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키운 건 8할이 ‘마을미디어’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소년 토토의 어릴 적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토토는 마을의 작은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영사 기사 알프레도에게 영사기 조작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후 유명한 영화감독이 됐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토토는 마을에서 꿈을 키웠다.
누구나 어릴 적에 꿈이 있었다. 기자나 앵커의 꿈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은 주민들을 위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함께하는 성북마당이 ‘주민기자 양성교육’을 주최했다. 주민기자 교육은 뉴스기사 글쓰기와 동영상 촬영과 편집으로 이루어졌다. 종강 때에는 수강생들이 배운 실력을 바탕으로 작품 시사회도 가졌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청소년 미디어교실’을 열어서 마을의 아이들에게 꿈과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11월부터 <몸맘건강 마을학교>주관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보약 같은 강좌인 ‘몸맘건강교실’과 ‘음악치료’ 강좌를 열었다. 또한 배움을 통해 일상 속 즐거움을 주는 깨알 같은 강좌인 ‘셀프무비’(영상미디어 교육)와 ‘우리아이를 위한 핸드메이드 인형극’으로 마을 주민들 삶의 쉼표를 채워 줬다.
‘셀프 무비’ 강좌가 종강하자마자 12월 16일부터 와보숑에서 총 4회의 ‘라디오 교육’ 강좌를 개설했다. 지난번 ‘주민기자교육’과 ‘청소년 미디어교실’, ‘셀프 무비‘는 물론 ‘라디오 교육’ 모두 모집정원이 조기 마감되었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민기자교육 수료생들은 영상 동아리를 결성하기도 했다. 주민기자교육 수료생들과 청소년 미디어 교실 수료생들은 와보숑 뉴스에 앵커로 참여하거나 주민기자로 취재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마을미디어 교육을 수료한 후에는 수강생들에게 와보숑 주민기자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마을에서 주민기자나 라디오 DJ의 꿈을 펼치고 싶은 마을주민들은 마을미디어 교육을 꼭 받기를 권한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이자, 생태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는 세계화의 문제점인 양극화를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호지의 주장은 마을미디어에도 적용된다. 마을 미디어 교육을 받고 마을 곳곳을 누비며 취재하다보면 자연히 마을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와보숑의 마을영상잡지인 ‘빌리진’은 우리 이웃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찾아준다. 성북동에서 3대째 세탁소를 하고 있는 마을주민을 인터뷰 촬영하여 그의 인생 스토리를 보여줬다. 성북의 마을주민들이 불금을 어떻게 보내는 지 궁금하여 성북천에 있는 ‘성북동 막걸리집’을 취재했다. 마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기업인 ‘에듀닥터’와 ‘놀이나무’를 탐방취재하기도 했다. 또한 빌리진은 협동조합의 의미와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We Can Do That!’을 지식채널 e처럼 짧고 굵은 메시지로 화두를 던지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와보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보숑 뉴스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마을뉴스 39회째 방송했다. 영화관에서 1박2일 아빠와 함께 했던 아이들 모습, 마을을 깨끗하게 치우고 꽃을 심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봉사단체 뷰티풀 선데이, 장애인 극단 판의 장애인 미디어교육 등이 올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와보숑에서 활동하는 주민기자는 성북의 다양한 마을들-장수마을, 북정마을, 소리마을-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게다가 성아들, 웰빙 수라간, 행복한 정릉카페 등의 협동조합, 그리고 여러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다양한 마을축제 등을 촬영하고 취재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닫는다.
미당 서정주의 <자화상>에서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시구가 있다. 이 시구에 빗대어 마을미디어 교육 수료생들과 마을주민기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만 같다. “우리를 키운 건 8할이 마을미디어”라고…….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마을미디어교육과 주민기자로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해경
-활동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