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느끼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다양성을 지지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성북구 대표 축제이다. 문화 다양성과 문화 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민관 협력을 통해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간다. 맛있는 요리와 아기자기한 마켓, 즐거운 체험과 공연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조화롭게 만들어보는 시민의 축제이다.
40여 개의 대사관저가 대거 분포되어 있는 성북동에서 UN이 정한 세계인의 날을 기념하여 개최한 ‘성북 다문화음식축제’가 시작이었다. 2015년 축제명을 변경하여 세계음식을 넘어 각국의 문화와 지역의 문화 다양성 주체들과 함께 인종, 민족, 국가,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축제를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날 수 없었던 시간에도 기존의 축제 방식을 벗어나 언택트로 진행하여 성북구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은 희망과 위로의 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9월 25일(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을의 큰 축제인 제14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성북로 일대 성북1동 치안센터 건너편에서부터 홍익중고 앞 버스정류장까지 교통이 통제되었고,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었다. 3년 만에 다시 모인 올해는 ‘우리를 구할 가장 가벼운 맛’이라는 슬로건으로 첫 번째,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기후 위기 시대의 건강하고 안전한 축제로 진행하기 위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 두 번째, ‘코로나야 잘 가라, 다시는 오지 마라’라는 뜻으로 세계 장례 음식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특별존을 마련했다.
행사장 입구, ‘기후 위기를 입는다’라는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폐현수막과 원단 조각에 실크 인쇄하여 제작한 사인물을 통과한다. 성북동 어린이들의 가장 즐거운 놀이터 어린이 중고 나눔 마켓인 나리장터의 노란 텐트가 펼쳐졌다. 어린이들이 놀면서 쉴 수 있는 놀이 쉼터, 여러 곳에 쉼터를 마련하여 주민들이 편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개막행사가 펼쳐지는 매인 무대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부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우주 별별 체험, 지역 가게와 단체가 준비한 음식 부스 동네남다른요리사, 세계 여러 나라의 대사관이 참여해 자국의 음식을 선보인 세계음식요리사 대사관, 지구 살릴 마켓 등으로 구성되어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대사관 특별존에서는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담은 세계의 장례, 제례, 기념일의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고, 행사장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은 현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음식이라고 한다.
개막행사가 시작되고, 문화 다양성 행진으로 성북 마을 안에서 다채롭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의 소개가 이어졌다. 공유성북원탁회의, 독(讀)한 친구들, 기후위기비상행동,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등 공동체를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동시통역과 수어 통역이 제공되어, 외국인도, 농인들도 행사에 소외되지 않는 배려가 있는 행사였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등 세 가지 문장의 수어를 배우기도 했다. 성북동에서 자란 어린이가 엄마와 같이 풀어내는 공연으로 가녀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여행을 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잘 이겨낸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세계 여행을 하듯 축제를 즐긴다. 개막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고, 감염병과 액운을 몰아내는 빈 상여놀이로 브라질 타악과 아프리칸 댄스가 만난 퍼레이드는 매인 무대를 시작으로 성북동 거리를 이동하면서 진행되었다. 거리에 가득 메운 시민들의 흥이 더해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코로나19를 통해 힘들었던 주민들의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성북구의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얼굴 마주 보며 즐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확인할 수 있었고, 문화 다양성의 소중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축제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매일, 매 순간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이러한 작은 기적이 일상이 되는 우리의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누리마실 : https://nurimasil.net/
02-6906-9298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7기 김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