 성곽과 같은 문화재 덕에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는데다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개발 추진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장수마을이 지켜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후 빈집들이 늘었고 슬럼화가 시작되었다. 또한 남아있는 주민들에게도 언제 재개발이 시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을 수리하거나 골목을 정비 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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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배정학 


그러던 중 2013년 장수마을이 도시 재개발 예정구역에서 해제되었다. 이어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장수마을 배정학 대표에 의하면 장수마을은 본디 장수길 이라는 행정명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이 지역이 65세 인구가 월등히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장수의 의미를 담아 2008년 장수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장수마을이 택한 주민 참여형 재생사업 또한 기존의 용역 위주의 도시재생에서 벗어나 실제 장수마을의 토박이 즉 어르신들이 함께 마을을 만들고 가꾸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하되, 마을의 전통과 가치를 보존하고 담아내는 마을이 되자는 뜻을 모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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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배정학 

이 곳 주민들은 장수마을이 2013년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구역으로 선정되었지만, 성북구의 행정에만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자각하고 주민들 스스로 해보자는 뜻으로 집수리 마을기업인 ‘동네목수’를 만들어 집수리 및 골목단장 사업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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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배정학 

‘할머니 인형’ 역시 장수마을 마을기금조성을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배정학 대표는 고령인 주민분들과 함께 우리마을의 이야기와 역사를 담은 제품을 고민하다가 ‘할머니 인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 인형’은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매력적인 석고 인형이다. 석고 인형이라는 점이 특이하지만, 진짜 우리 할머니 같은 모습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또한 장수마을에서는 주민들의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전통 한지등도 제작·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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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배정학 

하지만 ‘할머니 인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공정이 할머니들의 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깊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것 하나도 같은 인형이 없다는 점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이자 할머니들의 정성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인형일 것 이다.

*깔끄막지다 : 가풀막지다의 방언. 바닥이 몹시 비탈져있다.

삼선동 장수마을은 한마디로 딱 깔끄막졌다. 막 도착했을 때 10월의 날씨임에도 살짝 덥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길을 잘 찾았다는 안도와 함께 장수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덥고 힘들었던 것도 잠시 굽이굽이 비탈진 길은 아기자기한 골목길처럼 느껴졌고 곳곳의 알록달록 벽화는 나를 여행자로 만들어 주었다. 장수마을 배정학 대표에게 장수마을에 대한 역사와 기금모금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장수마을이 마치 가족의 품처럼 아늑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 앞으로도 삼선동 장수마을의 활동이 널리널리 알려져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마을 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 할머니 인형, 한지등 구입 문의
 장수마을주민협의회 010-6570-6764

김재림 가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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