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2.26(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각자도생에서 사회적 우정으로’ 라는 주제로 기획된 서울혁신포럼 3부작 중 첫 번째 시간인 제1부 ‘커뮤니티 사회로 가자’ 포럼이 있었다.
기조 발제를 통해 정책 기반 마을 사업의 철학적 토대를 점검하고, 다양한 패널들과 함께 현 시점에서의 이슈를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지역 전문가, 혁신 활동가, 일반 시민, 공무원등 다양한 단위가 모였다. 준비한 자리가 부족할 만큼 많은 인원이 몰려, 급하게 의자들이 투입되기도 했다. 먼저 서울시 지역공동체 서진아 담당관의 사회로 행정안전부 혁신읍면동 추진단 정보연 단장의 ‘도시 회복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사회’란 기조 발제가 있었다. 스케치북위에 싸인펜 손 글씨로 쓴 ‘정보연의 스케치북’이라 불리우는 시그니처 발표 스타일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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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시민들은 정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살아갈까? 나는 잘 모르겠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 요약처럼, 흥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웃 공동체,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얼띠기 공동체를 지양하기 위해선 먼저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고민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으로 발제는 시작됐다. 스케치북 위에는 큼지막하게 ‘개인 VS 공동체’는 글이 써 있었다. 발제자는 ‘인류는 지난 20만년동안 공동체에 속박되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이제 막 개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공동체주의자들은 개인주의자보다 개인에 대해 더욱 잘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행복의 조건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조지 베일런트 저, 이덕남 역)을 근거로 인용했다. 이 책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 ①은 겪고 있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가 아닌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내면의 힘이 있는가이고 행복의 조건 ②는 고매한 인격은 혼자가 아니라 상호작용속에서 성취된다라고 한다. 궁극적으론 공동체를 지향해야겠지만, 더 깊이 내면으로 파고 들어 개인이 정착되어야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개인과 공동체와 국가가 어떻게 공존하고 균형을 이뤄야하는지, 시민 사회의 형성과 비재래식정부를 조건으로 시민 이니셔티브가 한국 사회에선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에 대한 짧은 의견을 전달했다. 기조 발제의 막바지에는 상상과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이 존중되는 주민 자치와 지역 정책의 통합 방향을 몇 가지 제안했다.
1. 마을계획과 마을자산이라는 2가지 수단으로 커뮤니티와 자치의 기본틀 엮기
2. 이 기본틀 중심으로 도시재생 + 지역복지 + 마을경제를 재구성해서 얹는다. 지역사회국 구성
3 .분권광역정부+자치공동체근린정부 실험 (제주도정부 + 43개읍면동정부 + 2개의 브릿지)
4. 자치분권시 지방정부차의격차 커질 것. 중앙정보의 조정기능 필요하지만 지방정부 간 화해에 기반한 자율적 조정이 1차. 그동안 자원과 인재를 싹쓸이해 온 서울시 + 몇개의 광역시가 주도하여 매년 3000억 규모의 사회적 우정 기금 출현. 어려움을 겪는 지방에 커뮤니티 사회 지원 + 소멸위기 해소 지원
5. 국제사회에도 커뮤니티는 중요
동–남아시아 메가시티 커뮤니티 구성 ‘국가가 분쟁한다면 도시가 평화와 번영을 만들겠다.’
이 지역의 메가시티 15개가 전체 경제의 70% 이상을 담당. 미래는 국가보다 도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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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발제 후에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김승호 부단장,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원재 소장, 안산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이필구 센터장, 금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의 조영진 마을활동가를 패널로 모시고 발제를 바탕으로 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토론의 주제는 ‘마을 공동체에서 주민자치로의 확장 모색을 위한 현실적 처방에 대해’였고 내용은 ①동단위 커뮤니티 구축과 주민자치플랫폼 형성을 위한 ‘주민자치회’의 포지셔닝 방안 ②주민자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도 논의 ;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세 등 제도 연계 및 행정 지원체계 변화에 대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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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치구 활동 소감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활동 기반은 다르지만 고민점은 비슷했다. 주민자치회 사업의 과제들(기존 활동가와 신규 주민자치회간의 갈등 문제, 위원회의 대표성 문제 등)이 산적해있는 상황과 마을 사업에 수반되는 행정처리 절차와 소통 라인등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현 권력 관계가 재편되고 주민에게 권한을 더 위임해서 토대 기반을 강화시키지 않는 한, 사업 설계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 의식도 제기됐다.
동대문구에서 온 마을 활동중인 주민과 ‘커뮤니티’라는 주제에 꽂혀 무작정 방문해 본 ‘청년’도, 당면한 지역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엔 한결같이, 주민 자치가 잘 정착되어 지역 공동체가 더 살기좋은 곳으로 변모하리라는 소망이 바탕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뾰족한 현실적 처방법은 등장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현대사의 직선제 정착에 걸린 시간들을 톺아보며, 더욱 건강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때 까지 인내로 시도와 수고를 멈추지 말자는 격려가 덧붙었다. 선진국만의 전유물처럼 높아보이는 이상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씨름하는 많은 이들덕분에, ‘커뮤니티 사회’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진 시간이었다. 좋아서 만드는 커뮤니티, 자치의 맛을 아는 지역 공동체, 일상의 민주주의 체계(생활의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실행하는)가 실현되는 사회를 꿈꿔본다.
[글/사진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