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컵에 든 절반의 물 같은 것입니다.”
3월 22일 성북벤처창업지원센터
1층 교육장에서 열린 성북구노동권익센터 주체의 노동법률학교, 첫
시간을 맡은 이석진 노무사(글로벌 씨앤티)는 노동법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노동법이 유독 자주 바뀝니다. 다른 법은
그렇지도 않은데 1년에 두 번도 바뀌어서 노동법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들이 책을 내기가 두렵다고 할 정도죠. 그래서 변호사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대학에서 인기가 없는 세부전공이기도
하구요. 오히려 노무사들이 더 잘 알죠.”
노동법이 컵에 든 물과 같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같은 법을 놓고
사용자와 노동자, 누구의 이익을 최대로 놓고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법으로 억울한 노동자를 모두 구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완전히 빈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법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 법을 최대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법조인들도 있고요. 그래도 노동법을 알아두면 나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강연이 여러분께 그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강연은 성북구노동권익센터가 주최하는 노동법률학교(3월 22일, 29일, 4월 5일 목요일 19-21시. 성북벤처창업지원센터
1층 교육장)의 첫 시간이다. 제1강은 임금과 근로시간, 2강은
인사명령, 징계, 비정규직,
3강은 산업재해와 산재보험법이라는 주제로 매주 목요일마다 이어진다.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성북노동권익센터는 2017년 7월
10일 성북구 벤처창업지원센터 내에 문을 열었다. ‘비정규직/영세사업장/여성/청소년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노사관계 안정과 기업 및 노동조합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기여하고 관내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문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화와 방문을 통한 노동법률상담을 상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진행하는 노동법률학교
뿐 아니라 수시로 노동법, 성희롱 예방교육, 노동인권교육신청도
접수하고 있다. 또한 감정노동자 치유 프로그램, 산재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교실, 문화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대표번호
02-909-3988/ 홈페이지 WWW.sblabor.or.kr)
노동권익센터의 윤시림 사무국장과 김란 법률팀장에게 노동법률학교 프로그램 및 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다.
“오늘 시작한 노동법률학교는 저희가 주최하는 세 번째의 노동법 교육입니다. 작년에는 개소 초반이라서 교육 대상자를 모으기 다소 힘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은 직접 주최한 교육이 없었는데 이번 교육은 근로에 꼭 필요한 기초적인 노동법을 알려 드리고 우리 측에서 직접 대상자를 모은데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내에서 하는 노동법 교육은 처음이고,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꼭 필요하죠.”
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 25개 지자체 내에서 작년까지 4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올해 새로 4개가 생겨나 총 8군데이다. 서울시의 목표는 노동권익센터를 모든 지자체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지자체별로 조례가 마련되어야 하므로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센터가 하고자 하는 일은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문턱 없는 상담소가 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노무법인 등이 있지만 대부분 노동자들은 비용의 문제로 부담스러워한다. 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무료 상담과 교육이 이루어지므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저희는 기초 상담과 교육에 가장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북구민들과 친근감을 맺고 싶어요. 오늘 강의 초반에도
나왔지만 근로 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5인 이상의 사업장이라고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죠. 우리 모두는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므로
법으로 규정된 노동자와 차이가 없습니다. 적어도 성북구 안에서는 그런 구별이 없어지게 만들고 싶은 것이
우리의 목표랍니다. 그리고 현재의 노동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활동가 같은 특수한 직업군에 대해
상담도 진행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직군들을 돕기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해요.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개별적인 노동자와의 관계성을 지속하는 거예요. 센터와
상담한 문제만 해결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후에도 그 분의 삶의 궤적을 지켜보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면서 다른 복지 프로그램과도 연결해 드리고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요.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이 많이
쌓일수록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바탕이 됩니다.”
노동권익센터에 대한 소개를 보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노동권익과 지역은 구체적으로 어떤 접점이 있을까?
“마을공동체 내에서 관심을 갖는 분이 있다면 교육과 상담을 통해 얻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노동권익에 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또 노동권익에 관한 이슈는 각 구별로
특징이 있어요. 예를 들어 구로의 디지털 단지는 IT노동자들이
많고,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의 경우 경비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많이 다루게 되는 거죠. 성북구의 특징은 큰 기업이 없고, 보문 창신 일대의 소규모 봉제
공장들에서 상담 사례가 많이 들어옵니다. 또 요즘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의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데, 이 부분 마을사회적경제센터와의 연계 사업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촛불의
문턱이 직장을 넘으려면?’ 이런 고민을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노동문제는 국가적인 큰 이슈도 있지만 작은 이슈들도 있다는 말이죠. 우리가 국가의 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 함께 연대해 촛불을 들고 결국 뭔가를 바꾸어 낸 것처럼, 직장에서도 그런 작은 연대들이 필요해요. 개개인이 일터를 혼자 바꿀
수는 없거든요. 사회의 변화가 개별적인 작은 사업장, 일터에
녹아들기 위해, 문턱을 넘기 위해 공감하는 사람들의 작은 연대가 필요한데 그 중간지대의 역할을 지역이, 마을공동체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저희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서 말했던 것처럼 노동권익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 만큼 계획하는 일도 다양하다. 오는 4월 11일부터는
아트버스킹과 노동권익센터가 함께 하는 “노동문제에 대한 알쓸신잡”이
열린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노동전문가의 풀이를 들어 보는 토크쇼다.
돈암동 카페 소일에서 매주 수요일 7시에 열린다. 또
매월 말일 저녁 6시에는 성신여대 역에서 찾아가는 노동상담 부스를 열어 최저임금 캠페인이나 노동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5월에 열릴 정릉 더하기 축제에서도 노동권익 상담 부스를 열기 계획이다.
“노동법은 규정과 제재가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근로 감독관의 점검에도 불구하고 위반 사례는 속출합니다.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크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인식이 법 위에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오늘 말한 내용이 우리 사회에 꼭 적용되어야 할 것들인데, 그러한
적응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강연 중에 나왔던 이석진 노무사의 말과 같이 노동법은 단지 필요할 때 나를 보호하는 창구로서의 역할과 평소의
나를 보호하는 인식적 창구로서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많은 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될
때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성북구노동권익센터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