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행복한 거북이 엄마들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느리지만 행복한 거북이 엄마들‘(이하 ’거북이 엄마들‘)은 느린학습자, 즉 경계선지능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교에서 이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모임이다. 지적장애와 정상지능 사이인 IQ 71~84의 경계선지능 아동이 초등 학급 평균 10%에 달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시스템은 없는 상태이다.
이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특수교육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하지만 사고 능력이 떨어져 학습 부진, 학습 포기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사회성이 떨어져 친구와의 원만한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친구들이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그냥 ‘이상한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계성지능 아동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지만 학교, 교사, 학부모 모두가 이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느린학습자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토론하고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엄마들이 있다고 해서 만나보기로 했다. 갑자기 쌀쌀해진 11월초의 어느날,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2층에서 드디어 ‘거북이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차 한 잔 하세요. 오늘은 MBTI(성격 유형 검사 도구)를 해 보고 있어요. 저희도 해 보고 아이들에게도 실시해 보려고요.”
반갑게 맞이하며 찬 한잔을 건넨다. 첫인상은 ‘엄마’라는 느낌보다 전문가, 선생님이라는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왔다. 인터뷰 자료를 꺼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준비한 몇 가지 질문들을 시작하였다.
김선옥, 정옥, 이혜현 회원(왼쪽 위~아래) / 최은영, 오미정 회원(오른쪽 위~아래)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Q. 모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작년에 성북교육복지센터, 에듀닥터바른배움,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작은도서관네트워크가 연합하여 경계선지능 아동을 위한 ‘어깨동무’ 강사를 양성했어요. 학습이나 독서동아리도 많이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로 들어가고자 하는 부분들이 컸어요. 그래서 작년 1년간 학교로 들어가서 20회기의 수업을 진행했어요.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신 강사분들도 저희 모임에 계시고요, 성북구에서 경계선지능 아동을 위한 학습이나 독서동아리에서 활동하셨던 강사분들,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학부모님들 중에는 경계선지능 아동을 자녀로 두신 분들도 계시고요. 현재 저희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은 처음에는 10명이었는데, 한 분이 이사를 가셔서 9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지요.
Q.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소개해 주세요.
A. 지금까지는 저희들이 모여서 8회 정도 교육을 실시했어요. ‘경계선지능의 이해 교육’이었는데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특징,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학습과 진로진학,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의 대인관계 등 사회성을 주제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와 대안 발표회를 실시할 예정이에요. 학교지역사회교육전문가, 에듀닥터바른배움 등 전문기관과 경계선지능 자녀를 둔 학부모, 교육지도 유경험자가 모여 간담회를 하고 토론회도 진행하려고 해요.
Q. 학교에서 실시한 느린학습자를 위한 수업은 어떤 내용인가요?
A. 아이들이 겉으로 보아서는 일반아동들과 크게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지적인 부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아동과 똑같이 대하면 이상하게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교육을 할 때는 주로 사회성, 교우 관계, 활동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하며 아이들을 지켜보면 달라지는 것이 보여요. 교육을 한 후에는 학교 복지사, 담임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하는 간담회에서 상담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학교가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열려있는가에 따라 지도할 수 있는 영역은 넓어지지요.
Q. 경계성지능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
A. 학교에서 이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협조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또 담임선생님과의 교류도 중요해요. 선생님은 아이의 일반적인 모습에 대해, 우리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활동했던 것을 중심으로 서로 공유하면 어떤 방향으로 지도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지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경계선지능 아이들을 위해서는 학교, 강사,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A. 경계선지능 아이들이 되는 경우는 지능이 낮아서인 경우, 지능은 정상인데 환경이나 정서적 요인으로 인한 경우가 있어요. 제가 본 아이들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경우가 많았어요. 부모가 조기에 발견했다면 그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방치되는 경우가 많죠. 아이가 지능이 낮다는 것은 학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놀이를 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서도 나타납니다.
친구들은 이 아이들을 이상한 친구라 생각하기 쉽지요. 현재 상황에서는 이러한 아이를 잘 다독이고 품어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면 잘 지내는 것이고, 아니면 소외되기 쉬운 상황이에요. 현재 학교에서는 정책적으로 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 없고, 현장에서는 이해가 부족합니다. 실제적으로 학교가 좀 더 열린 태도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아이들은 정말 잘 교육시켜야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맞는 커리큘럼으로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실시되어야 그나마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이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무척이나 안타까워요.
A. 학교에서는 실제로 경계성지능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없어요. 학교에는 도움반과 부진아반이 있는데, 도움반은 장애등급을 받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고 부진아는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을 위한 반이에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경계성지능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애매하실 수 있죠. 도움반에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장애 등급은 없고, 그렇다고 정상아들과 똑같이 교육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학교 현장에서 좀 더 이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어떠한 대책이 마련될 텐데 그런 게 거의 없는 실정이에요.
Q. 경계성지능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보람을 느끼셨던 경험이 있으실까요?
A. 아이들의 변화를 느낄 때 가장 보람이 있지요. 수업하면서 성격적인 면이 좋아지기도 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친구에게서 꿈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친구가 “제가 만약에 유명한 사람이 되어 인터뷰를 하면 선생님 이야기를 꼭 할 거예요.” 라는 말을 했었어요. 정말 감동이었죠.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편인데 저희는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 주고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해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면 아이들은 변화된답니다.
A. 아이 4명~6명으로 소규모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또 아이들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도 있고요. 구체적으로 선생님께 아이의 부족한 점과 장점 등을 이야기할 수 있고, 아이를 지도할 때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다는 등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으니까 좋아요. 실제로 학교 수업도 이렇게 소규모 집단으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듭니다.
A. 우리 사회는 경쟁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아이들도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 함께 가자라는 생각보다는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의식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소규모 집단으로 수업을 해 보니 서로 돌아보고 함께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주위를 살피고 함께하고 서로 이끌어주는 그런 사회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느린학습자, 많은 관심과 특화된 교육이 필요한 이 아이들이 공교육 현장에서는 방치되고 있다니 가슴이 아팠다. 인터뷰에 참여하신 분 중에는 경계성지능 아동을 자녀로 둔 분도 있었다. 말씀하시는 도중 울컥하는 모습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이들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거북이 엄마들의 말을 가슴에 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글/성북마을기자단 최정운]
[사진/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