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안녕하세요! 약 먹을 시간의 제제, 멧쭈입니다!”
따르릉, 벨이 울리면 약 먹을 시간이 시작된다. 정말로 먹는 것은 아니고, 약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약이 되는 방송’ 1인 미디어 <약 먹을 시간>의 오프닝 멘트다.
<약 먹을 시간>은 유투브, 페이스북, 네이버 티비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1인 미디어다. 정확히는 2인 미디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약국이라는 컨셉을 기획하고 매편 대본을 쓰고 상암 서울산업진흥원에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지원을 받아 대여한 장비로 직접 출연하는 장면들을 촬영하고 편집한 다음 3~5분 길이의 영상으로 완성해서 온라인 채널에 유통시키기까지 전 과정을 모두 최주애, 천제하 두 현직 약사가 진행한다.
최주애 약사는 지난해 태어난 귀여운 2세를 돌보느라 잠시 직장은 쉬고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다시 약사로 돌아온다. 직장 혹은 육아만도 벅차게 바쁠 만한데, 이들은 굳이 왜 시간을 내서 카메라 앞에 앉는 것일까?
사실 이들의 약국 밖 활동은 미디어 이전 오프라인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이야기와 만남이 있는 월요약국>이란 이름으로 약에 대한 진짜 상식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성북동에서 진행하기도 했었다.
ⓒ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어떻게 영상으로 약국을 차릴 생각을 하셨나요?
요즘 세대들은 영상으로 정보를 얻는 게 익숙하기 때문에 착안했어요. 약사로서 겪었던 약국 안 고민들을 나누는 월요약국과 비슷한 맥락으로 시작한 거죠. 약국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해 상담하는 시간은 짧을 수 밖에 없거든요. 그 답답함을 풀기 위해 시작한 게 월요약국이고, 그걸 다시 온라인으로 옮긴 게 <약 먹을 시간> 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월요약국의 컨셉이 ‘약은 없지만 약이 되는 이야기가 있는 월요일’이었다면, 약 먹을 시간의 캐치 프레이즈는 ‘언제 어디서나 보기만 해도 약이 되는 방송’이예요.
이제까지 어떤 주제를 다루셨어요?
약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즌 1의 주제는 상비약으로 잡았어요. 이른바 “약통 털기”. 집에서 갖춰 두고 먹을 수 있는 상비약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한 시즌을 채웠죠.저희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데 좀 불편한 질환과 약에 대한 지식을 영상으로 풀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구요. 이 일을 하면서 약사로서 성장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고 관련 법령을 파악해 보고… 최신 동향이 어떤지도 보고 연구를 많이 하게 돼요. 행여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게 아는 것도 한번 더 짚어 보게 되고 공부하게 돼요. 약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죠.
만삭의 몸으로 약 30여편을 진행한 후, 출산으로 인해 <약 먹을 시간> 시즌 1은 종료되고 다음 시즌 촬영은 아직 계획 중이다. 시즌 1 방송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유익하지만 좀더 재미를 살렸으면 좋겠다는 반응부터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상담하는 댓글들까지 여러가지였다.
시즌 2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기가 백일이 되었으니 슬슬 다음 시즌 제작에 들어가야죠(웃음). 시즌 1은 파일럿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면, 다음 시즌부터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듣고 만들어 보고 싶어요. 궁금한 것을 알기 위해 유튜브를 찾고, 댓글로 묻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유투브에서 주제를 찾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잖아요. 우리 채널이 그렇게 궁금증을 풀고 일상 생활에서 유용한 채널이 되었으면 해요.
실제적인 도움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영상에 걸맞는, 시각적인 효과를 좀더 넣고 싶어요. 인포그래픽이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 자료, 효과를 만들고 연출적으로 캐릭터도 좀더 살려 보고 싶고… 한회 두회 만들어 보면서 점점 기술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전문적인 기술이 부족하거든요. 편집에 조력을 얻는다면 저희는 기획과 구성에 좀더 힘을 쏟을 수 있을 테니까요. 구독률이 올라가면 컨텐츠를 바탕으로 책도 내고 싶어요.
영상을 통해 굳이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시작을 한 거죠.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개인적인 보람 때문에요. 한 사람이 갖는 에너지는 한정이 있고 저희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약사의 역할은 약국이라는 공간 안에서 제약이 많아요. 공간을 벗어나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좀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었어요. 약국에서는 약을 팔지 이야기를 팔 수가 없거든요. 장삿속이라는 오해를 깔고 볼 때도 있고…
의사들이 하는 상담은 그 자체로 의료행위지만 복약지도를 제외한 약국에서의 긴 상담은 가치를 평가받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해요.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 가는 약에 대해 실제로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는 것인데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데도 모르는 걸 보면 안타까웠죠. 그러다가 월요약국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사람들도 궁금증이 풀렸다고 좋아했지만 저희의 갈증도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람들을 직접 보고, 알고 있는 걸 더 많이 이야기하고… 그렇게 에너지를 얻어서 약국 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구요. 직장 내에서 해소하지 못한 걸 많이 이뤄냈죠.
<약 먹을 시간>이 앞으로 어떤 컨텐츠가 되기를 바라나요?
앞으로의 계획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일들이 자꾸 생겨서요. 어떻게 확장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듣는 사람들에게 좀더 좋게 닿기 위한 고민을 늘 하죠.아직은 미흡한 것이 많지만 계속 보다 보면 좋아지실 거에요(웃음) 발전하는 모습을 봐주세요. 막 재미있지는 않은데 은근히 재미있거든요. 재미있다는 걸 알 때까지 보시면 된답니다!
이들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선한 영향력’이었다. 약국 안에서 나누는 개별적인 만남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앎을 나누고 싶어서 직접 사람들과의 소통을 기획하고 두 약사의 노력을 보며 앞으로 이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