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 제6회 정원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
– 2018년 5월 11일(금) ~ 12일(토) 이틀
–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정릉교수단지⟫
봄이 오면 집집이 대문을 활짝 여는 특별한 마을.
정릉교수단지 5월의 봄 풍경은 특별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지 뭐 특별할까 싶지만, 마을 일대에는 카메라를 들고 신난 발걸음으로 구경 온 사람들. 그리고 그런 낯선 방문객을 활짝 반기며 내 집 마당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주민들이 있다.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들어왔다 가라고 화단을 더 아름답게 가꿔놓았다.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면 맛있는 꽃비빔밥도 즐길 수 있다.
* ‘정릉교수단지’는 1960년대 서울대학교 교직원들이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조성한 집단주택단지다. 대학교수가 많이 살아 ‘교수촌’으로 불렸던 곳으로 당시 입주한 사람은 대부분 이사를 갔지만, 집들은 한국 근대화된 주택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출처: 성북마을매거진 제5호,<정릉마실 김경숙 대표>, 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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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여섯 번째를 봄을 맞는 정릉교수단지 정원축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정릉 내 작은 축제, 언제부터 왜 시작했을지 궁금했다. 몇 년 전 마을 내 재개발 문제로 주민들이 어려워지고 고민하던 중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정릉마실’ 주민들이 집마다 대문에 꽃화분을 꽂아 둠으로써 아름다운 마을 살리기 의사를 적극 표현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주민들은 처음부터 축제를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매년 봄이면 자발적으로 집 앞과 골목마다 꽃을 심었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정원을 개방하고 축제를 열었다. 이곳에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매년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 기꺼이 또 찾는 이 마을 대표 축제가 되었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정릉교수마을 정원축제는 무엇이 특별할까?
도심 속 사람들은 윗집,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살아간다. 오히려 눈이라도 마주칠까 피하기 일쑤지만 주민들은 잘 모르는 방문객도 앞마당을 기쁘게 내어준다. 찾아온 이는 집집마다 장기자랑 발표하듯 개성 있고 멋지게 꾸며놓은 정원을 신나게 구경하며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성북마을기자단 남지아
마을은 언덕이 높아 다리가 아프기도 한데, 몇몇 집은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놓았다. 그리고 직접 담근 달콤새콤한 효소차(酵素茶), 엄마 집밥 생각나는 건강식 꽃비빔밥과 감자부추전과 같은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먹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남의 집 정원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는 손님이 민망하지 않도록 마을 어르신들은 동네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특히 마을해설사의 마을해설투어는 행사 이해력과 준비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정원축제’는 13개의 정원이 준비되어 있다.
①금낭화 뜨락
②목화향기
③선이 머무르는 집
④도도화
⑤하모니 정원
⑥매화향기
⑦행복한 뜰
⑧백세 며느리댁
⑨쌈지정원
⑩뜰사랑
⑪한평정원
⑫너나들이정원
⑬다복한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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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축제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13개의 각기 다른 정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차지만 마을은 꽃과 도자공예가 어우러진 곳이라 다양한 종류의 상품판매를 준비해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더했다. 올해는 특별히 도자기로 만든 도자 스피커를 개발하고 상품화해서 방문객의 사랑을 받았다.
마을에서 인품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시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백세 며느리댁⟫앞에서는 정원축제를 오랜 시간 추억할 수 있는 굿즈(goods, 스타나 축제의 기념품을 부르는 말)를 구입할 수 있는 작은 부스를 준비했다. 이를 준비한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는 정원축제의 전반적인 행사 준비뿐만 아니라 ‘성북이네 문방구’를 열어 굿즈를 개발 및 판매하고 수익금은 마을발전에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중이다.
ⓒ성북마을기자단 남지아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하고 멋진 정원들…
⟪도도화⟫는 ‘도자기와 함께 도란도란 피어나는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뜻이다. 도도화라는 이름답게 꽃과 풀잎 사이사이에 작고 귀여운 도자공예 인형을 함께 꾸려서 아기자기함을 살렸다. 마치 작은 숲속 요정이 살고 있는 것처럼 꽃과 나무뿐만 아니라 볼 것이 많았고, 마을에서 꽃의 종유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알록달록 아름다워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바빴다.
도도화 정원 그늘에 앉아 한과와 함께 직접 만든 효소차를 맛볼 수 있었다. 효소차는 새콤달콤하게 몸에 좋은 야생화를 효소로 만들어 기호에 따라 차갑거나 따뜻하게 즐기는 차라고 한다. 더불어 안주인의 멋진 들꽃 자수전도 즐길 수 있었고, 작은 티코스터에는 하나하나 다 다른 자수가 정성껏 수놓아져 인상적이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하모니가 있는 집⟫은 정원 음악회,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잔디정원이 돋보였다. 잔디정원을 둘러싼 다양한 나무, 이름모를 화초, 아기자기한 화단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넉넉하게 준비해주신 돗자리에 앉아 시원한 봄바람과 함께 풀 향기를 살랑살랑 느끼며 꽃비빔밥, 야채전을 먹을 땐 도심을 벗어나 나들이 온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행복한 뜰⟫에서는 한성일 작가의 ‘그리움이 머무는 뜰’이라는 캘리그라피 작품이 전시 중이고, 손글씨 멋이 살아있는 다양한 획과 컬러가 어우러진 여러 캘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캘리 부채, 캘리 액자 등 다양한 형태의 캘리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의자도 준비되어 있어 잠시 머물다가는 동네지만 따뜻한 정과 감성도 채우고 주민들의 마을을 가꾸려는 진심도 느낄 수 있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그 밖에도 정릉마실 사무실 앞과 일부 정원에서는 크고 작은 프리마켓이 열렸고 하모니카 연주가 있었다. ⟪금낭화 뜨락⟫에서 사행시, ⟪선이 머무르는 집⟫에서 박영주 작가의 그림전시,⟪다복한 뜰⟫에서 에벌레 나비전시, 수제젤리 판매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 성북구의 주민참여 축제로서 알차고 풍성해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정릉교수단지의 정원축제를 주변에서 말로만 전해 듣다가 올해 5월에는 꼭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방문했다. 마을정원축제 관람이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봐야하는 건지 어색할 수 있지만 처음 온 방문객도 편안하고 즐겁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봄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 오랜 시간이 선물해준 멋있는 나무뿐만 아니라 텃밭에 가족을 생각하며 직접 기른 채소를 보는 소소한 재미도 더해 바쁜 일상 속 힐링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건 아마도 정원을 개인 소유물로 담장에 가두지 않고 주변과 함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은 정릉마실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주민들이 동네에서 마을을 가꾸며 행복한 삶을 살고 더불어 이웃도 행복한 정원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남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