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싸주신 따뜻한 도시락, 소리마을카페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점심 시간쯤, 소리마을 골목에서 고소한 향기가 풍겨온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끌릴 수 밖에 없는 갓 구운 빵 냄새. 그 냄새에 이끌려 걷다보면, 단정한 차림으로 푸근하게 맞아주시는 어머님들을 만날 수 있다.
한 블록마다 카페 하나씩은 꼭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소리마을카페는 그 중 특별한 ‘실버카페’다. 고운 연두색의 앞치마와 머리 수건을 올린 어머님들께 주문을 하면, 마치 집에서 차린 듯한 정이 묻은 메뉴가 나온다.
어르신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건강한 먹거리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의 모범 사례. 이 카페의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이혜정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Q.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르신 일자리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저는 2017년부터 일하고 있는 어르신 일자리 담당 전담 인력입니다. 어르신 일자리는 공익형과 시장형으로 나뉘어집니다. 공익형은 노령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 참여 가능하고, 시장형은 노령 연금 수급과 상관없이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 참여 가능합니다.
Q.소리마을카페는 시장형으로 운영되는 사업장이군요. 특이 사항이 있나요?
A.길음복지관은 어르신의 여가와 일자리가 병행되는 노인복지를 지역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 일자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익형인 노노케어, 학교 급식, 학교 스쿨존과 시장형인 실버 택배, 소리마을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리마을카페는 소리마을센터와 함께 주민 쉼터 운영과 좋은 먹거리 제공이라는 목적으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사업 범위를 확장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현재는 카페 운영외에도 커피, 음료, 컵과일, 샌드위치, 호두파이, 쿠키 등의 다과 케이터링과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도 진행중입니다.
Q.호두파이와 도시락을 먹어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너무 맛있는데요?!
A.호두파이는 제일 인기있는 메뉴예요. 어르신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창출하는데에 1차 목적이 있겠지만, 단회성으로 자리를 만들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선 메리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년까지는 메뉴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수익이 나면 커피 머신을 바꾼다거나 오븐을 구비한다던가. 하면서 설비에 투자를 했습니다. 제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고, 그 밖의 재료들도 건강하고 안전한 것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시락은 다른 업체와 비롯해서 양과 질이 모두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양질의 메뉴 개발과 생산에 정성을 들였어요.
Q.많은 일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바쁘진 않으신가요?
A.배달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배달용 음식을 만들기 위해 따로 장을 보고, 배달을 나가기 위해선 별도의 품이 필요해요. 그래서 바빠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좋은 변화들이 일어나는 걸 눈으로 보니 보람찰 때가 많아요. 작년엔 추가 수익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속초에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사업에 참여중인 어르신이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하셨죠. 굉장히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소리마을카페
한편으론, 사업의 범위가 자연스레 확장되는 면도 있습니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장이기 때문에 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이용해주는 면도 있구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이 곳이 직장이라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하시기 때문에 잘 될 수 밖에 없는 면도 있어요. 공동작업장은 음식이 가득 담긴 큰 그릇들을 옮겨야 해서, 노동 강도가 센 편이에요. 그런데도 일하는 날을 기다리실 정도로, 다들 즐겁게 일하세요. 전통적인 품앗이처럼 본인이 일하시는 날이 아닌데도 도우러 나오실 때도 있으세요. 활기가 넘칠수록 매출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걸 보면서, 어르신들에게 생계형 수익도 중요하겠지만, 일자리와 사회 생활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지금 하는 일의 중요성도 되새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업무의 분배가 필요한 상황이긴 합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요. 식단, 조리, 제품 주문과 배달, 판매까지 케어하느라 바빠요. 더 체계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제품 디자인과 홍보물이 세련된 것 같아요.
A.리플렛에 들어가는 모델 사진은 전문 사진가를 불러 따로 찍었어요. 어르신 일자리의 서비스를 이용하실 때는 주민들의 배려심도 필요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메뉴가 낯설어서 간혹 주문 실수가 있기도 하거든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일하시기 때문에 메뉴의 맛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소리마을카페
마침 카페에서 일하고 계시던 이영숙, 김정희 여사님께 일자리에 대해서 여쭈었다. 각각 일한 기간은 다르지만,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업무 시간이 적당하고 쿠키, 파이, 커피를 만들고 파는 것이 재밌다고 대답하시는 얼굴이 환했다.
이어서 도시락을 만드는 공동작업장을 예고없이 방문하게 되었는데, 가정집 주방보다 깨끗해서 놀랐다. 그냥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높은 위생 철학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리마을카페
시니어의 삶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때에, 일자리 창출로 시니어의 사회 정체성과 자존감을 향상시켜주는 선진 모델. 소리마을카페를 응원한다.
*소리마을카페 (길음실버그린이)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삼양로 9길 14-7 1층
전화 : 941-0161 (복지관)
운영시간 : 월–금 (공휴일 휴무) 08:00 – 20:00
*친환경 먹거리 제조 판매장
주소 : 서울시 성북구 길음로9길 113 지하 1층
전화 : 070-8829-6421, 6315-6421(복지관)
[글/사진]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