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
시민문화유산 3호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입주작가 이민하의 ‘오픈스튜디오’가 오는 7월 27일, 성북구 동선동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열렸다.
2016년 입주작가로 선정된 이민하는 숭고, 제의성(祭儀性)을 주제로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미디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권진규 아틀리에 전경 ⓒ 성북마을기자단 정윤희
권진규 아틀리에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가 일본 유학에서 돌아 온 후 직접 짓고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한 공간으로 예술가의 자취가 남은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134호)이다. 2006년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 여사에게 아틀리에를 기증받아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보전하는 시민문화유산 3호가 되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후원과 기증으로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있는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는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창작공간 프로그램과 정기개방, 문화프로그램, 심포지엄 등 다양한 시민대상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는 인두로 직접 기도문을 팔찌에 새기는 체험프로그램을 열었다. 하필이면 왜 팔찌일까? 기도문 팔찌라 함은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기억을 가죽에 인두로 직접 글씨를 새김으로써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팔찌를 선택했다.
팔찌에 적을 글귀 또한 기도문뿐만 아니라 평소에 인상 깊었던 말, 인생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말 등 원하는 글귀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넣을 수 있다.
오후 7시, 작가의 필사 작업에 관한 설명으로 체험 참여자들을 한곳에 모으고, 참여자들이 직접 인두를 만지게 된 것은 오후 8시가 넘어서였다. 한명씩 순서를 정해 가죽에 인두로 글씨를 써보기 앞서 대다수의 인두를 처음 접한 참여자들은 짜투리 가죽에 글씨 연습을 해 보고 직접 가죽에 새기기 시작했다.
참여자가 직접 인두로 팔찌에 글씨를 쓰고 있다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
인두를 잡고 글씨를 쓰는 힘의 강도에 따라 진하고 옅게 새겨지는 글씨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난감했다. 가죽에 글씨를 쓰면서 가죽 타는 냄새가 나는데 이는 마치 드라이를 할 때 머리카락 타는 냄새와 비슷하다. 체험 후 참가자 들이 새긴 팔찌와 팔찌 내용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작가에게는 다국어로 된 기도문 필사 작업은 성스러운 의식이고 행위이다. 반면 가죽이라는 자체가 죽기 전 살아있던 동물의 피부로 인두를 사용해 지지고 태우는 과정 자체가 파괴적 성향의 작업과정이다. 작가는 기도문을 옮길 때 조금 더 조심스럽게 옮기게 되고 이를 통해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작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작가에게 직접 기억에 남는 기도문에 대해 물어보니 작가는 2010년도 아이치 트리앤날레 관객 중 코드디부아르 흑인 두 분한테 받은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느 종교에서나 나오는 흔한 말이지만 그들과의 만남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고즈넉한 골목길에 위치한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팔찌를 매개로 예술가와 만나고 나를 만나는 시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올 하반기 권진규 아뜰리에 작품 전시를 기대해 본다.
권진규 아틀리에
주소 성북구 동소문로26마길 2-15
문의 02-3675-3401~2 / http://www.nt-heritage.org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정윤희]
[사진/보도자료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