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한 심장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했던 것은 내 책상 위의 모니터 앞이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성북구 한 책 읽기. 이웃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읽고 토론하는 성북구 대표 독서운동인 성북구 한 책 읽기는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 그 어떤 해보다 뜻깊은 한해였지만, 코로나라는 커다란 복병을 만났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함께하며 오히려 더욱 풍성한 독서 운동으로 발돋움했다. 그 마지막 여정인 책모꼬지 역시 온라인으로 즐겼다. 성북 책모꼬지는 성북구 대표 책 축제로, 지역주민과 성북구 올해의 한 책을 나누고 독서문화활동을 함께 한 단체들이 모두 모여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다. 2020 성북구 한 책을 발표한 한 책 선포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행사가 온라인 축제로 진행되었다.
성북구 한 책이 선정되기까지는 거의 일 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2020년 3월까지 다양한 세대로부터 공감 및 논의와 토론을 끌어낼 수 있는 국내문학을 추천 받은 결과, 총 327권이 접수되었다. 4월에는 성북구립도서관 한책담당 사서의 논의로 10권으로 좁혀졌고,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들과 함께 토론하며 최종후보도서 4권이 6월에 선정되었다.
조해진 <단순한 진심>, 김보라 외 <벌새>,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금이 <허구의 삶>. 무더운 여름, 각 도서의 작가와의 만남이 온·오프라인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가을에는 역시 온·오프라인으로 토론회를 했다. 토론회와 함께 한 책 선정 투표가 시작되면서 한책추진단 총 43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봄부터 달려 온 한 책 행사는 주민의 힘으로 직접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20 성북구 한 책 도서를 확인하기 전, 책모꼬지에서는 영화와 함께 하는 축제 전야를 즐길 수 있었다. 책과 영화의 만남. 각 후보도서들과 비슷한 결을 가진 단편영화들을 모아 소개하고 감독들과의 대화를 나누는 GV 영상도 관람할 수 있었다. <단순한 진심>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소개된 작품은 ‘거미숲’, ‘화성 가는 길’, ‘그 엄마, 딸’, ‘미망인’. <벌새>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는 ‘잠몰’, ‘여름비’, ‘민혁이 동생 승혁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존감 도둑’, ‘우주보자기’, ‘기억감정소’, ‘그린라이트’가 함께 소개되었다. 마지막 <허구의 삶>은 ‘52Hz’, ‘봄밤’, ‘수담’, ‘1킬로그램’. 각각의 영화들이 가진 이야기와 매력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책장을 넘기며 들었던 수많은 감정을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드디어, 1여 년의 선정과정에 끝에 온라인 책모꼬지를 통해 2020 성북 한 책이 선포되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을 속도로 갈 수 없다면>. SF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 한책추진단들에게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성북구 한 책 10주년을 기념하여 신경림 시인이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다. 원로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책의 구절은 가슴 깊숙이 내려앉는 듯했다. 선포식에 이어 올해의 한 책 북콘서트가 라이브로 방송되었다.
겨울서점 유튜브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김겨울의 진행으로 가수 하림과 올해의 한 책 작가 김초엽이 책과 노래로 만났다. 여행과 순례, 사랑과 보편적 가치, 기술과 과학, 주류와 비주류 등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각의 키워드에 어울리는 곡을 하림의 라이브로 듣는 멋진 기회도 가졌다.
책과 영화에 이어, 책과 음악이라니. 온라인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새로운 시도로 인해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2020 성북 책모꼬지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강연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었다.
김누리 교수의 ‘공동체를 생각하다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성,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그 이면’, 이태영 연구활동가의 ‘공동체를 키우다 : 마을이 세계를 구할까? 진짜 마을과 공동체 이야기’, 장은수 대표의 ‘공동체를 읽다 : 같이 읽고 함께 살자, 독서공동체 만들기’. 각 강연은 책모꼬지가 끝난 이후에도 성북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당황하며 보냈던 올해를 좋은 책과 강연들로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