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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마을스케치] 2023년 정릉마실 교수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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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2023년 6월 7일

한차례 피었던 알록달록 화려했던 꽃이 지고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5월의 봄날 정릉 교수단지에서는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라는 아주 특별하면서도 인상깊은 축제를 진행했다. 교수단지 내 주민들이 자신의 집 마당에 있는 정원을 오픈해서 보여주고 정원축제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들이 가꾼 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 뜻깊은 축제다. 사실 친구 집이더라도 오픈하고 파티를 여는 문화가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집집마다 사적 공간인 담장안 정원을 개방하고 뜻을 모아 마을축제를 연다는게 사실 흔치 않은 행사다보니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축제는 정원이 있는 교수단지의 마을카페 도도화부터 시작됐다. 도도화는 평소에도 정릉 앞 작고 조용한 로컬카페로 정릉 산책후 잠시 쉬었다가기 좋은 곳인데, 이번 행사에서는 중심 본부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도화 앞에는 종합안내소가 있어 참여자들이 상주하며 지도를 나눠주기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도 해주었다. 또한 제주에서 온 친환경 농작물을 판매하고, 각종 수공예품과 생활용품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열었다.

카페 도도화 안에도 도란도란정원이 있어 초록빛 잎새들과 꽃을 즐길 수 있었다.

지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다 골목으로 접어들면 계단 위에 빨간 벽돌집이 보이고, 금낭화뜨락이 나타났다. 금낭화가 예쁘게 피어있는 정원이었는데, 금낭화 뿐 아니라 예쁜 계단을 따라 다양한 식물과 화분들을 볼 수 있었다. 마당한켠에는 상추며 채소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다음으로 찾은 정원은 매화향기라는 정원이었는데 대문부터 정원안쪽까지 예쁜 그림이 가득했다. 마당안쪽으로 화분이 가득 놓여있었는데 갖가지 꽃이 때마침 다양하게 피어 오색 실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바로 그 옆집은 하모니정원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모니공연이라는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도 척척하면서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공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또한 정원 옆 주차장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만든 꽃비빔밥과 야채전을 팔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어먹으며 즐거워했다.

가든파티가 막 끝난 도도화 정원에서는 맛있는 쿠키와 스콘, 샌드위치를 나누었고, 정원에 정자가 있는 선이 머무르는 집도 볼 수 있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인 쉼터를 지나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돌맹이들의 수다라는 예쁜 집이 나오고, 교수단지 버스정류장을 지나 골목을 돌아 내려오면 쌈지정원이라는 예쁜 정원도 만날 수 있다.

쌈지정원은 크지는 않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정원이었다. 정원 한켠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었고, 정원으로 비치는 밝은 햇살과 햇살에 비친 알록달록한 꽃들은 보는이들마저 기분좋게 했다.

빌라 앞에는 한평정원이 있었는데, 정원은 담장 안에만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자투리 공간이 예쁜 정원으로 태어난 것을 관람하면 좋겠다고 써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정원은 담쟁이정원이었다. 담장이 온통 초록빛 담쟁이덩쿨로 가득한 정원이었는데, 정원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꽃을 심어두어 보는 재미도 느껴졌다.

집집마다 담장안에서 가꾸는 푸르른 정원들 뿐 아니라 담장사이에 자라는 작은 식물들도, 골목길을 따라 이어진 화단도 사랑스럽고 예쁘게 느껴졌다. 첫째날에는 보지 못했지만 목화향기라는 정원도 둘째날에는 참여했다고 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마을투어를 하기도 했고, 가드닝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교수단지가 있는 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한 곳으로, 동이름이 정릉동이 된 이유도 이 왕릉 때문이다. 정릉교수단지는 1965년 서울대 교직원들이 주택단지를 조성하면서 교수단지로 불리게되었다고 하는데, 이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었을 때 주민들이 대문에 꽃 화분을 달아 재개발 반대의사를 표현하면서 동네 꽃길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원축제는 1년에 한번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며, 올해로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가장 푸르른 달인 5월에 개최되어 찬란한 봄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정원축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서울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과 속도로 삶의 터전을 일궈가는 이웃들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 정원라이프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기를 의도했다.

서울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는 골목과 정원이 있는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나서 만든 정원축제. 그래서 주민들간에는 화합의 장이되어주며 정릉 교수단지를 알릴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방문객들에게는 이색 경험과 힐링의 장이 되어주고 있다.

교수단지에서 정원을 가꾸시는 분들 중에는 정릉에 오래 거주하신 분들이 많아서일까 집 주인이라고 만나는 분들 중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어르신들과 교수단지 주민들이 초록 기운을 받아 오래 건강하게 지내고, 정원축제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져가길 바라본다.

[성북마을기자단 박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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