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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엄마랑 아빠랑 가족봉사단 ‘엄청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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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느
2018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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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딸기시럽” 모두가 깔깔대고 웃는다. 다음 문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돈다. “설날 세뱃돈을 한 푼도 못 받은 사람은?” 어려운 질문에 정답을 외치는 사람은 없고 “뭐지?”, “뭘까?” 여기저기서 수군댈 뿐이다. 그 때 누군가 “저요!”하며 손을 번쩍 들어서는 “나!” 하고 답 한다.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진다. “공감 가는 답이지만 오답입니다! 정답은 설거지입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진행자는 오답도 정답인 양 말하는 용기가 대단하다며 문화상품권을 건넸다.  ”우~와!” 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는 딱딱하고 무거운 여느 발대식과는 다른 즐거운 축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 종일 
‘암’ 암만 봐도 최고의
‘동’ 동네입니다. 
종암동 세 글자로 지은 삼행시와 함께, 평소 종암동은 훌륭한 교육 시설을 갖춘데다 주민간의 친목도 좋은 편이고, 주민센터 직원이 친절하기에 최고의 동네라 생각한다고 설명하는 주민의 글은 모인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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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그동안 종암동 주민센터 자원봉사 캠프는 지역사회의 취약 계층을 발굴하고 봉사자와 연계하여 ‘찾아가는 이·미용서비스’, ‘찾아가는 어르신 요가교실’, ‘청청 봉사단’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지난 여름에는 경기도 송추에서 취약 계층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물놀이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종암동 주민센터에,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캠프 양성가 과정을 수료한 상담가로 구성된 자원봉사캠프가 있었던 덕분이다. 이들은 지역 내 거점 플랫폼 역할과 지역 사회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소통의 리더로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적 자원 발굴 및 운영을 한다.

2018년 종암동 주민센터 자원봉사캠프는 다양한 계층의 자원봉사자 발굴을 목표로, 자원봉사 거점 특화 프로그램 가족봉사단 “패밀리가 떴다”를 기획했다. 이에 종암동 복지협의체에서는 봉사단에게 지급할 보라색 조끼, 집게 및 장비 일체를 지원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종암동 다음 카페 ‘바람개비’와 주민센터 3층 북카페 내 자원봉사 캠프에서는 2월 한 달 동안 희망가족 모집을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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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3월 31일 토요일 오전. 주민 센터 3층 강당으로 들어가는 복도는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시끌벅적 하다. “수빈아~” “은총아~” 아이들은 반가운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함께 활동한다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총 33가족 96명으로 구성된 가족봉사단 “패밀리가 떴다”는 31일 발대식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부모와 관이 협력하여 어린 학생들과 함께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마음은 종암동의 희망을 보여 줍니다.” 이철암 동장의 인사말을 서두로 발대식을 시작했다. 종암동 주민센터 담당 김성식 주임은 가족봉사단 활동 진행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지했다. 종암동 관내를 10개 권역으로 나눈 후, 3~4가족으로 구성된 가족봉사단 팀들이 권역별로 배치되었다. 참여 가족은 매월 1회 이상으로 자신들이 희망하는 시간대에 팀원들과 협의하여 활동을 진행 한 후 사진과 내용을 ‘바람개비 카페’에 올리기로 했다. 활동 시 조끼 착용이 필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정희 자원봉사 캠프장은 “평소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봉사 시간만 생각하는 시간 채우기 였어요. 그러나 가족봉사단 패밀리가 떴다는 자발적으로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가족 간의 사랑도 확인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봉사단이 종암동의 상징성 있는 봉사단체로 성장하기 바랍니다.”라며 지속적인 활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팀별로 모여 앉은 가족들은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팀장을 뽑고 향후 활동 계획을 세우며 가족 간의 친목과 유대감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발대식이 끝난 후, 권역별 거리 곳곳에는 보라색 조끼를 입은 가족봉사단이 거리 환경 정화 활동으로 여기 저기 버려진 담배꽁초, 휴지를 줍고 전봇대에 붙여진 광고지를 떼었다. 보라색 단체복의 가족봉사단은 마치 봄 날 담 밑에 핀 보라색 제비꽃처럼, 마을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봄의 전령사 같았다. 부모와 함께 참여한 초등학생 엄우진 군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가족봉사단 엄청 신나요!”라고 말했다. 정말 신이 많이 난 듯, 집게를 들고 거리 여기저기를 누비는 모습은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거리에 이렇게 많은 담배꽁초가 있는지 새삼스럽게 느꼈어요. 전봇대의 전단지와 어지러이 불어있는 청테이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해요”라며 이준성 학생은 앞으로 종암동이 청정한 거리가 되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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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가족봉사단 주요 활동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마을 지키기로 쓰레기와 위험 요소 알리기, 독거노인 돌보기이다. 두 번째는 마을 만들기로 안내 표지 만들기, 무단투기 환경 꾸미기, 불편 위험 사항 제안 개선하기이다. 세 번째는 재능 기부로 악기, 노래, 댄스, 미술 등 재능 있는 가족봉사단이 관내 경로당 및 복지 시설이나 동 주민 센터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능 나눔 활동 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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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은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을 돕는 것에 인색하다.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이 불쌍해서 돕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자원봉사인구 비율이 현저히 낮다. 
아무리 좋은 일도 혼자하면 힘들고 신이 나질 않는다. 함께 했을 때 더 즐겁고 오래할 수 있다. 그런데 함께 하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더욱 더 힘이 되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 간의 사랑이 희박해지는 요즘 가족봉사단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다. 봉사의 즐거움, 가족 관계 회복 등으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가족봉사단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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