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지배인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접하고 ‘극장지배인이란 과연 뭘까?’ 란 호기심 하나로 지원을 했다.
지난 8월 16일 여름, 1회차를 시작으로 가을이 만연한 10월 30일까지. 장장 12회기에 걸쳐 매주 화요일 저녁 5시부터 7시 사이에 교육을 한다기에, 식구들의 저녁 식사 준비가 조금은 걱정되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도전을 했다.
극장지배인은 아무나 하나? 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교육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격언처럼 자기 소개를 시작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으로 그 막을 열었다.
2회기는 천장산 우화극장의 이해. 3회기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조명, 음향, 무대조작). 4회기부터 7회기까지는 극장지배인 되기 – ①다양한 관객과의 만남 ②안전 책임자. ③극장 컨디션 체크 (로비와 외부) ④극장 컨디션 체크(객석). 8회차부터는 직접 극장지배인의 안내 맨트를 작성해 보고 매뉴얼도 만들면서 공연 리허설 참관 및 사전회의를 진행하여 정말 극장 지배인의 자세로 임해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준비로 교육을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10월 30일 오후 3시. 상월곡동 삼태기마을 성북정보도서관 지하1층 천장산 우화극정에서 ‘서서히 학교 극정지배인의 삶’ 연극 공연이 50분간 상영되었다.
약 두달 반을 함께 공부하면서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된 천장산 우화극장은 “우리동네에 극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주민 제안 하나가 2018년 시민참여 예산을 통과하여 성북정보도서관 지하1층 유휴공간인 강당을 블랙박스의 가변형 형태로 설계하여 우화같이 탄생한 공공극장이란다.
지역민 모두가 주인이 되고 지역 예술가(월장석친구들)와 도서관, 성북문화재단의 민관협업으로 운영된다.
월곡동, 장위동, 석관동에 사는 예술을 하는 친구들의 모임인 월장석친구들은 극장의 형태를 설계하고 이름을 짓고 자발적인 기획팀과 교육팀(서서히 학교), 인큐베이팅팀(솔딱새프로젝트) 그리고 극장을 운영하는 사무국으로 구성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소도시 모를래(Morlaix) 거리 극 페스티벌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동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축제에도 참여하고, 자원봉사도 하고, 공연에 대한 피드백도 해 주는 것을 보고, 예술가도 성장하려면 건강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해야 하고 지역주민이 건강하려면 예술이 함께 해야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힌 월장석친구들의 커뮤니티 구성원 오배(오선아 배우)는 지난 2020년 지식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에 선정이 되어 두 명의 강사진과 네 명의 멘토단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서서히학교 극장 지배인 교육은 첫 해는 시니어로 시작하여 2021년 청소년, 2022년 청년층을 모집해 세대가 섞여 협업하고 교류하는 이해 반과 창작 반으로 이어져, 극장 지배인에서 공연의 주체인 배우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 올해 3년차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
세상 어느 누구네 인생도 뻔하지 않기에 우리 인생이야기를 연극에 담아 시도한 “삶은 연극‘ 연극은 인생이다, 라는 주제로 기획된 연극인 셈이다.
극장 지배인들이 관객을 맞이하는 날, 단순히 관객을 맞이해 안내하는 기능적 역할을 넘어서서 지역(민)의 이야기와 극장을 연결하는 매개가로 새롭게 정의되고 극장의 시스템과 지배인의 역할을 습득하여, 함께 활동하게 될 다른 세대의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와 넓은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출신 극장 지배인들로 “삶은 무대”공연은 그야말로 마을 예술 축제였다.
특히 오배(오선아 배우) 서서히 학교 교장은 “공연을 올리기까지 모든 배우는 두려움에 맞서 용기를 내어야 한다. 극장 지배인이라는 서서히 학교과정을 통해 활동이 더 탄탄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12회기 서서히 학교 극장지배인 교육과 실전을 통하여 막연히 외모만 뛰어나면 줄 알았던 배우도 막상 옆에서 보니 몸 안에 있는 세포 하나 하나를 따뜻한 손길로 일깨우는 작업도 하고, 동작 하나 하나에 당당함과 정확함을 표현하는 연습과 발음 연습하는 자세를 지켜 보면서 따라해 보니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학교는 의존적인 것이 아닌, 양방향의 의지가 형성되는 예술교육 방식으로 주민과 예술가가 교류하고 역할을 함께 고민하며 지역 주체가 되기까지 함께 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막연한 호기심 하나로 시작된 예술교류프로젝트 극장 지배인과정에 참여한 소감은 에술은 저멀리 있는 환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교육을 통하여 가까이 접하고 보니 에술에 대한 친근감과 자신감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제 무대에 서는 것도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당당한 자세로 설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2022년 서서히 학교 극장 지배인교육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13회차 수료식과 극장지배인과정 영상 관람과 시사회 및 공유회 역시 성황리에 마쳤다.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값진 경험이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조우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