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저녁 6시 종암동 주민 센터 앞에서는 태극기의 물결이 일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종암동 주민 자치위원들이 “독도는 우리 땅”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휘날리는 퍼포먼스로 제6회 종암동 주민총회를 연 것이다. 공연에 참여한 자치위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긍지가 넘쳤고, 자리에 앉아 있는 주민들은 흥에 겨워 미리 나눠 준 태극기를 손에 들고 힘차게 흔들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곳곳에서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종암동이 가면 길이 됩니다,”
2022년 제5회 주민총회의 슬로건인 “순풍에 돛 단 종암동”에 이어 2023년 제6회 주민총회의 슬로건이다. 성북구의 주민자치를 견인하고 있는 종암동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한편, 주민자치의 선도동으로서의 책임감과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2018년 서울형 주민자치가 시작되면서 시범동으로 선정되어 이제 6년 차에 접어든 종암동은 주민자치를 안착시키기 위해 그동안 주민자치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해왔다. 공동체 정신을 전파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면서 후발 동 주민자치회에게 주민자치의 모범 답안을 제시해 주었다.
종암동 주민자치회의 대표적인 사업은 ‘종암동 주민 헌혈의 날’ 행사이다. 2018년 6월 19일 종암동 주민자치회는 서울 동부혈액원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꾸는 사랑의 동반자로 정기적인 헌혈 참여와 헌혈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헌혈문화 정착을 다짐하는 약정서를 체결하였다. 이후, 헌혈의 날 행사를 진행하여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혈액 수급이 어려웠던 지난해는 사전 접수를 통해 헌혈의 날 행사를 연 2회 실시해 157명의 헌혈자를 배출하였다. 올해 4월 14일에 개최한 제9회 헌혈의 날에서는 총 96명의 헌혈자를 배출하여 모두를 놀라게 하였고, 현재까지 9회에 걸쳐 총 1,500명이 참여하여 600여 명이 헌혈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종암동 주민자치회의 헌혈의 날은 2022년 성북구 주민자치 성과 공유회에서 대상을, 지난 5월 12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주민자치대회에서는 사업 부문 마을사업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2023년 정말 주목할 만한 일은 성북구의 거의 모든 동들이 헌혈의 날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공동체 정신을 전파하고자 한 종암동의 노력과 열정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결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종암동 주민자치회는 종암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 선생님이 종암동 62번지에서 대표작 청포도를 발표한 것을 기념하여 이육사 알알이(알고 알리는) 사업을 시작하여 이육사 선생님을 교과서 속 위인이 아닌 우리 삶 속의 친근한 이웃의 스승으로 다가오게 하였다.
또 단순히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이육사 선생님의 조국과 민족을 향한 숭고한 사랑의 정신을 이어가는 “북바위·청포도 문화제”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육사 선생님이 꿈꾸었던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영원할 수 있도록 알알이 성숙한 청포도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종암동은 지난해까지 5번의 주민총회를 진행하여 50여 건의 마을 사업을 의결하고 실행했던 종암동은 2023년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더 많은 주민을 불러 모으고, 더 많은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종암동 주민센터 앞 골목에서 대로변을 향하여 무대를 만들고 마이크를 들었다. 생활 속 소음과 흐름이 전혀 차단되지 않는 야외에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민총회를 개최하였다. 하지만 야외 공간이 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중요한 것들을 얻었다.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 몹을 준비하면서 주민자치는 결과가 아니라 함께 하는 즐거움, 과정의 중요함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다.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환경 사업이 총 집결된 “종암 에코피아”를 외치면서 주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동시에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
종암동 주민자치회 신정희 회장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내년 제7회 종암동 주민총회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종암동이 가면 길이 되고 우리가 주민자치의 길을 만들어 왔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종암동이 되기를 바란다. 아니 꼭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종암동 주민자치회 02) 941-0264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