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을 담은 문화콘텐츠로 승부하다.
엔터테인먼트와 사회적기업의 만남, 엶엔터테인먼트
ⓒ엶엔터테인먼트
선물 상자를 열 때의 설렘,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마음을 열 때의 따스함,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반가움 등. 무엇인가를 연다는 행위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경우가 많다. 엶엔터테인먼트(대표 이철우, 이하 엶엔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말, 서울 성북구 정릉로에 위치한 엶엔터 연습실 문을 열었다.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야근하는 직장인들도 집에 돌아갔을 늦은 저녁시간에 엶엔터 소속 4인조 걸그룹 플로어스가 올해 말 데뷔를 목표로 열심히 안무를 연습 중이었다.
ⓒ엶엔터테인먼트
우선 대표적 자본주의 산업인 엔터테인먼트와 사회적경제가 만났다고 하니 그 시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이철우 대표는 “콘텐츠의 힘과 영향력이 엄청난 시대다. 청소년을 비롯한 대중들의 관심이 콘텐츠로 쏠리고 있다.”며 “좋은 콘텐츠로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 명칭을 ‘엶‘으로 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소통의 장을 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 대표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엶엔터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서울시 마을미디어 콘텐츠상’, ‘우리서로마을영화제 영화/토크쇼 부문 작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이돌 걸그룹 플로어스를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려 시도하고 있다. 노래와 퍼포먼스에 청소년과 청년들의 이야기, 사회적 문제 등을 담아 그가 의미한 좋은 영향을 퍼뜨릴 계획이다.
차근차근 엶엔터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보니 어려움도 적지 않다. 특히 현재의 플로어스가 있기까지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수차례 팀이 엎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엶엔터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던 끈은 ‘사람‘이다.
ⓒ엶엔터테인먼트
이번에 진행한 오디션에도 이런 생각이 반영되었다. 내면보다는 외모와 나이가 중요한 기존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엶엔터의 가치와 지향을 밝히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오디션을 보러온 사람 한 명, 한 명의 실력과 이야기에 집중했다. 여느 엔터테인먼트에서는 5~10분이면 끝나는 오디션도 엶엔터에서는 경우에 따라 1~2시간 동안 진행되기도 했다. 연습생을 관리하는 방법도 엶엔터스럽다. 연습생을 데뷔 인원의 몇 배수로 뽑아 실력에 따라 평가하고 분류하지 않고 딱 데뷔할 인원만 선발했다. 플로어스를 구성한 후에도 2주에 한 번씩 멤버 개별 면담과 단체 면담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인다. 엔터테인먼트로써 연습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는 “20대 초중반의 친구들이 우리에게 자신의 시간을 맡긴 것인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에 멤버들은 신뢰로 보답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엶엔터테인먼트
최근 엶엔터는 무엇보다 데뷔를 앞두고 있는 플로어스 멤버들의 실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인식은 대부분 ‘질은 좋은데 너무 비싸‘ 혹은 ‘퀄리티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의도가 좋으니까 하나 사주자‘로 양분된다. 엶엔터는 사회적기업이라서 주목받기 보다는 아티스트의 실력, 진정성을 담은 무대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이 대표는 “돈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버는 것에 앞서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길 바란다. 돈은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상에 아름다운 가치를 만발시키고 싶다”
4인조 걸그룹 플로어스
플로어스는 ‘만발’을 뜻하는 독일어 ‘플로(Flor)’와 우리를 뜻하는 영어 ‘어스(Us)’를 합친 합성어다. ‘우리가 세상에 아름다움을 만발시키겠다’는 의미로 플로어스 멤버 리더 진현, 리액션 담당 수화, 눈웃음 담당 지송, 흥 담당 진혜정이 함께 만들었다. 그들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외모만큼이나 내면이 예쁜 플로어스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엶엔터테인먼트
◆플로어스는 어떤 그룹이고, 멤버들은 어떻게 플로어스가 되었나요?
-진현: 플로어스는 사회 문제에 관한 문제 제기, 사회적 가치를 노래와 춤에 담아 전하는 걸그룹이에요. 올해 말 데뷔를 계획하고 있는데, 첫 음악은 왜 우리가 모였고, 무엇을 하려고 하고, 왜 하려고 하는지를 표현하려고 해요. 저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어요. 특히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대학 전공을 사회복지학으로 선택한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마침 플로어스를 통해 제가 꿈꾸던 걸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수화: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안 좋은 회사를 만나기도 했어요. 뉴스에 흔히 나오는 그런 기획사요. 연습생인데 돈 내고 사기도 당했어요. 그러다 엶엔터 오디션 공고를 봤어요. 진심이 담긴 그 공고에 바로 달려왔죠. 연습하는 게 즐겁고 멤버들과 회사 식구들이 좋아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지송: 처음에는 막연하게 무대에 오르는 게 좋았어요. 근데 춤은 배운 경험이 없어서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춤에 자신 없던 제가 무대 위에서 인정을 받으면 이전의 저처럼 하기도 전에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춤이 더 즐거워지고 있어요(웃음).
-진혜정: 저는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진로는 전혀 다른 분야로 선택했어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동물병원에 취업해 일하고 있었죠. 그런데 안 되겠는 거예요. 계속 춤을 추고 싶고 춤에 미련이 남더라고요. 안 하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오디션을 봤어요. 다른 기획사는 몸무게, 키, 나이 등을 보는데, 엶엔터는 달랐어요. 회사의 가치와 지향을 저희에게 알려주고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수화: 매일 오후 3시에 연습실에 모여서 이르면 8시, 늦으면 10시까지 보컬, 안무 연습을 해요. 요즘에는 버스킹도 나가고 있어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인사동 문화의 공원, 포천 허브아일랜드 등에 갔어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강릉 경포대에서도 공연했어요. 예상했던 것보다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진혜정: 가끔은 ‘내가 왜 이럴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가?’라는 물음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버스킹을 나가면 흥이 나요. 무대에 올라 신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엶엔터테인먼트
◆엶엔터라서 좋은점이 있다면?
-지송: 저는 중학교 때부터 연습생 활동을 시작했어요. 다른 곳에서도 오래 연습생 생활을 했죠. 그래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엶엔터는 강압하는 분위기가 없어요. 우리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시는 편이에요. 대표님께서 늘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씀해주시거든요.
-수화: 다른 기획사와 달리 사회적기업이라서 좋아요. 대표님께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하세요. 2주에 한 번씩 1대1 면담과 단체 면담을 하세요. 그 자리에서 먹고 싶은 간식 이야기부터 의상 및 무대 콘셉트까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요.
◆어떤 걸그룹이 되고 싶나요?
-진현: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조금 늦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고 멈칫하는 사람들에게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면 좋겠어요.
-수화: 꿈꾸고 있는 사람만의 순수함을 노래하고 싶어요. 꿈을 꾸었을 때의 그 감정 있잖아요. 더불어서 부모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로 써볼 생각이에요.
-지송: 데뷔하고 방송에 나가면 대중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혜정: 믿고 듣고, 믿고 보는 플로어스가 될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연습실을 나오니 밤하늘에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아직 보름달로 차오르기 전인 상현달이었다. 세상에 아름다움을 퍼뜨리기 위해 자신들을 채워가고 있는 플로어스의 모습이 마치 ‘상현달’ 같았다. 그들이 환하게 무대를 비출 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엶엔터테인먼트
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로26길 6-5 B1층 (주)엶엔터테인먼트
B1, 6-5, Jeongneung-ro 26-gil, Seongbuk-gu, Seoul, 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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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북마을기자단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