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립 아리랑도서관은 다양한 지역 주민공동체들과 협력하여 ‘좋은 북큐레이션’을 함께 연구하고 관련 주제 학습 프로그램까지 공동 기획하는 지식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심층 어젠다는 좋은 나이듦이란? 좋은 요리란? 좋은 공존이란? 좋은 소통이란?입니다. 8월 31일부터 좋은 요리란? 주제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요, 첫 시간에 진행된 ‘토종씨앗 그게 뭐지?’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임선영 한살림 식생활교육센터 강사님의 강연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토종이란 지역의 자연 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그 지역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동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의미합니다.
어느 집 주방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추, 버섯, 양파 같은 채소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농부들이 해마다 씨앗을 구매하며 종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을철에 많이 먹는 부사인 아오리 사과와 신고 배 모두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한 씨앗으로 재배한 것입니다.
주요 작물별 자급률을 살펴보면, 채소는 평균 90% 정도이지만 과수는 20%도 되지 않습니다. 종자 로열티는 국제 식물 신품종 보호 연맹에서 관리하고 있는데요.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 보호 및 식물 종자 보증 제도 등을 국제적으로 보호해 주기 위한 단체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먹고 있는 많은 농산물은 종자 로열티를 지불하고 키워낸 것입니다. 씨앗 하나의 가치는 금보다도 비싸다고 하는데요, 많게는 금값보다 5배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해요. 그만큼 토종씨앗을 지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토종씨앗임에도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무수히도 많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에 의해, 해방 이후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우리의 씨앗을 가져가 개량하고 신품종으로 등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스스로 포기한 경우도 있는데요, IMF 이후 종자회사들이 외국의 거대 회사에 헐값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외국의 종자를 들여오는 것은 단순히 로열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 종자 회사 1위인 바이엘은 원자탄과 핵무기, 고엽제, 다이옥신, 화학비료, 사카린, 아스파탐, 제초제 등을 판매하는 화학기업입니다. 특히, 유전자 변형작물 GMO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죠.
유전자 변형을 하는 이유는 해충과 제초제의 저항성을 높여 생산량을 증가하기 위해서인데요, GMO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미국과 받아들이지 않는 유럽의 생산량을 비교해 보면 그 증가율은 흡사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GMO 작물 개발 이후 내성을 가진 슈퍼 잡초와 해충이 계속 출연하면서 더 강력한 제초제를 사용하게 되었죠. 이는 농지를 오염시키고 생태계 교란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GMO 수입국이라고 합니다. GMO 표시제도 엄격하지 않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 GMO 작물로 뒤덮인 밥상을 차리고 있는 것이죠. 특히, 사료의 경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거의 모든 축산물이 GMO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결국 종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GMO의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는 방법이 바로 우리 토종씨앗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섭취하는 것이죠.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식물이 다양하고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소중함을 깨닫고 보존,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알차고 유익한 강연이 끝난 후에는 토종씨앗으로 재배한 채소들로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강사님의 시연을 본 후 테이블에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과 만들어보았어요. 쥐눈이콩, 옥수수, 복숭아, 방울토마토, 솔부추, 돌나물, 파프리카 등의 채소들이 테이블에 세팅되었습니다. 토종밀로 만든 빵도 함께 곁들여졌고요.
채소들을 한 입 크기로 잘라 레몬청과 마요네즈를 넣은 소스를 올렸더니 근사한 샐러드가 완성되었어요. 앞접시에 담아 통밀빵과 함께 먹으니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더라고요.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절로 이야기꽃이 피었는데요, 건강한 재료에 맛도 좋으니 너도나도 집에서 또 해먹어야겠다 하시더라고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아리랑도서관 1층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어젠다 좋은 요리란?에 관련된 도서들을 전시하고 있었거든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강연을 들은 토종씨앗에 관련된 도서가 있어 무척 반갑더라고요.
아리랑도서관에서 마련한 좋은 북큐레이션 두번째 어젠다 ‘좋은 요리란?’의 첫 번째 강연 ‘토종씨앗 그게 뭐지?’를 이어 ‘우리 같이 만들어볼래요?’, ‘오늘 뭐 드셨어요?’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이미 참여 마감이 끝났고 대기로만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니 주민들의 호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어요.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을 넘어 주민들과 함께 학습하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고 있는 아리랑도서관입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