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변화된 일상이 세상을 바꾼다.
ⓒ아트버스킹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사회적 기업 아트버스킹(Art Busking)과 함께하는 <사람살롱> 2회가 진행됐다. <사람살롱>은 대화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고민을 나누며 사람에 집중하는 아트버스킹만의 프로그램이다. 2회차에선 나만의 반려석을 만드는 ‘아이돌 만들기’와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를 하는 ‘석곧나 나곧석(돌이 곧 나고 내가 곧 돌이다)’ 프로그램이 진행 됐다.
분명 처음 대화를 나눈 낯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반려석을 꾸미고 소개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동화되었다. 모임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가볍고 즐거운 질문으로 시작했다. 각자 가장 기분이 좋았던 때를 말하고, 다른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때의 감정이 상기되는 것 같았다. 특히 거리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풍성한 음악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는 대답은 생생하게 전달됐다.
ⓒ아트버스킹
지금 행복한지, 내 안의 앙금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어진 질문은 천천히. 하지만 깊게 마음 안으로 파고들었다. 모인 자리에 침묵이 가득했지만, 답답하지 않고 편안했다. 각자의 마음 속 앙금에 대해 얘기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공유하니, 어느새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사람살롱>에 직접 참여해보니,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사람살롱> 프로그램의 여운을 안고 아트버스킹의 김경서 대표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 아트버스킹 기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 일상을 즐겁고 설레게 하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문화기획사입니다. 지역 기반의 공동체, 커뮤니티에 관심을 갖고 있고 여러 가지 이벤트나 용역사업도 많이 합니다. 이번에 진행하는 <사람살롱>은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문화콘텐츠에 해당 됩니다. 저희는 이런 것들이 개개인의 일상을 바꾸고 또 바뀐 일상이 모여 세상을 바꿀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성북구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부동산 투자개발회사에서 10년 정도 일하다 문화예술 분야로 전향하였습니다. 1년 6개월 정도를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담당자로 일하다 아트버스킹을 창업했습니다. 창업하는 과정에서 갖고 있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거의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격이었습니다. 그러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통해 성북구와 지역 연계가 되었고, 성북구에서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 후 성북구를 기반으로 이 곳에 있는 기관들과 관계를 쌓아가며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 컨텐츠와 기업에 대한 아트버스킹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아트버스킹은 올해로 6년차입니다. 일반 소셜 벤쳐들이 비교적 명확한 사회 문제 솔루션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저희는 문제 의식은 분명하지만 풀어나가는 방법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소개차 이야기하는 ‘문화기획들로 일상을 바꾼다’는 개념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직접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일상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듯, 조그만 회사들의 기업 문화가 바뀌어서 경제 생태계와 사회적 경제도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아트버스킹이 좋은 기업문화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회사를 유지시키기 위해 원치 않지만 해야 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하고 싶은 일들을 더 할 수는 없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작년에는 해야 하는 일에 해당하는 용역사업의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이 <사람살롱>과 멘토링 프로그램 개발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기획자 노트인 <네모의 노트>도 제작해보고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트버스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문화 기획이라는 틀 안에서,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양새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런 일은 만족감은 높지만 소비시장에서 소비되는 기준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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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살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 생각해보면, 문제가 많이 발견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돌아가느냐’와 같이 사람 중심으로 보지 않았을 땐 크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 기준으로 보기 시작하면, 너무 많은 문제들이 있고, 그것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양산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사람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이미 여러가지 솔루션이 있지만 우리는 살롱을 통해 풀어보고 싶었어요. 저희는 ‘살롱’을 대화를 하며 서로 알아가고, 다른 이의 장점을 통해 각자의 고민을 풀어가는 곳이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살롱을 통해 사람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살롱>은 카페라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부담없이 이야기를 즐기도록 진행됩니다.
<사람살롱>안에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다같이 나누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이 길어지고 누군가가 더 많은 비중으로 고민들을 털어놓는 것을 제재하거나 컨트롤하기 위해 여러 장치가 생기게 됐어요. 그래서 <사람살롱>은 코칭방식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다시 고민에 직면해보고 앙금이라고 표현된 스트레스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발견한 것들을 나누고 다른 참석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 해법, 방법들을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점검하며, 내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해결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살롱>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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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롱>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의 구성이 짜임이 있다 느꼈습니다. 3회차로 진행되는 사람살롱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나요?
–<사람살롱>은 3회차로 운영되었지만 꼭 단계별로 들을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1회차 ‘매스크 메이커스’, ‘앙금대소동’에선 본인의 현재 상태에 대한 감정 마스크를 만들기를 했어요. 1회차에서 상태, 감정들에 집중했다면 2회차에선 거리를 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조명하고 고민해보길 바랬어요. 나만의 반려석을 만드는 ‘아이돌 만들기’와 ‘석곧나 나곧석’을 통해 거리를 두고 반려석을 만들고 계속되는 앙금들이나 고민들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화된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게 2회차 프로그램이었어요. 3회차는 ‘투석여행’인데 마을여행(저희가 마을여행사무소도 해요)을 통해 도심 속에서 조금 더 깊이있게 본인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살롱이긴 하지만 타인과의 대화가 아닌 본인의 여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컨셉으로 3회의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 말이 나온 김에, 아트버스킹의 마을 여행을 소개해주세요.
-지역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보니 지역에 있는 인적·물적 자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2015년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지원을 통해 형성되고 활용되는 마을공동체 사례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을여행을 제안했어요. 네 개의 민간 기업이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하다가 저희가 마을여행사무소를 꾸리게 됐습니다. 2015년도에 <마을여행박람회>를 주최했고 <서울 속 마을여행 사업>, <8.0일간의 서울일주> 같은 것을 진행했어요. 마을여행을 통해 마을 활동을 보여주고 그 공동체성을 보고 간 사람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공동체적 삶을 꿈꾸고 공동체를 꾸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을여행사무소를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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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10년 후의 아트버스킹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규모가 더 커지지 않는 선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팀원들과 함께 각자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컨텐츠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10년 뒤에는 10개의 일상을 바꾸는 문화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워라벨(개인의 일(Work 워크)과 생활(Life 라이프)이 조화롭게 균형(Balance 벨런스)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신조어)을 실천하는 기업으로서 존속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10시 출근, 5시 퇴근과 대체 휴무를 지키고 있어요. 저희들의 삶도 일상이기 때문에 일에 매몰되지 않는 좋은 기업문화를 유지하면서 일상을 바꾸는 문화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거리를 잘 조율해주는 <사람살롱>을 통해 오랜만에 깊은 이야기를 했다. 말을 하지 않는 무생물인 돌에 자아를 투영하며 객관적인 거리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또 타인과 적당한 거리에서 속내를 꺼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람 중심, 일상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아트버스킹만의 가치가 담긴 게 아닐까 싶다. <사람살롱>은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 함께 평소엔 쉽지 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일상 속 작은 여행이었다. <사람살롱>이 나의 일상을 바꿨듯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세상을 바꾸길 기대하며, 아트버스킹의 또 다른 행보에도 지지를 보낸다.
*아트버스킹(Art Busking)
홈페이지: www.facebook.com/artbusking/
이메일: artbusking2013@naver.com
주소: 서울 성북구 종암로 25길 29
<글> 성북마을기자단 송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