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이제 끝나고 왔어요.”
평일 오후 3시, 서울 장곡초등학교 근처 한 주택의 문은 닫힐 틈이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는 초등학생들이 이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가방을 벗어던진 학생들은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무리에 섞여 놀기도 하고 간식을 먹는 등 자유롭게 놀았다. 다른 방에서는 먼저 하교한 저학년 학생들이 선생님과 공예 체험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숨쉬듯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로 녹아든 장위동 틈새돌봄공간 별별재미난교실의 모습이다.
별별재미난교실(이하 별난교실)은 틈새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 자녀들의 방과 후나 방학에 임시 보육을 지원하는 성북구의 돌봄 공간이다. 일반 주택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초등학교와 근처 학원가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높으며,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6년부터 운영되어 온 이곳은 올해 서울시 지역돌봄 거점 사업인 ‘우리동네 키움센터’에 선정되어 공공보육 모델의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아동에 대한 돌봄은 가정 내에서 책임져야 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처럼 가족 구성원에게만 양육 부담을 지우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명 ‘학원 뺑뺑이’라고 부르는 방과 후 초등학생들이 학원을 전전하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되기도 했다. 사회 차원에서의 돌봄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금, 지역 내 틈새돌봄의 모델로 자리잡은 장위동 별별재미난교실의 손민경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별별재미난교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별난교실은 기본적으로 학기 중에는 오후 1시부터 7시 30분까지 운영되며, 방학 때는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시간을 바꾸고 있습니다. 현재는 정원 35명에 하루 이용 아동은 평균 25명 전후이며 대기도 10명 정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달에 3회 이하로 이용하는 아동의 경우 돌봄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매월 마지막 한 주를 앞두고 상담 후 계속 이용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돌봄이 필요하지 않아 아동이 퇴소할 경우 다음 대기자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자부담 없이 전액 무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저희 선생님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서와 POP 교실이 있고, 외부 강사가 원예치료, 연극교실, 보드게임, 종이접기, 클레이 만들기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사 대부분은 성북에 거주하는 지역 인재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록 하고 있으며, 미래창창 진로체험 프로그램, 수경재배교실이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멘토링, 오카리나 교실 등 자원봉사 학생들의 자발적 재능기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 학부모들의 동아리 활성화와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위한 학부모 우쿨렐레 교실이 있는데, 여기서는 학부모들이 우쿨렐레나 보드게임 등을 직접 배워 보조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 다른 돌봄 기관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지역 내 다른 틈새돌봄 기관들과 비교하자면, 별난교실에서는 아이들 개개인 특성에 대해 배려하고 자율성을 더 존중해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등·하원 시간이 아동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해지며,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도 강제성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체 운영시간을 정해 일정하게 운영함으로써 돌봄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집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여 아이들이 보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멀뚱멀뚱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고 친구를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기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먼저 별난교실이 자리한 장위1동 13구역은 동방고개를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지역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돌봄이라고 하면 크게 맞벌이 가정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곳 같은 경우 동방고개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을 이용하며 수시로 오가기가 힘듭니다. 그런 면에서 집과 학교 중간의 거점 역할, 즉, 제 2의 집 역할을 하며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별난교실의 특징인 자율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살리는 가운데 지역과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재생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틈새 돌봄을 할 때부터 마을 강사들을 발굴하고 관계를 맺어 오면서 지역 안에서 자원을 활용한 양질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지역에서 꾸준히 관계를 맺어 온 사람들이 강사로 만남을 이어 오면서 정서적으로도 더욱 편안해 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지역 단위로 이루어지는 틈새 돌봄의 필요성이란?
“돌봄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 그 다음으로 아이들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장소도 사람도 익숙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돌봄은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아이들을 맡기고 싶고 마음에 쏙 드는 장소라도 내가 거주하는 곳이나 활동하는 곳에서 너무 멀면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어릴수록 돌봄은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별난교실의 특징은 교사들이 모두 교실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엄마라는 점이다. 교사로서 해야 하는 역할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하는 역할들을 함께 공유한다. 하루에 많으면 간식을 네 번 조리해서 주기도 하고, 같은 행사도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진행하려고 공을 많이 들인다. 돌봄은 수요자의 필요가 섬세하게 반영되어야 하는 분야이기에 엄마이자 교사의 눈으로 케어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한다.
“별난교실은 ‘친구’다.” – 우지현 (장곡초등학교 5학년)
“별난교실은 ‘별나’다.” – 강나라 (장곡초등학교 3학년)
“별난교실은 ‘행복한 곳’이다.” – 여유림 (장곡초등학교 5학년)
별별재미난교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손민경 센터장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우선적인 과제는 보다 안정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용 가정이 늘면서 인력 지원도 필요하고, 일반 가정집 공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임대료 문제도 있다. 별난교실이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협력하면서 가정과 학교 사이에서 조율하는 소통 창구의 기대도 커졌다고 한다.
“별난교실은 매뉴얼이 없는 게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그렇지만 기관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에게서 자율성을 뺏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저희의 아이들을 키우는 철학이거든요.”
별난교실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하나의 공동체로 서로 연대하는 관계들을 만들어나가는 따뜻한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남길 소망한다.
[글 / 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최지영·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