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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사색하기에 좋은 민속 문화재, ‘이종석 별장’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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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8월 30일

오래된 공간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어린 시절 자주 가던 놀이터, 자주 걷던 골목이나 세월이 지나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 등이 그런 푸근함을 선사한다. 빛바랜 한옥 역시 그 중 하나다.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가옥을 찾은 것은 어쩌면 그런 정서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시인,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을 비롯, 고고미술학자이자 미술평론가였던 최순우가 살았던 옛집, 그리고 김진흥 가옥과 이종석 별장 등 성북구에는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가옥이 적지 않다. 이중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민속 문화재, 이종석 별장을 찾았다.

사실,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은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별장으로 불리는 한옥이란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내려 1111번을 타고 성북구립미술관역 앞에서 하차 3분여를 걸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풀 향이 가득했다. 안내 표지판이 없어 이곳이 이종석 별장인가 의심하며 들어섰지만, 자세히 보니 한옥임을 알리는 반듯한 모습의 담장이 멋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무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던 한옥은 한적하고 인적이 드물어 정말 누군가의 별장처럼 느껴졌다.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이종석 별장은 덕수교회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교회가 자리한 공간으로 들어서야 볼 수 있었다. 관리단체 역시 덕수교회인 별장은 성북동 서쪽 골짜기, 직사각형의 집터에 지어진 집으로 서북쪽으로 드나드는 좁은 길이다.

1977년 3월 17일 서울특별시 민속 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된 별장은 조선시대에 새우젓 장사로 갑부가 된 이종석이 190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큰 규모로 장사를 한 상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한옥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푸른 숲에 둘러싸인 한옥이 있었다. 눈이 편안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풋풋한 잔디 사이의 돌길을 걷는 기분도 괜찮았다. 건평이 29.8평에 이르는 집의 안채는 정면 6칸, 측면 3칸인 ‘ㄹ’자 모양의 평면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추녀에는 풍경을 달았고 회색 벽돌로 영롱담을 쌓아 집터 주위를 둘러막아 놓았다. 우물이 있는 바깥마당의 동북쪽에는 안채가 있고, 북쪽에는 행랑채가 자리 잡고 있으며 누마루에는 ‘일관정’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특히 안채로 드나드는 일각대문과 그 바깥마당의 우물가 등은 집터 주위의 수목과 마당의 나무들과 어울려 고상한 멋을 풍기고 있다. 휘어져 하늘로 올라간 지붕과 처마, 그리고 마루로 통하는 미닫이문 창살도 한옥의 느낌을 한껏 살리고 있다. 이 집은 정말 살림집이라기보다 별장 건축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집이라 할 수 있었다.

집 뒤편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 늘어선 낮은 언덕이 있고, 안마당에는 소박한 정원이 있다. 아늑한 정서를 풍기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아리들과 담장을 두른 울창한 나무들, 그 위로 쏟아지는 볕이 고요하고 친근한 전통가옥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주위 경관으로 인해 한층 돋보이는 고풍스런 가옥은 한 참을 바라보게 하는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조선시대 말기의 부호이자 보인학원의 설립자인 이종석의 여름 별장이었던 이곳은 일정강점기 시대 이태준, 정지용, 이효석, 이은상 등의 문학인들이 모여 문학 활동을 하던 특별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종석은 젓갈 장사로 돈을 모은 후 한강에서 오는 목재, 충청도에서 올라오는 양곡과 해산물 장사로 거상이 된 인물이라고 한다. 그가 지은 별장은 1960년 대림산업 회장을 지낸 이재준이 취득하였고, 1985년 11월 덕수교회에서 인수하여 현재는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돌 화분과 장독, 나무들에 둘러싸인 가옥은 그 외관이 별장과 같아 유난히 더 보기에 좋았다. 안타깝게도 문화재들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변형이 돼 옛 자취가 사라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종석 별장은 보존이 잘 된 모습이었다.

많은 것들이 너무 빨리 변하고 사라져 버리는 지금, 오래된 한옥은 건물이 바로 역사이자 박물관이 된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드는 시절, 자연에 둘러싸인 호젓하고 고풍스런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이종석 별장을 찾아보자. 이종석 별장은 문화재이기 전에 사색의 공간이 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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