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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우리동네 어쩌다 여는 플리마켓 사흘마켓 in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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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디
2017년 7월 18일
사흘마켓을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두 번 마주쳤다. 오전에 성북구청 근처의 한 가게 문에 붙은 분홍색 포스터를 그날 저녁 정릉에서 발견했을 때, 어쩐지 여기는 꼭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7월의 사흘마켓(7월 10일~13일)이 열리고 있는 카페 보나깔롱의 문을 열었을 때, 처음 가 보는 곳의 문을 열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어색하지 않고 정겨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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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본 그 포스터 ⓒ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사실은 처음이 아니었다. 사흘마켓, 사흘유랑단? 낯설지 않다 했더니, 5월 누리마실에서 멋진 한복을 떨쳐입고 사흘유랑단 부스를 선보였다고 한다. 유아복과 천연 비누, 은제 장신구, 향초와 생활한복 등 예쁜 공예품들을 고르기 위해 사람들이 오가는 속에서 카페 보나깔롱 대표이자 사흘마켓을 주최하는 ‘사흘유랑단’의 단장인(공동단장 이서연) 권기정 대표와 만났다. 

성북구 정릉 2동 주민센터 뒤편의 골목에 자리잡은 한복문화카페 보나깔롱. 자개를 박은 카운터와 테이블 상판, 벽에 걸린 화려한 활옷, 매듭끈에 오밀조밀 아름다운 것들을 엮어 늘어뜨린, 노리개같은 장식들, 인형옷처럼 작고 깜찍한 유아용 한복이나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운 생활 한복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이 멀어진 전통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화려함과 섬세함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카페다. 카페 보나깔롱은 한복 문화 카페이자 아이들의 돌 사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기도 하고, 바느질을 배우는 공방이자 마을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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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새로 발견하는 곳 ⓒ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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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Q. 한복과 카페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네요. 어떻게 열게 되신 건가요?
A. 전통 문화 플래너 일을 했어요. 돌잔치를 하는데 아이들에게 한복을 제대로 입히지 못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입는, 진짜 한복의 멋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리고 돌잔치나 백일상 차리는 격식도 점점 이상하게만 변하는 게 아쉽더라구요. 제대로 된 문화를 알리고 싶었어요.

Q. 카페에서 마켓을 열게 된 계기는요?
A. 정릉에 카페를 열고 주변 공방과 수공예를 하시는 분들과 함께 ‘사흘유랑단’을 만들었어요. 왜 사흘이냐고요? 정릉동의 옛 이름인 사을한리(沙乙閑里)를 연상하게 하고 전통 시장인 삼일장의 이미지도 있잖아요. 올해 4월부터 카페 보나깔롱에서 매달 한번씩 꾸준히 진행했고 성북구 누리마실이나 그린도어 등 인근의 다른 페스티벌에 사흘유랑단의 이름으로 참가하기도 해서, 벌써 대여섯 번의 경험이 쌓였죠. 10여 명의 셀러들은 여기 사는 주민들이자 수공예품 창작자들이죠. 우리 셀러 중에는 초등학생 남아도 있어요. 자기가 쓰던 장난감부터 가족의 핸드메이드 상품까지 정말 잘 팔아요. 장사에 소질이 엄청나더라구요. 매달 오시는 손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구요. 단골로 찾아주시기도 해요. 이런 친근함이 사흘마켓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매달 한 번(정해진 날 없이 셀러들의 조율로 개장 날짜를 정한다) 열리는 마켓에 참가하는 셀러들은 참가비로 5천원을 낸다. 권기정 대표는 셀러들에게 커피와 김밥으로 식사를 대접한다. 한푼도 남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카페 영업 시간을 비워가며 이런 수고를 감내하는 이유가 있을까?

“사람들이 모이는 게 좋아요. 마켓의 경험을 통해 참가하는 셀러들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게 보이고요. 제가 돌잔치, 백일잔치 차리기도 하고 있는데 이런 수공예품을 요즘 답례품으로 많이 이용하시죠. 저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아이들을 위한 잔치를 전문으로 하는 마을기업을 설립한다면 저는 상차림을 맡고 이분들은 답례품을 맡는 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전에는 종로에 작업실을 갖고 있었는데, 성북구로 이사온 후에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다른 곳에서는 그다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관심을 갖고 도와주겠다, 참여하겠다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이런 분위기가 바로 ‘마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들었죠. 이런 분위기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저희 셀러들 중에는 직장과 수공예를 병행하는 분들도 많아요. 예전처럼 한 가지 일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기가 어려운 시대잖아요. 그래서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우고, 다른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시는데 마켓은 그런 분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요. 사업을 새로 하려는 분들이 마켓에서 직접 손님들을 만나는 게 다 경험이 되지요. 새로운 스타트업인 거에요.”

Q. 성북에서 마을공동체를 발견하고, 그 안에 숨은 가능성도 발견하시게 된 것이군요.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어려운 일들도 있을 텐데요.
A. 저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상인의 인식과 주민들의 인식 사이에서 아직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이익이 걸린 부분임에도 주민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을 마주치게 되면 속이 상하죠. 장사와 공동체가 어떻게 잘 맞물려 떨어지게 할 수 있는가 고민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제 신념은, 동네 소상공인이 잘 되어야 마을이 잘 된다는 거에요. 소상공인도 마을 속에서 성장해야 하고 또 마을의 활력에 기여를 해야죠.  우리가 대기업 유통, 마트 물건만 사면 모든 돈은 대기업에게만 쏠리고 마을로 오는 건 바짝 마를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여기 옆집에 사시는 분이 제게 준 한복값이, 제가 마을슈퍼 사장님에게 드리는 물건값이 되고, 슈퍼 사장님 자녀들은 동네 문방구에 가서 그 돈을 쓰고… 그렇게 마을 안에서 돈이 돌아야 다같이 풍요로워지는 거잖아요? 이게 사회적경제의 본질이잖아요. 

권기정 대표는 핸드메이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서는 사업을 하면서도 본질적인 예술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상권 분석을 해 보면 서울 내에서 정릉이 초등학교도 많고 아이들이 많은 곳이에요. 저는 여기 사는 아이들에게 ‘문화자존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어릴 때 문화적인 것을 많이 접하지 못하면 성장해서도 문화나 예술은 괜히 비싸고 낯설고 나랑 상관없고 안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러면 영영 삶에서 아름다움을 접할 기회와 멀어지는 거잖아요. 정릉에서 자란 아이들이 문화자존감을 키우고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지요.
그런 점에서 정릉에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전통의 흔적은 문화자존감을 유지하게 해줄 좋은 보물인데, 마구잡이로 사라져 버리는 게 아쉬워요. 이 카페의 테이블이 된 자개판만 해도, 버려진 자개 농짝문을 주워와서 만든 거에요. 이렇게 모습을 바꾸니까 버려진 고물이 앤티크로 다시 태어나잖아요. 저는 이런 리사이클링, 버려지는 것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예술품을 만드는 마을 기업도 생겨서 함께 작업을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사흘마켓의 철학 안에는 마을과 공동체, 예술과 사업, 사회적 기업과 소상공인의 마을 속에서의 성장, 사회적 경제의 본질 등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폭넓은 구상과 활동력으로 사흘유랑단이 정릉을 비롯한 성북 내 곳곳에 아름다운 문화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사흘마켓은 8월 한달은 쉬고 9월부터 다시 카페 보나깔롱에서 개장된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nacalon , 홈페이지 www.bonacalon.modoo.at 참고

<카페 보나깔롱에서 열린 7월의 사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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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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