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성북구 석관동 한천 마을은 내년까지 주거환경개선 차원으로 안전한 마을, 걷기 좋은 마을, 작은 실천마을 등의 11개 사업이 추진된다. 새롭게 시작되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 속에 있지만 저녁이면 어두컴컴해지고 인적도 드물어 어린 학생들이나 여성들을 위한 자율 방범 순찰도 있는 곳이다.
오래된 동네이다보니 저층의 노후 주택과 외진 골목길이 많은데 그 사잇길에 석관 고등학교가 자리한다. 인근에 석관 중학교도 있지만 청소년들에겐 아쉬운 환경이다. 학교 주변의 볼거리나 가볼만한 곳이 빈약한 이 곳을 지키는 한천마을 책사랑방, 다온책방에 방문했다.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다온, ‘모든 좋은 일이 다 온다’라는 순 우리말. 석관고등학교 맞은 편 건물 1층에 자리해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담스런 책의 온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오래된 동네, 낙후된 주택밀집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석관고등학교.
그 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드나드는 살아 숨쉬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안난경님을 만났다.
가게는 오랫동안 서점 등으로 유지되어오다 물류창고로 변경될 뻔 한 것을 안난경님이 인수하면서 그 생명력이 연장됐다. 도로에서 학교까지 들어오는 길에는 분식집, 선물의 집, 서점 등이 사라지고 대부분 물류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깔끔하게 수리되어 교복위탁 판매와 서적 판매의 공간으로 꾸려진 청소년을 위한 공간인 다온 책방에는 고등학생들이 방문하고 싶어질 멋진 공간을 위해 맞춤으로 짠 멋스런 책꽂이가 있다. 이 원목 책꽂이에는 학생들이 볼 수 있는 학년별 참고서와 학습지가 있고 순수 도서도 간간히 자리잡고 있다. 아침 등원시간에는 동네유치원 아이들이 차량을 기다리며 원목 교구를 가지고 놀기도 한단다.
공간에선 책을 좋아하고,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주기 좋아하시는 주인장님의 따스한 정성이 엿보였는데, 아이들이 편하게 쉬는 공간으로 더욱 예쁘게 꾸미시고 싶다고 하신다. 이미 남편분께서 작업해주셨다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긴 조명과 비행기 소품이 멋스럽고, 차와 다과 등을 준비할 수 있는 모퉁이 공간과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사랑스럽지만 말이다.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1년 4개월째 운영 중인 다온책방의 주인장께서는, 또한 고등학생 남매를 둔 학부모로서도 동네, 학교, 아이들 등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고, 다온 책방이 삭막한 학교 앞에 편안한 아지트가 되길 꿈꾸고 계셨다. 무인 상점으로 운영되는, 아이들이 순수 도서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으셨다. 늘 학생들이 서점의 고민에 우선 순위인 걸 보며,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읽게 된다. 소소하고 편안스러운 이런 감성이 이 곳을 찾은 학생들에게 꼭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누군가의 어른이 가꿔주면 좋을,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학교 앞 공간이자 사람 냄새나는 곳~ 공유 공간 조성 차원의 ‘찾아가는 마을학교’도 이루어지며 예쁜 벽화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전해주셨다.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지만, 정말 중요한 본질엔 순수함이라는 가치가 늘 동반되는 것 같다. 한천마을의 주민들과 학부모와 학생들 곁에서 오래 보아 예쁘고 자꾸 봐서 사랑스러운, 순수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다온책방 :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 7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