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셰비키의 친구
김명환 산문집 : 젊은 날의 시인에게 2
볼셰비키의 친구,
삐라의 추억으로 남다
철도노조 활동가들이
퇴직하는 동지에게 헌정한 산문집
김명환 지음
지은이 김명환 | 정가 10,000원 | 쪽수 168쪽 | 출판일 2019년 11월 25일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무선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Cupiditas, 피닉스문예12
ISBN 978-89-6195-217-0 03810 | CIP제어번호 CIP2019039730
도서분류 1. 문학 2. 한국문학 3. 산문집 4. 사회운동
1993년 철도에 들어오자마자 ‘서울지역운수노동자회’ 기관지 『자갈』 편집장을 맡았다. 2019년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위원을 끝으로 철도를 떠난다. 철도 27년, 입사부터 퇴직까지, 선전활동가로 살았다.
선전활동가로 살아오는 동안 나는, 27년 전의 나를 지키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다. “그건 틀렸어!”라고 공허하게 외쳤을 뿐, 메아리를 조직하지 못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다. 조직하지 않는 선전은 선전이 아니다.
선전은 원고를 취합해 편집하고 제작하는 기능이 아니다. 선전은 지도부와 조직원을 연결하는 “조직자”다. 선전을 통해 조직은 정세와 전망, 투쟁방침과 임무를 공유한다. 정세와 전망과 투쟁방침과 임무에 대한 논의를 조직하는 “선도자”, 논의의 결과를 조직원이 공유하게 하는 “연결자”가 선전이다.
선전이 노동조합의 소식과 지침 전달로 스스로의 임무를 축소하면, 노동조합은 “고민하지 않는 노동운동 관료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축소”와 “전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운동의 후퇴선”에 철도노조 선전은 서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선전활동가의 “임무방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중자애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빈다.
― ‘서면인터뷰’ 부분
『볼셰비키의 친구』 간략한 소개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명환 시인의 산문집 『볼셰비키의 친구』(갈무리, 2019)가 나왔다. 김명환 시인은 철도에 입사하던 1993년 ‘서울지역운수노동자회’ 기관지 『자갈』 편집장을 시작으로 철도를 퇴직하는 2019년 『철도노동자』 편집위원까지 꼬박 27년을 선전활동가로 살았다.
『볼셰비키의 친구』는 문학소년이 문예선전활동가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쓴 자전적 산문들과, 김명환의 친구들이 그에 대한 추억을 쓴 산문들로 엮어졌다. “볼셰비키의 친구”는 김명환의 시 「첫사랑」에서 따온 제목으로, 김명환은 책 뒤에 실린 서면인터뷰에서 “운동일선에 설 용기가 없으니, 2선에서 1선을 지지 지원 엄호 구원 구호하는 친구로 살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직, 멋진 삐라를 만들지 못했다. 그 삐라는 아직, 내 가슴 속에 있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어디선가 삐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볼셰비키의 친구』 추천사
소위 삐라 만드는 일이라면 어디든 끼지 않는 곳이 없다.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판이라 하더라도 도움을 청하든 하지 않든 꼽사리 끼기를 마다치 않는다. 특히 파업이라도 벌어지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골골이가 팔팔이로 변한다. 운동한다는 놈들이 허구한 날 패거리 지어 쌈박질을 해대는 판에서도 삐라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 지영근 / 철도노조 구로승무지부. 2018년 퇴직
형의 치열함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신문은 대략 보름에 한 번 발행됐다. 우리는 신문이 나올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전국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단 한 명이 근무하는 곳도 빠트리지 않고 방문하여 신문으로 희망을 전달했다. 신문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고 자부심과 용기를 가슴에 심어 주었다. 우리의 의지는 신문을 통해 더 강해지고 단단해졌다.
― 이영익 /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선배는 비문은 물론 오자 하나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판을 엎었고, 밤을 새우더라도 바로 잡았으며 선전의 생명인 시기·시간과 타협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화두를 던져 문제의식을 키웠고, 전망을 제시하는 선전을 원했습니다. 현장중심, 조직 선전을 강조했습니다.
― 백남희 / 철도노조 용산고속열차지부
지은이 소개
김명환
김명환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사화집 『시여 무기여』에 시 「봄」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장, 2000년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 2007년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같은 제목의 시집과 산문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가 있다.
『볼셰비키의 친구』 책 속에서
삼촌은 인터넷에 떠도는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를 읽었다며, 처음으로 나를, 시인으로 대해줬다. 그 시를 쓰기 전까지 나는, 글쟁이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소설가의 조카”라고 소개됐다. 그런데 그 시를 쓰고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를 쓴 시인”이라고 소개됐다. 나는 등단 22년을 소설가의 조카로 산 시인의 비애를 말했다.
― 커다란 나무, 23쪽
2006년에 철도노조 기관지 창간을 준비하며, 기관지 깃발을 미리 만들었다. 사회주의 몸통에 아나키스트 심장을 가진 깃발! 깃발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혁명 전야의 고요 속에 고고하게 나부끼는 깃발! 나는 꼭 그런 삐라를 만들고 싶었다. 정확하고 아름답고 멋진! 메이데이집회에 들고 나갔다.
― 깃발, 43쪽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여섯 번의 철도 파업 기간에 중앙 선전팀에서 일했다. 글쟁이는 글로, 삐라쟁이는 삐라로 투쟁에 복무하는 거라고 나는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 나는 철도노동자다, 64쪽
09시 정각, 통일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서울역을 떠났다. 디젤기관차에 객차 두 마리, 화차 세 마리, 발전차 한 마리를 달았다. 10시 15분, 통일열차는 분단역에 도착했다. 이제 남쪽 기관차를 떼고 북쪽 기관차를 달면 통일열차는 신의주까지 달리며 선로상태와 신호체계를 점검할 것이다.
― 대가리를 붙여라, 96쪽
어느 날 난데없이 지부 사무실로 찾아온 젊은 동지가 한 명 있었으니 운수분야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 분산사업장에 조합 활동하는 움직임만 보이면 전출 인사로 보복하던 시절이었으니 노조사무실을 찾아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당돌하게 달려들던 동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바로 김명환이었다.
― 녹슨 펜(임도창), 116쪽
파업 돌입 선언에 맞춰 전국의 농성장과 현장에 뿌려질 ‘총파업신문’이 사전 제작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면을 장식할 ‘총파업선언문’이 필요했다. 철도노동자의 역사적인 총파업 현장을 역사에 올곧이 보여줄 선언문. 멈춰진 열차, 노동자의 힘, 철도 현장의 열악함, 국민을 위한 철도, 정의와 평등을 향한 철도노동자의 전진, 타락한 자본과 권력의 실체 … … , 모든 것이 이 선언문에 담겨져야 했다. 결국 그 몫은 명환형에게 갔다. 당시 교선실장이었던 난 그 짐을 지고 며칠째 끙끙댔지만 형은 단 한 번에 써 내려갔다.
― ‘첫’파업의 아름다운 선언문(백성곤), 137쪽
내가 정책간부 출신이다 보니 김 선배는 파업 때마다 귀찮을 정도로 철도노동자신문이나 대국민 선전물에 기고를 요청하셨는데 그 열정에 밀려 내가 한 번도 거부하질 못했다. 신문광고 제목을 뽑을 때는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였는데 김명환 선배의 탁월한 감각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 우리는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조상수),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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