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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바깥동네탐방(2) – 지역자산화 1호를 준비하는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TF’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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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디
2018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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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마을을 포함해 거의 모든 공적인 영역의 활동가들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은 공간에 대한 고민이다. 이제까지 만난 많은 활동가들이 결국 다른 것이 아닌 공간과 지대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젠트리피케이션 대책과 지대 추구를 제어할 방법이 없이 공동체니 도시 재생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보이기도 한다. ‘땅’이라는 단 하나의 글자 안에 지속과 단절, 안정과 확장, 제도와 구조, 현실과 이상이라는 온갖 문제들이 이만큼 단단하게 뒤엉켜 있는 말은 또 없을 것이다. 


많은 활동가들의 고민에 대해 제시되고 있는 제안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이 시민 자산화 또는 지역자산화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 우리 사회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관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해 낸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마포 지역을 기반으로 한 3개의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제 1호 시민 자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시민자산화 대회에서 선정된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의 제안으로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TF’가 구성되었다. 2017년 9월,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고 토지자유연구소에서 모인 6명이 팀을 이루어 영국 런던으로 선진지 사례 연수를 다녀왔다. 영국에 다녀온 후 TF팀은 두 차례의 선진지 탐방 사례 발표회를 갖고 서울시의 초청으로 영국 로컬리스트 재단과 함께 열린 워크샵에 참가했다. 매주 회의를 갖고 다듬은 전략과 구상을 2018년 1월 지역자산화 제작 발표회란 이름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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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1월 11일에는 청년문화공간JU 동교동 바실리오 홀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Happy Together, Have It Together!” 이날 지역자산화 TF가 발표한 슬로건이다.  우리가 즐겁고, 모두가 즐거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공간과 자산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비전이 담겨 있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공유와 협동을 실현하여 시민의 권리가 앞서는 도시 만들기’라는 목표를, ‘아래에서 위로, 합의와 존중을 통한 신뢰 구축, 협동,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또 이 날의 제작발표회에서는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TF의 지난 활동 보고, 지역 자산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 제안서, 공간 구성과 운영안을 소개하였으며, 자산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3개 조합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의향조사결과도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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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이들이 발표한 영국의 사례를 들었을 때, 우리 사회와는 너무도 다른 제도와 문화적 바탕 때문에 그들이 가진 공공의 자산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실현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공 기금의 조성이나 조례 등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는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의 박영민 이사는 ‘우리가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산화 기금 및 공적 개발 신탁 등의 이름으로 기업의 투자든 정부의 공적 기금이든 실제로 자산화라는 주제로 매칭이 된 예가 없기에 우리가 첫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첫 사례를 만들어 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겠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 자산화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그들이 ‘지역 자산화 1호 팀’이 되겠다는 노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했다. 이제까지 해 본 사례가 없다고 포기하기 보다 스스로 사례가 되어 뒤따르는 더 많은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부심과 책임감 말이다. 


지역자산화는 단순히 ‘펀딩 등을 통해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의 정문식 이사장은 말한다. “지역 자산 또는 시민 자산이 중요한 이유는 공간이 갖는 문화 창출의 기능 때문이다”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지대의 문제 때문에 이제까지 문화는 복제되기는 쉬웠지만 축척되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철학과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시도되었던 문화 실험들도 쉽게 그 의의가 증발되고 껍데기만 남는 것을 볼 때 아쉬움이 컸는데, 안정적인 거점이 마련되면 새롭고 독특한 문화가 창출되고 거기에서 기존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의 방법, 대안적인 방법까지 모색해 볼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공간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과 안정성은 단순한 땅의 문제 그 이상으로 보였다.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TF는 지난 2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가졌고 앞으로도 계획을 실현시킬 때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처럼 서두르지 않더라도, 반드시 최초의 사례가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민 문화의 공간을 공동의 손으로 마련하고 문화를 키워내는 실험이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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