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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성북구 한 책 읽기 –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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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20년 8월 31일

성북구 한 책 읽기 – 작가와의 만남

지역 주민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토론하는 성북구의 대표적인 독서운동 ‘성북구 한 책 읽기.’ 성북구 한 책 읽기는 생각이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소통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만들기 위한 마을 활동이다.

주민이 직접 투표한 4권의 후보 도서 중 한 권을 선정하게 되는데, 이미 4권의 후보 도서들이 선정되어 성북구의 14개 구립도서관에서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다. 조해진 <단순한 진심>, 김보라 <벌새>,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금이 <허구의 삶>.

예년 같으면 각각의 후보 도서들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후보도서 데이와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었겠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양하고 있어 올해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2020 작가와의 만남, 누구나 마음 속에 서재가 있다.’ 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은 2020년 성북구 올해의 한 책 최종 후보도서 작가와의 만남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함께 만나 볼 수 있었다. 현장에는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하여 극소수의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었는데,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성하여 그 중에서 선정된 질문자가 현장에서 직접 작가를 만날 기회를 가졌다.

7월 30일 오후 7시, 첫 번째 작가와의 만남이 성북길빛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성북길빛도서관은 지난 2019년 12월에 개관하여 주민들을 만나게 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도서관이다. 그 사이에도 코로나로 인해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여 내부는 아직도 새로 오픈한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동안 도서관 입구에서 신청한 도서만을 받다가 오랜만에 내부로 들어가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을 보니 가슴이 설레었다. 밖이 훤히 내다 보이는 통유리를 통해 기울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우리를 맞이한 작가는 <단순한 진심>의 조해진 저자였다.

한소범 한국일보 기자의 진행으로 이뤄진 첫 번째 작가와의 만남은 주민들이 보내 준 질문 중 몇 가지를 뽑아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생명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처럼 시종일관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단어 하나하나를 선택하며 대답을 이어갔다. 그녀의 따뜻한 심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책의 읽는 동안에도 따스함이 몽글몽글 올라왔는데 그 이유를 알 듯했다.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한국계 입양인 나나가 뜻하지 않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상황에 서울에서 독립영화를 찍고 있는 서영에게 나나의 오래전 이름인 ‘문주’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다는 제안을 받는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 위해 서울에 온 나나가 임시거처인 숙소 1층의 식당주인 연희를 만나게 된다. 삶의 근원을 찾는 여정 속에서 삶과 죽음, 사람과 사람과의 연대 등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입양과 기지촌 여성들의 삶, 혈연 위주의 가족관계까지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들도 들여다볼 수 있다.

 

여러 질문 중 제목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단순한 진심>은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표제를 따온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나나가 서울에서 잠깐이라도 스치게 되는 사람들에게서 진심을 발견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계기였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나의 생명이 삶을 시작하고 끝내는 그 순간까지 사람들과의 진심을 주고받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작가가 직접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 순간, 또다시 태동이 지나갔다.

연희가 살았던 곳으로 우주가 한 뼘 더 다가와 있었다.

그들 사이에, 두 세계의 무게중심에, 나는 서 있었다.

나는 바람을 내 가슴으로 끌어왔다. 품에 들어온 한 줌의 바람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누구의 온기인지, 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너구나.

속삭였다.

우주.

우주, 라고 나는 또 한 번 속삭였다.”

 

책에서도 영화가 중요한 소재가 되는데 작가 스스로가 영화를 무척 좋아한단다. 끝으로 책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도 소개해주었다. <이태원>, <거미의 땅>, <가족의 탄생>, <여행자>.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영화로 기지촌 여성, 입양, 대안가족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은 1회성으로 끝이 났지만, 편집본은 성북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시청할 수 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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