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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지역을 바꾸는 힘, 공론장에서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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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쩰
2018년 10월 28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가족은 사적 영역에 속한다. 공적 영역은 근대 초기 부르주아 계급의 정당성 이데올로기였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이를 공론장(場)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대중매체 공론장에서 형성된 여론은 지극히 부르주아적 여론이었지만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 시기의 뉴미디어 테크놀로지 환경의 공론장 개념은 자유롭고 동등한 법 주체들이 시장의 교환 메커니즘 속에서 자유롭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공론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제도가 기관·기구들 속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이렇듯 공론장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의 주민으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고 민주적인 주민자치 실현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성북구의 돌곶이생활문화예술센터에서는 석관동 주민 두 분의 발제로 ‘우리 동네 청소년 갈 곳이 없어요’라는 주제의 공론장이 열렸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많은 사람이 모인 이번 공론장의 열띤 토론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보았다.

“석관동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결혼 후 다시 이 석관동에 오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보내고 보니 그제야 우리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가 공부하려고 해도 다니는 학교 근처에 구립 독서실이 없더라고요. 집에서는 전혀 공부가 안된다고 해서 알아보니 동대문구의 경희고등학교 근처에 청소년들을 위한 구립 독서실이 있더라고요. 아이 학교에서 대중교통으로 30~4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이죠. 석관동에 학교가 네 곳이나 있는데 왜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공간 하나 없는 걸까요?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저희 같은 학부모의 경우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의 목소리를 낼 기회도 많지 않고 우리 의견에 귀도 기울여 주지 않아요. 이렇게 같은 고민을 진 학부모들이 한마음으로 모여서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러한 의제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성북구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데, 두 아이가 놀 곳이 없습니다. 아파트의 놀이터는 영유아나 놀 수 있는 곳이고 해서 청소년들의 공간이라고 볼 수도 없어요. 그러다 보면 청소년들은 쉬고 놀기 위해 멀리 나가게 되는데 그마저도 으슥하고 위험한 곳이 많더라고요. 중랑천까지 나가서야 겨우 인라인, 농구, 축구 등을 하더랍니다.”

“근처 아파트에 놀이터가 무려 다섯 개에 달하는 데 청소년 들은 놀 곳이 없어요. 마침 상가 옆 조그마한 공간에 농구대가 있어, 이 공간을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쓰면 어떨까 하고 제안서를 냈지만 6개월간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널찍한 골목 등에서 공을 차고 노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그물을 설치해줘야 공이 밖으로 넘어가지 않아요. 공을 잃어버리거나 공이 넘어가면 주변 상권의 어른들에게 혼나기 일쑤이지요. 따라서 그물망을 해 주시면 좋은데 입주자대책위에서는 이해관계가 다양하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요. 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재활용센터 이전 계획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곳이 성북구 내의 유휴공간이 되면 이런 곳에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의견을 모아서 제안서를 준비하면 좋겠어요.”

“저는 공간을 쪼개어 사용해야 여러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요구는 제각각이니까요. 여기 아파트 지하에 독서실이 있는데 이런 좋은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서울시 공공 서비스 등에서 석관동, 장위동, 이문동, 종암동의 정보를 공유해서 같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간을 새로 지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요. 석관동은 저층 주거지가 많은 곳이에요. 아파트 재개발을 하지 않고 빌라 형태로 짓고 있지요. 석계역 쪽에는 미리내도서관이 있어서 좋고, 여기에는 이렇게 돌곶이생활문화예술센터가 생겨서 너무나도 좋은데 주민들의 90% 이상은 이를 모르고 있죠.”

“아이가 어렸을 때도 놀 만한 공간이 없었어요. 저층 주거지 사이사이에 빈 곳이 있었지만, 근처 주민들이 싫어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성북구 공모사업을 하다 보니 더욱 절실히 하게 되었어요. 청소년 공간이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아이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그걸 더욱 실감하게 되었어요. 장위동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기대감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생들은 이곳에 애정이 있을 거예요. 그런 학생들과 우리 청소년들을 연결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지역주민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 많은 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던 것은 모두가 마을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모여 큰 의제가 되고 주민자치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의 공론장 담당자는 이렇게 모인 의제들을 모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주저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리 지역의 주인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곧 민주주의이며 자치로 가는 길이다. 다음 공론장 또한 오늘처럼 북적이고 열띤 현장이기를 기대해본다.

[글] 성북마을기자단 송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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