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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공간스케치] 성북동 선잠단지 선잠제와 성북선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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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2023년 5월 31일

성북구 성북동에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늘 같은 자리를 지켜 온 선잠단지가 있다. 선잠단지에서는 조선시대 중요 제례 중 하나였던 선잠제가 시행되었다. 선잠제란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한 해 누에치기의 풍년과 안정을 기원하던 국가 제례 의식이다. 2023년 5월 21일 오전 10시, 선잠단지에서는 제27회 0.0선잠제가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종 2년(1400년)부터 지내기 시작했고, 태종대 후반기에는 선잠제의 체제를 정비하고 ‘국조오례의’에 수록하였다. 선농제와 더불어 중사로 정하여 중요 제례로 봉행하였다.

선농제에서 왕이 농사의 시범을 보이는 친경을 하였다면, 선잠제에서는 왕비가 누에치기의 모범을 보이는 친잠을 행하였다. 다만, 왕비는 궁 밖을 나서지 않고, 궁궐 후원에 마련된 채상단에서 내외명부를 거느리고 친잠례를 하였고, 실제 제례는 성북의 선잠단지에서 왕비 대신 신하들이 참여하는 섭사의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선잠단지는 태종 14년(1414년)~세종 14년(1430) 사이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나 1908년 일제가 선잠제를 중단시킨 후 방치되어 옛 모습을 잃었다. 광복 후 1961년 선잠단지 환경정비를 진행하여 1963년 사적 제83호로 지정되었다. 2016년에는 선잠단지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해 옛 선잠단의 위치와 형태를 확인하였고, 재현 공사를 진행하여 2020년 12월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선잠제는 신을 맞아들이는 영신례, 신위에게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 신위에게 첫 잔을 올리는 초헌례, 신위에게 둘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 신위에게 셋째 잔을 올리는 종헌례, 제주가 복을 받아 잔을 올리는 음복례, 변두를 거두는 철변두, 축문을 묻는 망예로 진행된다. 각각의 행례마다 제례악이 연주되며 음악과 함께 노래와 무용이 어우러진다.

선잠단지 바로 옆에는 성북선잠박물관이 있다. 선잠단지의 역사성을 조명하고, 선잠제의 올바른 복원과 전승, 한국인의 의생활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건립된 성북구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전시와 함께 교육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된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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