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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마포에서 만난 마을살이, 마포 로컬리스트 컨퍼런스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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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디
2017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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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경제1(빙산그리기)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2017년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마포구 백범로에 있는 서울시 50플러스 중구 캠퍼스에서는 마포 로컬리스트 컨퍼런스(이하 ‘마로컨’)가 열렸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5년 이상 이어지며 그동안 공동체와 지역을 이야기하는 많은 교육과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로컬리스트’라는 용어는 아직은 조금 낯설다. 마포에서 ‘로컬리스트’를 위해 열린 이야기자리는 올해로만 벌써 세 번째라고 한다. 그동안 마포의 로컬리스트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으며 올해는 또 무엇을 가져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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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메인 프로그램, 특별 프로그램, 스몰픽처 워크샵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공동체 경제에 대한 강연 형식의 특별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메인 프로그램도, 스몰 픽처도 모두 워크샵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워크샵의 목표는 다양하지만 지역 활동가들의 실질적인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성남 마포시민협력플랫폼 대표는 “컨퍼런스가 끝나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워크샵 중심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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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지역활동연표 만들기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17일에 열린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지역활동연표 만들기> 워크샵에 참여하니, 각자 큼직한 종이와 펜을 나누어 주고 자신들의 지역 활동을 위주로 해마다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꼽아 보라고 했다. “몇년도에 (마을활동가인) 내가 마을에 나타났다! 이런 것도 좋아요. 자신에게는 중요한 사건이니까.” 참가한 활동가들은 기억을 더듬어 내려가며 공동체와 함께 했던 사건들을 하나 하나 써 내려갔다. 몇 사람들이 쓴 것만으로 벽면을 채울 만큼 사건들이 기록되었고 그것들 중에는 이름을 들어보면 알 만큼 널리 알려진 사건들도 있었고 어떤 의미를 갖는 일인지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짜 맞추어 가다 보니 시간과 공간에 따라 마포라는 너른 지역 안에서 일어난 변화들이 입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의 기억은 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역사였고 어떤 활동가의 기억은 사회적 경제의 발전 과정과 맞물려 왔으며 홍대 문화를 지켜본 활동가의 설명은 문화 자본의 변화가 홍대 앞 풍경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이해하게 했다. 여기에 정치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던 사건들의 공통 기억이 더해지니 씨실과 날실이 겹쳐 한 폭의 베가 짜이듯이, 촘촘하고 구체적인 지역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컬리스트’들의 약 10여년 간의 기억은 그간 마포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와 변화, 공동체의 역할을 짧은 시간에 새롭게 관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워크샵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앞으로도 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연표 만들기를 계속해 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가 참여할수록, 많은 증언과 기억과 새로운 시각이 더해질수록 이 연표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만의 지역 활동 연표라는 ‘작은 그림’이 모이고 모여서 큰 그림이 될 수 있다는, 워크샵의 의의를 모두가 가져가게 되는 순간이었다.

“시작은 2015년, 당시 마포 마을생태계 중간지원조직이던 다정한 사무소에서 마련한 사업이었어요. 원래 자생단이 해야 하는 필수 사업은 아니었지만 지역 네트워크와 공론장의 필요성을 느껴서 만들어 본 자리었지요. 활동가들은 한명 한명이 작은 네트워크의 핵심인데, 정작 활동가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있나? 활동가들이 네트워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판을 벌여 보자’라는 생각이었죠.”

마포시민협력 플랫폼의 위성남 대표가 들려주는 마로컨의 출발은,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와 맞물려 <마포 지역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현장 포럼이었다. 15년 한 해 동안 서너번의 산발적인 포럼이 이슈가 되면서, 그해 하반기에 그 결과를 묶어내기 위해 컨퍼런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역에서 펼쳐진 작은 공론장들을 모아 하나의 공통된 메인 이슈를 만들어 보려는 취지였다. 메인 이슈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원하는 주제의 작은 이야깃거리를 받아 27개의 프로그램들이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서 펼쳐졌던 1회 마로컨은, 아무래도 첫해다 보니 기획적인 축면에서 아쉬움도 있었으나 외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2016년의 주제는 “마포에서 생활할 권리”였다. 둥지 내몰림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쫓겨나지 않을 권리가 헌법에 있는지를 물었다. 23개의 산발적인 이야기자리가 펼쳐졌으나 1회에 비해 주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생활할 권리와 헌법이라는 이슈가 아무래도 개개인에게 밀도 높게 와 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올해는 활동가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지속 가능한 활동’이란 주제로 12개로 축약한 프로그램을 한 장소에서 진행하며 밀도를 높여 보기로 했다. 이야기자리를 통해 참가자들이 비록 작더라도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결과를 갖고 갈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워크샵 형태와 ‘스몰 픽처’라는 테마를 통해 동시에 담아 보았다고 한다. 

“로컬리스트란 이름을 붙인 건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품는 명칭이 필요해서였어요. 마을 안에서 사회적 경제, 공동체 활동, 사회 복지, 문화 예술…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고, 시민 활동 중에서도 전국적인 큰 이슈에만 관심갖는 게 아니라 지역 화동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 동네를 활동의 핵심으로 삼는 사람들을 다 같이 묶으면서 지역 활동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의미로 만든 이름이죠. ‘컨퍼런스’란 판을 벌이자는 이야기에요. 최종적인 목표는 네트워크의 중심인 활동가들이 근본적인 활동에 대한 고민을 갖고, 그들의 고민이 모여서 하나의 중심 축이 되는 목표가 나오고 그 목표가 다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되는 거죠. 올해 <10년 후 워크샵>을 통해 다 함께 내년의 사업 목표를 만들어 보았는데 이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거죠.”

네트워크의 주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추출된 공통의 목표가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면 올해의 마로컨은 벌써 작은 성과를 거둔 듯 하다. 18일의 <중간계 작당모의> 워크샵 참가자들은 중간계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고 다음의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을 짜고 있다. “중간계가 뭐냐구요? 어중간한 사람들의 계모임이라서 중간계에요.” 워크샵을 이끈 안성민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의 말이다. 
“활동의 주축이 되는 3,40대 활동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구상을 했죠. 실제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때지만 아직 어떤 확고한 위치를 가진 건 아니고, 뭐라고 묶기에도 어정쩡한 거에요. 이름은 농담 같지만 의미가 있어요. 분야가 아닌 세대별로 활동가 네트워크의 축을 옮겨 봤을 때,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직 아닌 수평으로 바라볼 수 있잖아요? 새로운 의미를 가져가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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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픽처 발표회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관계의 축들이 만나 새로운 관계가 시너지를 일으키고, 이야기자리가 모여 더 큰 공론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난 3년간 이어진 마로컨의 일관된 숙원이다. 핵심 가치는 주최측이 제안하지만 원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자기의 주제를 들고 와 자유롭고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는 것도 마로컨의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을 관련 행사가 대부분 그렇듯 해마다 하반기에 많은 일정들이 겹쳐 활동가들의 참가가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공론장 활성화나 교육 사업만이라도 겨울에서 봄에 걸쳐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인지, 사업 형식의 공동체활동 특성으로 생기는 아쉬움이 크다. 

크든 작든, 공론장을 만들고 활발한 이야기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또 거기에서 한층 더 발전된 활동의 결과물을 끌어내는 것이 많은 활동가들의 숙원일 것이다. 지역과 공동체 사업은 아직도 많은 논쟁과 토론을 거쳐 성숙하고 다듬어져야 하는데도 활동가들이 던지는 질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명을 끌어내지 못하고 허탈하게 사라져 버리는 예들도 많다. 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활동가로서 개개인의 한계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장을 형성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가 실질적인 지역과 사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자리가 더 많이 생기고 더 널리 질문들이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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