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갑긴하지만 싸목싸목 산책하기 좋았던 금요일 오후 2시.
성북구마을만들기지원센터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장애인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알록달록 발걸음의 “알록달록 초대”에 참석하였습니다.
알록달록 초대는 인권영화를 통해 장애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에는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중 ‘대륙횡단’의 주인공인 장애인인권활동가 김문주님을 초청하여 영화도 함께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번 알록달록 발걸음이 진행하는 사업의 이름은 “숨은사람 찾기”입니다. 성북구가 서울시 지역구 중 4번째로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는 마을이나 거리에서 장애인을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그 분들은 어디 계신걸까요?
주변에서 “집에나 있지 뭘 힘들게 거리로 나와?” 라는 말과 눈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고,
비장애인들은 배려라고 하는 행동이지만 실제로 장애인들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지는 행동들과(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비장애인들이 배려한다고 자리를 양보해주어 지하철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등의 상황) 밖에 나오기 힘든 건축물의 조건들이 그들을 숨게한 것은 아닐까요?
작년 대통령선거 때 정말 작게 한켠에 난 기사가 마음을 뜨끔하게 했습니다.
장애인들의 투표문제였습니다. 투표소 인근까지 와도 실제 투표를 하는 곳은 주로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구조의 건물이어서 투표장 앞에서 발걸음을 돌린 분들도 계시다고 합니다.
비장애인에게는 정말 쉬울지 몰라도, 휠체어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그 길들이 접근조차 힘들지만 다들 장애인의 이동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센터건물도 그러하여 약간 부끄럽습니다ㅠㅠ)
국민의 의무의자 권리인 투표가 이동권과 접근권에 막히는 현실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도심의 중심, 광화문.
몇 년전 10차선이 넘는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생겼습니다. 이동도 편리해지고 참 좋더라고요.
광화문 앞에 갑자기 횡단보도가 생긴 이유는 뭘까요? 그 답을 ‘대륙횡단’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짧은 장면들이 모여 완성된 ‘대륙횡단’을 보면서 순수한 마음에 웃기도, 마음 아픔에 웃기도, 약간 눈물 짓기도 하였습니다.
잔잔한 영상이지만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 중 하나는 ‘음악감상시간’이라는 부분입니다.
카메라 워킹 하나 없이, 휠체어 리프트가 상승하고, 즐거운 나의 집 노래만 공허하게 울려퍼지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휠체어 장애인 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노래라고 하더라고요.)
노래가 정말 우렁차게 흘러나오는 순간 역사 내 많은 사람들이 리프트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된다는 기분 나쁜 순간을 계속 경험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은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서 이동하는 과정이 그나마 좋다고 하는데, 설치 안된 역이 있을 경우 이동이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동일한 조건에서 비장애인이 1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장애인은 3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 ‘대륙횡단’이었습니다.
주인공인 김문주님이 목발을 짚고 차가 계속 지나가는 광화문사거리, 그 도로에 당당하게 걸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빵빵- 계속 되는 클락션 소리에도 하나의 망설임 없이 터벅터벅 사거리의 중심까지 걸어가는 그 모습은
왠지 모를 희열과 두근거림, 그리고 불안함을 동반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경찰 2명에게 붙잡히며 소리치는 김문주님의 목소리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 들던 수많은 생각들-
부끄럽게도, 김문주님의 목소리보다 그 사거리에서 김문주님을 보고 수군댔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먼저 상상되기도 했습니다.
김문주님의 그 엄청난 발걸음이 광화문 사거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게 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횡단보도가 생기기 전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광화문역에 갈 수 조차 없으셨다고 합니다.)
대륙횡단을 함께보며 든 생각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들었던 주연배우 김문주님의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고, 질문도 답변도 즐겁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갔으나, 그 재미는 이후에 있는 알록달록 초대에 참석하셔서 느껴보시길!
△ 파노라마로 촬영했는데, 어찌나 차들이 많이돌아다니던지 얼룩처럼 차의 흔적이 남았네요^^
알록달록 초대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도로에는 사람도, 자동차도 많습니다.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어 반대편을 향해 타박타박 걸으니 83걸음이 나왔습니다.
저상버스 운영실태, 지하철의 넓고 높은 틈새에 대해 이야기하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화두를 잡도록 도와준 알록달록 초대는 하반기에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알록달록 발걸음 카페
마을포커스에서 알록달록 발걸음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함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