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참 좋다 를 읽고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협동조합 입문서로 가장 적합할 것 같기에 <협동조합, 참 좋다>를 추천 한다.이 책은 협동조합에 관한 국내외의 현장사례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의 협동조합을 쉽게 소개해 준다.
어느 날 스웨덴의 세계적인 유명그룹 아바(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 이란 팝송이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다. 우리는 이 노래 가사처럼 승자독식을 매우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고 주식회사를 대체할만한 협동조합을 통해서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위 제목의 책은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럽, 미국 등지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안점을 둔 책이다.
첫 번째 사례로 문화도시이자 무솔리니 파시즘 정부에 항거한 이탈리아 볼로냐 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했다. 이곳에는 4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이 지역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퍼센트에 이른다. 이 지역 사람들의 임금은 이탈리아 평균 임금의 두 배에 이르고 실업률은 3퍼센트에 불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덴마크는 면적이 남한의 절반이 되지 않고 인구도 550만 명에 불과하지만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5만6천 달러, 국민의 행복지수 또한 높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에너지문제도 협동조합으로 해결한다. 즉 1973년 오일쇼크 후 원자력 대신 덴마크 곳곳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에너지 수출국이다. 이처럼 풍력협동조합을 세워 조합원들은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투자수익도 올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코펜하겐에서 도시양봉을 하는 협동조합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양봉사업은 노숙자들의 자활능력을 키워서 노동시장으로 복귀시키고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만들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키위브랜드 제스프리는 놀랍게도 농업생산자협동조합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 수출업자 간의 출혈경쟁을 막고 키위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스프리의 수출 독점권을 인정했다. 그래서 제스프리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최고급 키위브랜드 1위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소비자협동조합이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스위스에서는‘미그로’와 ‘코프스위스’라는 양대 협동조합이 식품시장 점유율 40퍼센트를 넘는다. 2008년 코프스위스는 카르푸 매장 12곳을 인수하고 고용도 그대로 승계했다. 미그로는 매장 규모도 백화점 수준이고 소매점뿐만 아니라 주유소, 여행사, 은행 등 조합원에게 필요한 사업 분야로 확대하여 지역 조합원과 함께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일찍이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네덜란드는 단연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네덜란드 3대 은행이자 세계 25위의 라보방크는 1898년 농촌에서 설립된 협동조합 은행이다. 라보방크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지양하고 단기적인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협동조합성격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파고에서 비껴갈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은 AP통신, 선키스트, 웰치스, 블루다이아몬드 등이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사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협동조합 설립이 일반화되어 있다. 예컨대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함께 식재료 구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던킨도너츠는 가맹점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구매단가를 줄였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세계에서 규모가 큰 300개 협동조합을 총망라한 ‘글로벌 300’ 보고서를 최근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300의 경제규모가 1조 6,000억 달러로 세계 10위인 캐나다를 능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 금융위기 때에도 협동조합은 강력한 자립심과 협동 덕분에 협동조합의 건실함을 과시해 유엔은 2012년을‘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선언했다.
위의 사례에서는 협동조합의 강점에 대해 열거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협동조합 기업의 제일 큰 약점은 역시 자금조달이다. 조합원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이익을 배려하다 보니 당기 순익이 좋지 않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이는 몬드라곤의 경우도 노동인민금고에서 협동조합 사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주 협동조합들도 2012년부터 이윤의 5퍼센트씩을 걷어 ‘협동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협 조합원수가 대략 63만명 정도로 인구의 1퍼센트를 넘었다고 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생협 조합원이 2,200만 명으로 인구의 17퍼센트라고 한다. 한국의 협동조합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협동기금 조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위기 시에도 협동조합의 진가가 발휘된다.
요즘에는 빵집 프랜차이즈로 인해서 개인 빵집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어서 제빵사의 연륜과 경륜이 묻어 난 다양한 빵 맛을 보기 어렵다. 기업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또한 거리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본사만 돈을 버는 구조라고 한다. 가맹점주들은 본사로부터 비싼 식재료를 구매해야 하고 인테리어 비용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 앞서 보았던 미국의 버거킹, 던킨 도너츠 사례와는 달리가맹점주들의 이익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빵집과 커피전문점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면 이들에게도 일자리가 제공되고 유기농 빵 재료와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협동조합도 엄연히 기업이다. 협동조합이 조합원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결사체라고 하지만 사업체로서의 수익모델 및 구조가 없다면 과거 영국 오언의 협동조합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협동조합의 가치와 비즈니스 수익 추구라는 양 날개로 비상할 때 시민사회와 지역경제 발전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 프로필> 김해경
2014년, 2015년 성북마을이야기 필진으로 참여했다. 또한 2013년부터 성북마을방송 와보숑에서 주민기자로 활동하다가 2015년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설립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