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동엽-판
“어린 시절 ‘왕따’였어요. 결핍이 많았지요. 제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그 결핍에서 온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달의 활동가로 만나는 이는 몸이 두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수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 판>의 좌동엽 대표이다. 동네에 몇 안 되는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그이는 학창시절 ‘왕따’로 지내며 둘레 친구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소년원에 들락거리는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레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 청소년활동을 하고 싶어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그때 평택 <에바다 학교>문제를 알게 되었고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을 만나면서 장애운동에 뛰어 들게 되었다. 지금 그이의 모습을 보면 잘 상상이 안되지만 그 시절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며 구치소 생활도 좀 했다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꽤 과격한 활동가였다.
성북에서의 활동은 <장애인문화예술 판>이 2009년도에 종로에서 성북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 종로는 도심 영향권 이다보니 지역네트워크 활동이 쉽지 않은데 성북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단체들이 많아서 재미있다고 한다. 최근에 성북에 마을극장을 만들었는데 그 의미를 물었다. 극장이 장애인 관객석을 배려한 곳은 꽤 만들어지고 있지만 장애인 예술가를 고려한 공연장은 거의 없다고 한다. 2008년도에 <장애인문화예술 판> 공연을 올림픽기념관에서 했는데 공연장을 뜯어 고치면서 진행했다. 살면서 누구한테 무릎 꿇어 본적이 없는데 그때 처음 공연장 관계자한테 무릎까지 꿇어가며 연극을 올렸다. 그때 장애인 예술가들도 사용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드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앞으로 마을극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어울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그이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그이의 또 하나의 꿈은 활동가들의 쉼터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꿈도 최근에 그이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이뤄가고 있다. 간디학교의 양희창 선생과 만나 지구마을 청년대학과 적정기술 센터의 공동프로젝트로 제주도에 <지구마을평화센터>를 만들고 있다. 현재는 시범학기로 운영을 하고 있고 2016년도에 본격적으로 개교를 하고 활동가 쉼터와 게스트 하우스도 오픈을 할 예정이다. 쉼을 원하는 모든 활동가에게 열려있다고 하니 기억해 두면 좋겠다. 쉼과 학습의 공간뿐 아니라 평화운동 거점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그이의 말에서 또 한번 친구지만 존경할만한 품을 가진 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인권연극제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인권’의 의제를 가지고 대중들과 밀도 있게 만나고 있는 그이의 실천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을 통해 발달 장애 성인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또 하나의 꿈을 밝힌다. 마을은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 수 있어야 하며 그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 당사자들과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한다. 성북에서 마을민주주의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논의의 테이블에도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몸으로 실천하며 이루었던 그이의 꿈을 다시한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