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라틴아메리카 축제가 지난 9월 15일 토요일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성북천 분수마루광장에서 열렸다. 라틴아메리카축제는 성북구가 주최하고 성북글로벌빌리지센터가 주관하는 행사로 서울시, 주한 과테말라, 도미니카 공화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콜롬비아, 페루 대사관이 후원하여 다양한 남미의 음식과 문화, 음악, 전통춤을 배우는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벌써 일곱 차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하면 먼저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를 부르는 인디오가 먼저 떠오른다. 마추픽추 등 안데스산맥 잉카문명의 장엄한 자연경관, 그리고 독특한 맛의 음식과 원두커피의 향기, 정열의 춤 탱고, 삼바, 살사 등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Hans Alexander Kneider) 글로벌빌리지센터 센터장은 성북동 명예 동장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인이 함께 모여 라틴아메리카 축제를 개최하게 되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주한 라틴 아메리카 대사관과 성북구청이 함께 준비한 열정의 라틴 에너지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젠틀한 그의 말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하였다. 이날 개막행사에는 알도하이미 카타르 대사, 브루노 피게로아 멕시코 대사 부부, 람지 테이므로브 주한아제르바이잔 대사 등 남미의 인사 관계자들, 그리고 500여 명에 달하는 많은 외국인과 시민들이 함께하였다.
“성북천에 와보니까 이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네요. ‘대한민국의 가을은 서울 그리고, 성북에서 시작합니다!’라고 해도 괜찮겠지요? ‘라틴아메리카’ 하면 정열적인 춤과 음악, 다양한 음식으로 대변되는 곳이죠.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해도 스무 시간 가까이 걸려야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 문화를 우리 성북구에서 이러한 문화 축제를 하게 됨으로써 체험을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희 성북구에서 2011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곱 번째 이런 문화 행사를 하고 있는데, 매번 거듭할 수 있도록 성북구민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많은 분이 참석해 주심에 더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추억 쌓으시고 여기서 가을과 축제문화를 함께 누리시기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개막 인사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남미를 대표하여 브루노 피게로아 멕시코 대사가 인사말을 덧붙였다. “성북구는 모든 좋은 이웃들이 사는 것뿐만 아니라 제너러스한 분들이 많이 모이신 것 같습니다. 이 페스티벌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라틴아메리카 페스티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오늘 하늘은 조금 어둡지만, 저희 마음은 따뜻하고 음식도 따뜻하니 모두 다 오늘 이 페스티벌을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막 퍼포먼스로 남미 고유의 문화 피냐타(Pinata) 터트리기가 이어졌다. 마치 우리나라의 여느 초등학교 운동회 때 볼 수 있는 박 터트리기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피냐타는 멕시코에서 시작하여 많은 중·남미 나라에서 생일파티 등의 어린이 축제에 사용되는 과자나 장난감 등을 넣은 종이 인형이다. 흔히 ‘피냐타없이 멕시코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라고도 한다. 눈을 감거나 코끼리 코를 돈 후에 피냐타를 찌르거나 터트리면 과자가 떨어지고 모든 아이가 우르르 몰려드는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아르헨티나의 화려한 탱고는 남미의 열정을 감미로운 선율 위에 담아내었다. 현란한 춤사위는 많은 관중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고 마지막 손동작에 모두가 환호했다.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스페인어과 학생들의 공연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였다. 남미문화를 사랑하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공부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공연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케이팝 멜로디에 학생들의 예쁜 목소리가 스페인어로 실려 왔다. 광장 곳곳에 설치된 테이블에는 오랜만에 이국땅에서 접하는 자신들의 문화에 흥에 겨워 삼삼오오 모여서 파티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것이 저희 꿈입니다. 스페인에서 한국을 빛내고 싶습니다.”라는 미추홀외고 1학년 박진우 학생의 당찬 포부에서 남미문화와 우리나라를 모두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바리줌(국민대학 음악학과)씨는 “2년 반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이 축제에서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특히 같은 베네수엘라 사람을 여가서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바리줌씨는 베네수엘라 전통 음식인 ‘엠파나다(Empanada)’를 소개하며 기자에게 꼭 한 번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옥수숫가루를 얇게 펴서 그 속에 쇠고기, 닭고기, 치즈 등을 넣어서 만두처럼 만들어 구워서 먹는다며 엠파나다를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들려오는 살사 음악에 맞추어 ‘메렝게’ 춤을 수줍게 추는 모습에 그 춤사위에서 남미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추천에 따라 남미 음식 체험 부스에서 엠파나다를 맛보기로 했다. 본래는 스페인 북부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나 지금은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흔히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나라마다 속에 넣는 재료와 크기 및 모양이 조금씩 달라 남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되기도 한다. 특유의 향에 이끌려 먹어 본 페루의 아로스꼰마리스꼬스라는 해물볶음밥 또한 꽤 맛이 좋았다. 3천 원~5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세계의 음식을 즐길 기회였지만 아쉽게도 많은 사람이 모인 것에 비해 장소가 협소했고 거스름돈이 부족하여 천 원짜리가 없는 사람들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기존의 일반적인 축제와는 다르게 라틴댄스 강습시간이 있었던 것은 라틴아메리카축제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자리를 가득 채운 수많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어울려 라틴음악과 춤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부끄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열의 음악에 맞추어 온몸을 흔드는 모습 속에 이것이 진정한 축제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성북천은 어느새 작은 삼바축제의 현장이 되고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축제를 주관한 성북글로벌빌리지센터는 2009년 11월 29일에 설립되었다. 서울 중심지인 성북동에 위치하고 있어 특히 성북구에 거주하시는 외국인분들이 안정적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교류하며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생활 편의 서비스와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공간, 문화교류의 장이 되어오고 있다.
성북구에는 유독 대사관이 많다. 라틴아메리카축제처럼 세계축제가 성북구 안에서 자리를 잡고, 성북구가 가지는 스페셜리티가 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쉬운 것들은 조금씩 보완해가며 모두가 함께 문화를 즐기고 참여하는 서울의 명품축제로 그 명성을 떨치기를 희망해본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성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