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마을기자단 강명희
시민대학의 시초는 1844년 덴마크의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N. F. 그룬트비(Nikolai Frederik Severin Grundtvig)가 설립한 시민대학(folkehøjskole)이다. 그룬트비는 시민들이 민주적 참여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적합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에 기초해 경제적 장벽이나 선발시험제도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 시민대학을 세웠다. 시민대학은 모든 사람에게, 즉 어떤 사회계층인지 수입이 얼마인지 어떤 문화 배경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열려있다. 따라서 시민대학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도 만남의 기회를 갖는데, 이런 만남이 상대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시민대학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나라 평생교육 가운데 아직 취약한 분야가 ‘시민’을 육성하는 교육, 즉 정치교육이다. 시민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의 현실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면서, 삶 속의 구체적인 과제들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숙하는 존재이다. 다양한 이해 관계와 의견들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 자체가 정치교육이며,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개인, 마을, 사회, 국가의 문화와 구조까지도 바꾼다. 3월 23일부터 성북구청–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는 [동행 시민대학 – 사람과 앎 사이의 시민]이라는 제목으로 정규과정을 열기 전에 공개 특강 3강을 진행 중이다. 공개특강은 3월 23일, 30일, 4월 6일 금요일 10시 ~ 12시, 정경관 201호에서 오픈 강의 형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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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특강 2강은 [정치를 보는 관점 : 권력과 갈등]의 주제로 이성우 고려대 교수(이하 이 교수)가 강의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다양한 비교 정치를 연구하였고, 2014년부터 고려대에서 한국 정치이해, 한국정치론을 강의하고 있다. 대다수 일반인들이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왜 그런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정치는 무가치하고 정치 세금은 낭비라는 반 정치주의 현상이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고 있다. 재벌을 포함한 기업, 언론, 관료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정치를 부정하게 인식한다. 언론의 경우는 포털사이트에 올린 기사들 가운데 정치의 좋은 면을 적은 기사보다 정치의 나쁜 면을 적은 기사의 클릭수가 훨씬 많아 이윤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포함된 기사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즉,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정치 영역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한다. 대신 그들은 정치와 정당, 정치가를 욕하고 비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력을 무력화시키고자 한다.”고 최장집 교수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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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2004년, 2006년 선거에 대한 통계는 서울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은 동네 10곳과 투표율이 낮은 동네 10곳을 비교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은 곳은 낮은 곳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도가 높고, 대학 졸업자가 훨씬 많았다. 먹고 살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주민은 선거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덜 인지하고 있고, 알고 있더라도 경제 활동을 위해 투표하러 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실 정치에서 정치인들은 투표하는 사람들 위주로 공약을 개발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서양의 경우, 보통·평등 선거권은 노동자 계급의 지속적인 정치참여를 통해 이루어졌고 시민들이 많은 피를 흘려 얻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948년 남한 단독 정부가 수립되면서 보통 선거권을 채택하였고 기득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강제로 도입했다. 서구 유럽에서는 보통 선거권이 노동자 계급의 이해 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득권 세력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에 그치고 있다. 투표율 비교는 이 부분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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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이고 표출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어떤 사회가 갈등이 없거나 적다는 것은 억압으로 인해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독재 정치 혹은 전제 정치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실 정치는 표출된 갈등을 인정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조정하는 기능을 갖는다. 모든 형태의 정치 조직은 특정한 갈등을 이용하고 그 외의 갈등은 억압하는 편견을 갖고 있다. 즉, ‘조직은 편견의 동원(the mobilization of bias)’이다.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갈등을 ‘어떻게든 없애야 하는 암 덩어리’로만 취급해선 안 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갈등을 ‘민주주의의 엔진’으로 보았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오는 애덤 쉐보르스키 미국 뉴욕대학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갈등이 왜 민주주의의 엔진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소득 재분배에 관한 경제적 갈등, 종교적 갈등, 인종 갈등, 지역 갈등 같은 것들은 커다란 갈등입니다. 정당들은 경쟁 구도를 만들고 갈등을 조직합니다. 각 정당이 대중의 각기 다른 요구 사항을 대변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납니다. 이 갈등은 사람들의 투표를 통해 해결됩니다. 민주주의는 오직 정당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갈등이 있어야 다양한 정당이 생기며, 이 정당들이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줄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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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거를 통해 나의 이익과 우리의 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뽑고, 그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제시하고 법안을 만들기를 원한다. 국회의원 자신만의 목적이나 이익이 아니라 투표권을 가진 대중들이 바라는 내용으로 갈등을 표출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번 특강을 취재하면서 정치는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되었다. 2018년 6월 13일 제 7회 지방 총선거가 있다. 나와 내 가족, 내 지역사회를 위한 공약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1표를 행사하는 소중한 기회가 왔다. 타인의 이익을 멍하니 바라보는 공약(空約)이 되지 않고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약(公約)이 되도록 투표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보길 바란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강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