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노동자
Family, Welfare, and the State : Between Progressivism and the New Deal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
자본주의 복지 국가는 어떻게 계급, 성, 인종에 걸쳐 차별적인 질서를 구성하고 유지하였는가?
우리의 복지 정책은 여성의 자율성을 추구하는가, 종속을 강화하는가?
자본의 착취와 국가의 통제에 맞서 여성의 자율성을 모색하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역작!
지은이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 옮긴이 김현지‧이영주 | 정가 17,000원 | 쪽수 304쪽
출판일 2017년 8월 24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무선 |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도서분류 아우또노미아총서 56 | ISBN 978-89-6195-168-5 03330
『집안의 노동자』에서 뉴딜은 노동계급이 혁명을 일으킬 위험으로부터
‘자본주의를 구하는’ 최후의 수단이자 본질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안이다.
또한, 뉴딜은 가부장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질서를 지속시켰다.
사회 보장 제도는 임금 노동자를 위해 마련되었지만, 가사노동자는 임금을 받고 일할 때조차 사회 보장을 받지 못했다.
― 실비아 페데리치
『집안의 노동자』 간략한 소개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1972년 여성학의 고전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을 발표하였고,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캠페인을 국제적으로 조직하는 데 선봉에 서 있었다. 10년 후, 『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집안의 노동자』 출간의 의미
뉴딜이란 무엇인가?
뉴딜은 1932년 프랭크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 1929년 대공항 이후 미국 사회에서 국가가 공공 인프라를 조성하여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내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었다.
루즈벨트가 취임한 1933년 미국 실업자 인구는 1,500만 명에 이르렀고, 전국에서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초기 뉴딜의 양상을 보면, 1933년 5월 12일 연방긴급구제국이 신설되어 정부는 “국가 원조 기관을 설립하고 5억 달러를 배정했다.” 연방긴급구제국은 “정부가 실업자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를 최초로 확립”하였다.(145쪽) 1933년 11월에는 토목사업국이 설립되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뉴딜은 “국가가 소득을 직접 분배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생산을 재개하는 것이 특징”이었다.(151쪽) 이후 1938년경까지 루즈벨트 정부에 의해 집행된 사회보장, 사회원조 정책들을 뉴딜이라고 한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실비아 페데리치(『캘리번과 마녀』의 저자)에 의하면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오뻬라이스모’(Operaismo, 노동자주의) 이론가들에게 뉴딜은 “계급 관계 관리의 전환점이자, 자본 성장 계획에 계급투쟁을 의식적으로 통합한 최초의 사례”(10쪽)이다. “뉴딜은 임금 상승이 노동 생산성과 교환되고 그것과 상응해야 한다고 보는 케인즈 정책의 일환으로, 이 안에서 국가와 노조는 균형 상태를 보장하는 보증인 역할을 한다.”(10쪽)
뉴딜과 ‘집안의 노동자’인 여성
이 책은 지금까지 뉴딜 분석에서 ‘여성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간과되었다고 보면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임금 상승과 노동 생산성을 연동한다는 뉴딜의 전략에서 “여성은 무엇보다도 임금 상승에 대한 실질적인 역량을 확보할 책임을 위임받았다.”(211쪽) 당시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이 흔했고 미국 사회의 가족은 전반적으로 ‘붕괴’된 상황이었다. 가사노동자, 집안일 전담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붕괴된 가족을 재건하려는 기획에 반드시 필요했다. 1930년대에 뉴딜의 집행자들은 여성이 집안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당시 미국 정부는 17만 명가량의 여성을 ‘가사서비스시범사업’ 강사로 고용을 하여 식사 준비, 아이 양육, 빨래, 다림질 등을 가르쳤다.
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유지하는 것도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이었다. “가족이 맡은 임무는 임금의 상품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 지금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개인을 재흡수·재생산하는 것, 새 노동력을 성공적으로 생산하는 동시에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력을 재생산하여 전체 소비력을 지키는 것이었다.”(211쪽) 결국 뉴딜 시대의 사회구조는 자본주의로 통홥된 가족과 여성의 가사노동으로 유지되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뉴딜과 20세기 초 사회 투쟁
이 책은 1910~1930년대 미국 사회의 매우 역동적인 사회투쟁 지형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 노동자, 실업자, 흑인, 여성들은 파업, 시위, 행진으로 목소리를 냈을 뿐 아니라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여러 형태의 자율 조직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1932년 말까지 30여 개 주에 1백 개가 넘는 자립 및 교환 협동조합이 생겨나 상호 협력에 기초한 대안적인 생존 방법을 강구했다.
또 이 책은 여성이 당시의 사회 투쟁에서 창의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 준다. 1936~37년 플린트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 공장 점거 당시 여성들은 공장 밖에서 ‘여성비상단체’라는 반(半) 군대식 조직을 결성하여 “경찰이 발포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에게 총을 쏴야 할 것이다”라고 선포했다.(183쪽) 1937년은 미국 전국에서 연좌농성이 폭발한 해였는데, 여성들도 공장, 사무실, 카페, 구제기관, 상점 등에서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좌농성을 진행하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복지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면서 ‘뉴딜’(New Deal, 새로운 합의)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의 복지국가 시대에 대한 달라 코스따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의 주체, 구조, 조건 등을 사고하고 실효적 대안을 수립하는 데에 유익하고 중요한 참고자료를 제공해 준다.
프리뷰어 추천사
미국의 대공황 시기의 계급투쟁에 대한 연구는 많겠지만, 이 책은 대공황에서 뉴딜에 이르기까지의 노동자 재생산에 주목한다. 대공황 시기를 기존의 노동자 재생산이 붕괴하는 시기로, 뉴딜을 새로운 노동자 재생산 체제를 구성하는 지점으로 본다. 뉴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는 노동력 재생산에 개입하게 되며 이는 가족제도 강화라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는 노동자들의 전략과는 다른 점이 있다. 대공황 시기의 재생산을 위한 노동자들의 전략은 한편으로는 국가의 지원과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으나 자립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다른 방식의 경제 공동체의 실험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더해 AFL-CIO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미국의 노동운동사에서 여성노동조합연맹의 위상과 그 활동내용 및 대공황 시기 여성들의 저항과 투쟁을 소개한 부분 역시 많지는 않지만 그 당시 미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와 같이 노동자 재생산을 중심으로 본 해당 시기는 단순히 자유시장과 복지국가의 대립이라기보다는 극렬한 계급 투쟁과 이데올로기의 충돌, 그것을 통제하고 조율하려는 총자본의 지성으로서의 국가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그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중요 지점은 뉴딜프로젝트가 가족제도 강화로 귀결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폭넓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뉴딜 프로젝트 이후, 가족은 노동력을 심리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재생산하는 핵심 공간이자, 실업자와 비노동인구를 부양함으로써 계급 투쟁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떠맡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책임은 여성들에게 전가되었다. 서문에서 페데리치가 지적했듯이 ‘집안의 노동자’인 여성들은 뉴딜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주체였다. 이 책은 대공황 시기와 뒤이은 뉴딜 프로젝트의 시기를 통해 가족과 여성이 노동력을 통제하고, 자본주의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핵심적 중심축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남승현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수료)
1920년대와 30년대의 후버에서 루즈벨트로 지나가는 과정에서 복지 정책의 변화를 연대별로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여성의 가사노동을 어떻게 착취하고 가족 제도를 어떤 식으로 재편해서 국가주도의 시장을 유지해갔는지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매우 치밀하고 꼼꼼한 이해가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지정책의 한계를 잘 드러내주는 저서였습니다. 국가 주도의 공공사업에 대한 한계를 냉철하게 관찰한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이 저서와 국가주도의 소득주도성장과 새로운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어 지금 이 시대에 매우 필요한 책이라 느껴졌습니다. 자본주의라는 토대에서 이루어졌던 케인스 정책과 하이에크 정책이 둘 다 실패한 정책이라면 다른 토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뉴딜 정책이 가족을 중심으로 노동력의 소득과 재생산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을 헌신과 희생이라는 덕목으로 바꾼 기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길고 복잡한, 또는 접하기 쉽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는 점입니다. 가족이라는 제도와 국가의 관계 사이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책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계신 많은 여성분들에게 이 책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 한태준 (일본 영화 연구자, 『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 옮긴이)
책 속에서 : 『집안의 노동자』와 가족, 복지, 국가
이 책은 … 뉴딜이 도입한 여성과 국가의 새로운 관계 및 새로운 재생산 체제의 발전 과정을 주로 다룬다. 이 새로운 재생산 체제에서 노동자 계층 주부는 노동력의 생산자 및 노동자가 벌어오는 임금의 관리자로서 전략적인 역할을 한다.
― 실비아 페데리치의 서문, 9쪽
뉴딜은 국가와 노동계급이 맺은 최초의 포괄적 합의로, 국가가 노동 생산성 증가를 대가로 노동계급에 일정 수준의 재생산 보장을 약속했다. 이 합의는 특히 가족을 재편성하고 여성의 가사노동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 머리말, 21쪽
완벽하게 청소해서 마지막 한 마리 세균까지 남김없이 죽이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쁜 아내, 나쁜 엄마가 되었다.
― 1. 대량 생산과 새로운 도시 가족 질서, 48쪽
남성 임금에 의존하지 않는 독특한 역사를 가진 흑인 여성의 잠재력은 특히 1960년대에 표출된다. 흑인 남성보다는 흑인 여성이 임금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컸다. 실제로 많은 흑인 여성과 이민 여성이 식당 종업원, 가정부, 세탁부, 저임금 노동자로 일했다.
― 2. 1929년 대공황과 가족 붕괴, 82쪽
실업자는 시위를 통해 분노를 결집하고 배가시켰으며, 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국가를 향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제는 국가도 소득 보장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 국가는 계급이 정치적으로 재구성되는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하였다.
― 3. 투쟁 방식과 실업자 결집, 112쪽
어머니 투쟁은 이후 1960년대에 확립된 투쟁의 새 국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1960년대 여성은 정부로부터 받는 돈에 ‘지원’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다고 천명하면서, 대신 이 돈이 자녀 양육이라는 노동에 대한 임금임을 주장하였다.
― 4. 후버와 루즈벨트, 174쪽
한층 복잡해진 아내 및 어머니상은 주로 중산층 여성을 겨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여성에게 하나의 모범으로 자리 잡게 된다. 즉 이민 1세대 여성과 최근에 시골에서 이주해 온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것이다. 심지어 최악의 상황에서 육체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도 예외 없이 중산층 여성과 비교를 당했다.
― 5. 여성과 가족, 복지, 유급노동, 206쪽
노동계급을 ‘조직하여’ 생산이 재개되도록 하기 위해서 가족이 필요했다. … 정부 차원에서든 학계 차원에서든 가족과 여성을 다루는 많은 연구에서 가족과 여성을 사회 조직의 중심축으로 삼아 노동력을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싶은 욕망이 드러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 5. 여성과 가족, 복지, 유급노동, 215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Mariarosa Dalla Costa, 1943~ )
1943년 4월 28일 이탈리아 동북부 트레비조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빠도바 대학의 정치법학부 및 국제학부 교수,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저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 활동가이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환경을 연구하기 위해 이론 및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포떼레 오뻬라이오>, <로따 페미니스따> 활동을 하였고,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캠페인 등 다양한 반자본주의 운동에 수십 년간 참여, 자율성의 발전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셀마 제임스와 함께 쓴 대표 저작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은 여섯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2009년에는 선집 『돈, 진주, 꽃, 그리고 여성주의 재생산』이 스페인에서 출간되었다. 저서로 『여성, 개발, 재생산 노동』(G. F. 달라 코스따와 공동 편집), 『자궁 절제술. 여성에 대한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 『우리의 어머니인 바다』(모니카 킬레스와 공저) 등이 있다. 다수의 논문은 웹진 『커머너』(The Commoner, www.commoner.org.uk)에서 볼 수 있으며 저자의 자세한 활동은 이 책의 「부록」에서 볼 수 있다.
옮긴이
김현지 (Kim Hyun Ji)
이화여대와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화여대 교양영어실 스텝 및 통번역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아기 다원이 출산 후 현재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vanitasji81@gmail.com
이영주 (Lee Youngju)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여성, 젠더, 공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현재 경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iamleeyj@gmail.com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갈무리, 2013)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요구했던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출발하여 19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열악해진 삶의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재 재구축을 위한 운동까지, 급진주의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혁명의 영점』은 이러한 여성투쟁의 본질에 대한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것이다.
『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 지음, 갈무리, 2014)
『에코페미니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의 저자로 알려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고전적 저작. 가사노동, 비공식 영역의 노동, 식민지에서의 노동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생산(물)이 경제의 수면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 5백년 동안 여성, 자연, 식민지는 문명사회 외부로 축출되고, 가려져 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이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왜 가려졌는지, 이 부분의 가치와 비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비물질노동과 다중』(안또니오 네그리, 질 들뢰즈 외 지음,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1부에는 ‘정동’에 관한 질 들뢰즈의 연속 강의, 2부에는 마우리찌오 랏짜라또와 삐올로 비르노의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주체성, 미적 생산, 시간의 재구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비물질노동 개념을 발전시켜 보려는 나름의 이론적 개입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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