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7.(토) 14:00~18:00에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작은 축제가 있었다. 무중력지대 성북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운영이 종료될 예정이다. 공간 사용과 프로그램 진행 등 실질적 이용은 11월 30일까지 가능하고, 12월에는 운영사무국만 남아서 정산보고와 인수인계 등 행정처리를 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운영 종료를 앞두고 무중력지대를 운영하고 있는 직원들과 이용자 운영위원회(무지랑이) 위원들이 그동안 무중력지대 성북을 찾아준 주민들을 위해 조촐한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의 컨셉은 경쾌한 장례식이었다. 무중력지대 성북을 떠나보낸다는 의미에서의 장례식이기도 하고, 또한 청년 주간을 맞아 청년들이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을 떠나보내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에서의 장례식이기도 했다. 행사의 드레스코드는 장례식에 맞게 블랙 앤 화이트였고, 무중력지대 성북의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무중력지대 성북 일층방에서는 헌책을 떠나보내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한때 열심히 읽었지만 이제는 떠나보내고 싶은 책, 또는 잘 안 읽혀서 책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등을 각자 한 권씩 가져와 사연을 이야기하고, 책을 교환하는 행사였다. 실제 책을 가져온 참여자들도 있었고, 책 대신 사연만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각자 떠나보내고 싶은 책에 관한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인생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층방에서는 디즈니 영화 ‘코코’를 다 함께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화 ‘코코’는 죽은 자들의 세상을 여행하게 된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례식 컨셉에 맞게 이용자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 영화라고 한다. 영화와 더불어 팝콘과 콜라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 같이 영화를 보고 소감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었다.
주방에서는 헌화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다. 국화, 해바라기, 거베라와 같은 꽃들을 꽂고 데코까지 하는 수업이었다. 청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헌화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했다. 참여자들이 완성한 꽃들은 거실에 마련된 무중력지대 성북을 추모하는 공간에 헌화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곳에 전시되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각자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거실에서는 무지랑 주마등 전시가 열렸다. 그동안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있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들, 그리고 참여자들의 모습이 담긴 아카이빙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그 아래 테이블에는 헌화된 꽃들과 조의금 봉투에 쓰인 작별 인사들이 놓여있었다. 현장에는 장례식 컨셉에 맞게 조의금 봉투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그동안 무중력지대 성북을 애용해온 주민들은 봉투 겉면에 무중력지대 성북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적어서 꽃과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취업준비 기간 동안 공간을 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청년이 소득 없이 편히 방문할 수 있는 공간,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와 같은 글들을 보니 무중력지대 성북이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 다섯시부터는 모임방에서 싱송라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모임방 안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관람객들은 데크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떠나보냄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무중력지대 성북의 작별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오랜 기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무중력지대 성북은 이제 떠나겠지만, 서울형 청년 공간은 기능 재정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좋은 공간을 만들어온 무중력지대 성북의 직원들, 그리고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마음껏 쉬고 놀고 꿈꿔온 청년들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7기 이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