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서울시의 주택, 도시 정책의 주요수단으로 선호되어 온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사업의 공과는 뚜렷하다. 낙후지역의 주거환경이 일거에 개선되고 신규 주택공급이 일부 이루어진 반면에 원주민이 떠나고 지역공동체가 와해되었으며 서울의 역사성과 정체성까지 위협받게 되었다.
2010년에 오세훈시장이 도입한 휴먼타운은 이러한 배경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정책수단이었다. 이 와중에 유효수효의 고갈, 미국발 경제 위기와 가계부채 심화 등 촉발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뉴타운과 재개발이 거센 역풍을 맞게 된다. 도심재개발, 신도시 건설 등 아파트 신축위주의 주택정책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비판 외에 경제적 지속가능성도 의심받게 된 것이다. 결국 효과가 채 검증되지도 못한 휴먼타운 방식의 재생사업은 2012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갖추면 대안적 정비방식으로 부각되게 된다.
<소리마을 마을학교 광경>
마을공동체의 복원과 주거지 보전을 주된 정책의제로 삼은 박원순시장은 이 사업을 서울시 주민참여형재생사업으로 명명하고 더욱 확대하고 있다. 주로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 따라 실태조사 등을 거쳐 정비사업이 해제된 구역에 도입하려는 정책방향을 가지고 있다.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철거 재개발에 대한 대안사업으로 자리잡아가는 형국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 의지와 참여속에 마을의 물리적 환경과 사회, 경제적 환경을 개선하여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업으로 제시되고 있다.(서울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매뉴얼 발간사, 2013)
(사진자료출처 : 서울시 주민참여형재생사업 매뉴얼, 2013)
그럼 과연 이런 취지가 현장에서는 잘 실현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성북구의 장수마을, 길음동 소리마을, 정릉동 한옥마을 등의 현실을 보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폭넓은 주민참여가 없이 소수 주민의 동의에 기반한 사업진행, 여전히 물리적재생에 편중된 사업내용, 단기적 성과주의와 마을복지회관 신축과 가로환경개선에 투입되는 대부분의 예산, 사업종료후 자생적인 공유시설물 관리와 주택개량의 전개 미비, 사회적,경제적재생 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뒷받침할 만한 지역민간 자원의 참여가 어려운 기술용역 중심의 사업방식, 지구단위계획을 대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사업방식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2-3년여에 불과한 사업기간의 연장, 구역지정전과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민활동가 양성과 독립적 권한을 갖고 사회경제적 재생계획을 주민들과 함께 수립할 수 있는 공동체MP 제도의 도입, 사회적경제조직과 풀뿌리단체, 복지교육문화 단체 등 지역사회 자원의 사업 전과정 참여 활성화, 도시재생특별법안(2013.4.30. 국회본회의 통과)에 근거한 별도의 계획수법 정비와 마을기업 등 다양한 사업시행자 양성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수마을 전경>
많은 문제점과 과제에도 불구하고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은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향후 주된 도시정책 수단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정책수단이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도시계획의 역사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철거후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 신도시 건설 등을 모두 거쳤지만, 결국 지역적 쇠퇴와 지역간 격차확대, 축적된 사회적자산의 파괴 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주민참여에 기반한 점진적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을 주된 공간정책으로 채택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민과 관이 주민을 중심으로 협력하면서 재생사업이란 대안을 대안답게 만들어가고, 참여와 실천을 통해 정책의 현실적합성을 높여나가야 할 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