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노원구 공릉동에는 예전에 법조단지라고 불리던 곳이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과 검찰청이 2010년 도봉구로 이전하면서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노원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서울여성공예센터, 창업디딤터가 자리를 잡은 지금은 ‘사경단지’로 부르는 게 걸맞을 듯 하다. 예전에는 사법기관들이 풍기는 위엄 때문이었는지 삭막해 보이던 회색 건물 동들은 이제는 말 그대로 완전히 다른 색깔로 다시 태어났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밝게 칠해진 외벽에 천수답장을 알리는 녹색 현수막까지, 노원 사경단지는 무채색의 겨울 거리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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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안에는 네 개의 건물동이 있다. 예전에 검찰청 신관이었던 건물은 벽돌담을 연상케 하는 붉은 외벽을 두르고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변신했다. 노원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노원세무서 민원출장소, 서울상공회의소 노원구 상공회, 서울금융복지상담 노원센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맞은편에 있는 산뜻한 노란색 건물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서울창업디딤터다. 안으로 들어가면 여성 공예 창업을 지원하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과 현재 시공 중인 시민생활사 박물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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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3일의 토요일 오후,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이하 더아리움) 안에서는 핸드메이드 마켓 천수답장과 <생활 속 공예 "ART in LIFE"> 부제 “보성이네 집으로 놀러오세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1층에 자리한 카페 살롱 c는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연일 몰아친 추위로 인적이 드문 바깥에 비해 더아리움 안은 따뜻한 활기가 가득했다,
옛날 검찰청 건물을 리모델링 한 만큼, 4층 높이에 규모도 상당한 건물이다. 그 안에 작업실과 판매를 겸한 공예가들의 스튜디오, 운영 사무실, 회의 공간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쉼터, 카페와 공예 체험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입주한 공예가들을 위한 창업 교육 외에도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을 위한 공에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다. 오늘처럼 마켓과 공연, 전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날은 물론이거니와 평소에도 창작품들이 가득한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카페에서 휴식을 취할수도 있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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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시장 ‘천수답장’은 공예가와 창작자들이 주민들과 만나기 위한 시장이다. 우주에서 온 기운을 담아 운석으로 아름다운 장신구를 만드는 공예가,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고 건강에 좋으면서 맛있는 빵을 만드는 창작자, 털실로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의 얼굴을 꼭 닮은 인형을 빚어주는 공예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연을 담아 초상화를 그려주는 창작자..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색 있는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에서는 코바늘로 조각담요 뜨기 체험도 열리고 있었다. 마켓을 찾은 사람들이 각자 한 조각씩, 손재주 따라 순식간에 떠내기도 하고 몇 번을 풀렀다 떠 가며 간신히 완성하기도 한, 체온이 배인 손바닥만한 조각들이 어느새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 담긴 색색의 이 편물은 나중에 한데 엮여 살롱 c를 꾸미게 될 것이라고 한다.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천수답장만의 더욱 특별한 행사는, 참가자들이 서로의 번호를 추첨해 짝을 지어주는 <마니또 게임>이었다. 요즘 유행처럼 열리는 것이 플리마켓 형태의 장터지만, 참가자들 사이의 친목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순서를 마련한 장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자못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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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답장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지, 요즘 많은 장터들 가운데 천수답장만의 개성은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 지역재생팀 조성진 팀장에게 천수답장의 소개를 부탁드렸다.
A.“하늘에서 내리는 비로만 유지되는 천수답처럼, 창작자와 공예가들의 창의와 창작으로만 유지되는 마켓이라는 뜻을 담아 지었습니다. 2017년 5월 서울여성공예센터의 개관과 함께 시작된 천수답장은 매월 1회, 더아리움 야외공간과 실내 공간을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예가와 창작자, 지역 주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터로, 다양한 생활창작품부터 먹거리, 워크샵, 공연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Q. 요즘 마켓이 유행이라고 할 만큼 여기저기서 많이 열리는데, 천수답장만의 독특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참가자 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알려진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수답장을 꾸준히 찾는 참가자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많이 판매하지 못해 참가비가 적다고 멋적어 하시면서도(천수답장의 참가비는 당일 판매액의 10%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천수답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나아진다는 점이 느껴져서 어쩐지 자신이 다 뿌듯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참가자도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런 따뜻한 마음들을 함께 모아, 천수답장과 참가자들이 함께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려고 합니다.”
Q.더아리움 내에 이미 판매를 하고 있는 스튜디오들도 많은데, 굳이 마켓을 운영할 때는 마켓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현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일까요?
A.“다양한 창작자와 공예가들이 함께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터이자 참가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터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켓에 참가하는 경험은 창작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대해서 시민들의 반응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여기에 저희가 준비하는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연계된다면, 창작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확장하고 공예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Q.더아리움은 여성과 소규모의 개인 창작자라는 취약 계층을 지원하고 공예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역재생팀을 운영하면서 노원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활성화에도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역 재생과 관련하여 2018년에 추진하고 있는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A.“지역재생팀에서는 2018년, 적극적으로 공예가를 발굴/육성하고 시민참여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2017년 진행한 생활창작 프로그램, 예술시장 천수답장도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으로 재정비하여, 더욱 많은 분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서울여성공예센터의 활동으로 하여금 공예가를 꿈꾸는 시민들이 공예와 생활창작을 경험하며 공예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활동하며 사회의 주체로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언제 찾아와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치는 서울여성공예센터를 기대해주세요.“
조성진 팀장의 말처럼 더아리움은 창작자와 주민 양쪽 모두의 성장과 연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었다. 공예와 창업에 관심이 있는 지역 주민과 시민들이 자주 이곳을 찾아 공예와 일상의 예술을 접하고 창작자들의 작업열도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