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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성북 50플러스센터의 전통주 만들기 수업 – ‘취하게 마시지 말고 귀하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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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9월 30일

무작정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신청을 한 성북 50플러스센터의 전통주 만들기 수업. 나도 한 번 제대로 술을 빚어보겠다는 작정을 하고 나오게 만드신 한술샘(본명 한현희)의 주옥같은 한마디에 수강생들 입가에도 누룩꽃 같은 미소가 띄었다.

센터의 3층 주방에서 진행되는 8번의 강의는 우리 술을 잘 알고, 잘 만들고, 잘 마시자는 취지에서 개설되었다고 한다. 술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다양한 술을 만들어보고 시음도 해가면서 우리 술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깨닫고, 나만의 술을 잘 만들어 잘 마셔보자는 강의다.

술은 자연 발생적으로 생겼다고 한다. 동물들이 먹이를 찾으러 다니다 향기로운 냄새에 이끌려 도달한 곳에서 맛 본 액체는 맛이 좋을뿐더러, 마시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배도 든든하였을 것이다. 그 후 동물들은 자연적으로 과일이나 알곡들을 그 곳에 저장해두며 술을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술의 재료가 된다.

옛 선조들도 4계절을 이어 자기 집만의 가양주를 만들었고 한다. 집집마다 술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술의 맛이 좋으면 손맛과 인심도 좋은 집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이런 우리네 가양주 역사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계기로 사라지고 만다. 우리 술은 언제 어디서나 맛 볼 수 있고, 저렴하다는 인식으로 전통주 교육이라는 개념은 체 자리를 잡은 지 20여년이 안 된다고 한다.

북촌전통연구소 한현희 강사님 본인 또한 업계에 뛰어든 지 5년여 정도 된다고 한다. 한술샘으로 불러 달라 하시며 지인들에게 왜 하필 술 선생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자꾸만 빠져드는 술의 매력에 결국 강의까지 열게 되었고, 이론보다는 직접 해봐야 안다고 실습이 강조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귀찮아지는 우리네를 위한 복습은 필수라고 하였다.

술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빚어야 한다. 술의 맛과 향에는 빚는 이의 감정과 기분, 성격 등이 wj드러난다고 하였다. 다섯 가지 맛이 조화로워 지고 술이 되기까지는 빚는 이가 부지런 할수록 차이가 확연하다고 한다. 술의 기본 재료인 쌀, 물, 누룩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 가장 기본인 쌀. 이 쌀을 몇 번 도정을 했느냐. 어떻게 씻고 쪘느냐에 따라 술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옛날에는 쌀 도정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쌀을 몇 번 씻느냐가 중요했다고 한다. 쌀을 백 번만 씻어내어도 오금이 쑤셔온단다. 백 번 씻은 쌀과 삼백 번 씻은 쌀, 그리고 점점 귀찮아 지면서 대충 씻은 쌀로 빚은 술은 그 향과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니 술 빚는 첫 단계에서부터 빚는 이의 수고가 클수록 술이 깊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실용성이 강조되고 집에서 나의 술, 우리 집 술을 만들어 보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가정에서도 꾸준히 술을 빚어보길 강조하였다. 이리저리 빚어보고 맛을 보아야 실력도 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햇반으로도 술을 담궈 온다며 한바탕 웃는 시간도 있었다.

강의가 무르 익어가고, 오늘은 떡이 어울릴 것 같다며 군산에서 온 장아찌들과 함께 수강생들의 입맛을 돋우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자리가 펼쳐졌다. 추석을 전후로 직접 담근 동정춘 막걸리와 빛깔이 좋아 지나가는 까마귀가 노랗게 보인다는 아황주를 맛보았다. 술의 거르는 시기와 덧 술의 시기가 다른 동정춘은 평소 맛보던 막걸리와는 그 맛의 깊이와 향, 은은한 단맛의 강도가 완전히 달랐다. 쌀과 물과 누룩만으로 만든 술인 것에 감탄하며, 한술샘은 ‘내가 이런 술을 만들었다!’ 기뻐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수강생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다음 강의부터는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고,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것이 술이니 수강생들 간의 화합도 챙겨 나아가자고 말하였다.

입담 좋은 강사님의 우리 술 강의는 3시간의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고, 강사님 말씀대로 숙제 같았던 일상들이 축제같이 변하리라 기대가 되었다.

이렇게 좋은 술을

취하게 마시지 말고, 귀하게 마시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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