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 오전 10시. 성북구청 4층 아트홀에서「모여라 성북마을, 우리는 별별 동동주」가 개최되었다. 별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동네의 주인이 되고 주인공이 되는 축제같은 모임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모임들이 있다. 모이는 이유도, 모이는 목적도 전부 제각각이다. 모일래? 모이자! 모일까? 이렇듯 모임을 시작하는 계기나 방식 또한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 반드시 모여야만 하는 모임이 있다. 오죽하면 ‘모입시다‘ 도 아니고 ‘모여라‘ 일까. 지금부터 성북마을이 왜 꼭 모여야만 했는지 그 까닭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모임의 이유 첫 번째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세 자녀와 회초리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하다. 옛날옛날 한옛날이나 옛날 옛적에 어느 병든 노인이 영면하기 전, 당신의 자식들을 불러 앉혀 놓고 말했다.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보거라.’ 그 말을 들은 자녀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보았다. 하나를 꺾는 것은 아주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노인이 다시금 말했다. ‘그러면 이제 나뭇가지가 여려 개 묶인 것을 꺾어 보거라.’ 자녀들은 이번에도 그들의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했다. 나뭇가지 여러개가 한 데 묶인 것을 꺾은 것이다. 하지만, 하나였을 때와는 달리 여러 개의 나뭇가지 묶음은 그리 쉽게 꺾이지 않았다.
간단하고 흔한 이야기지만, 이게 바로 모두가 함께 모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모여라 성북마을은 올해로 26번째를 맞는 유서 깊은 행사다. 매년 지역 안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활동가와 주민들이 한 데 모여 서로의 다친 마음을 다독이고 노고를 치하하는 소중하고도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모여라 성북마을은 ‘내가 봤어, 내가 알아. 너무 애 썼어. 정말 잘 했어. 더 잘 하자.’ 라는 메시지와 마음이 오고 가는 독려와 다짐의 장인 것이다.
모임의 이유 두 번째.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첫 번째 이유로 언급했던 회초리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고 상통하는 이야기이지만, 혼자서는 부러지기도 쉽고 상처 받기도 쉽듯 함께하면 더 견고하고 단단해지며 서로가 서로를 완충하여 받는 상처도 조금 덜 하기 마련이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 태곳적 선사시대 때부터 함께 모여 무언가를 같이 해 왔다. 날카로운 발톱과 사나운 이빨이 없어도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덕분이 아닐까? 때문에 우리는 모여야 한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바닷속 깊은곳 잠수함이 다니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2019년 제 26회 모여라 성북>에는 마을활동가들과 주민공모사업팀을 꾸리는 주민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같은 중간지원조직들, 행정자치구인 성북구청, 지역구 의원들 등 성북구 내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망라하여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모두는 축하공연부터 점심식사까지 오전 시간 내내 함께 했다.
가장 먼저 플래쉬몹으로 몸을 풀었다. 무대에 선 플래쉬몹팀과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두가 일시에 일어나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동작을 같이 했다. 그리고 한 마을이 주민이자, 동시에 활동하는 활동가인 하종민 대표의 일상을 VCR로 보며 공유했다. 한 개인이 일상이지만, 마을활동을 해 보았다면 모두가 어느정도 공감할만한 내용이었다.
그 이후에는 주민 자치 퀴즈가 이어졌다. 주민자치란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에, 주위를 환기시키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와 ‘우리’의 일이니까.
퀴즈 시간 후에 이어진 건 바로 테이블 별 소개. 이왕 한 자리에 모였으니 서로 소통하고 알아야 지속적인 교류가 이루어질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교류하다 보면 어느날 내가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고 또 다른 날은 누군가가 나의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 함께한 모두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서로의 동지인 셈이다. 테이블 내에서 어느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슬그머니 옆테이블이 궁금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오다가다 많이 보아서 분명 낯이 익는데, 마땅히 계기가 없어 말을 걸기가 어색했을 수도 있고 혹은 오늘 처음 보았지만 앞으로는 자주 보게 될 사이도 있을 수 있다. 모여라 성북마을에 세팅된 9개의 원탁 테이블처럼 모든 것들은 돌고 도니까.
함께톡:마을톡톡은 바로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너다. 마을활동을 통한 나의 변화와 주변의 변화, 앞으로 그려보는 나의 모습과 마을의 모습 등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웃고 경청하고 끄덕이며 공감했다.
미리 준비된 점심 식사를 먹으며 대화하는 모습은 처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져있었다. 또 한 번의 모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모여라 성북마을은 연말즈음에 또 한번 진행될 예정이다. 혹시 이번에 아쉽게 참여하지 못 한 분들이 있다면, 다음번을 노려 보자. 그리고 이러한 모임들이 조금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주문처럼 외쳐본다. 모여라! 성북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