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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우리 동네 숨은 명소 찾기 (7) – 성북동 큐레이션 서점 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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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느
2018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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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이제 오픈한지 6개월 남짓, 작년 10월에 문을 열어 이제는 입소문만으로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알려진 성북동 큐레이션 서점 부쿠. 성북동 끝자락. 서울 다원 학교 앞에 위치한 서점 부쿠는 옅은 베이지색의 2층 건물로, 아치형의 유리문과 창문들 그리고 높은 층고가 마치 지중해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적당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이 조화롭던 완벽한 5월의 봄날. 서점과 연결된 탁 트인 정원에서 부쿠 점장이자 북 큐레이터인 나영란 디렉터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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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서울 많은 지역 중에 성북동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점 오픈을 꿈꿨다. ‘위치는 어느 곳으로 하는 게 좋을까를 논의했을 때 모두 꼽았던 곳이 성북동이었다. 방문하는 이들에게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는 곳을 생각했을 때 성북동이 주는 매력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곳, 쉼이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먼저 생각나는 곳이라 느껴졌다.

 

부쿠를 검색 했을 때 나오는 소개글이 큐레이션 서점이다

일반 서점과는 조금 다른데 어떻게 큐레이션 서점이라는 컨셉을 시작하게 됐나

사람들이 서점을 가는 이유는 책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정보가 필요해서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넘쳐나고, 독서를 원하지만 읽을 시간이 없거나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짧은 시간 내에 고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들이 이 책은 정말 좋다라고 추천해 줄 수 있는 서점이 필요하다는 의의가 모아져 큐레이션 서점이라는 방향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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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김지연 


사람들이 책에 더 친근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책 읽기의 일상화를 추구한다. 단순하게 책을 추천만 하는 곳은 아니다. 사람들이 서점을 꼭 책만 사는 곳이 아닌 일상적으로 다가가기 쉬운 곳으로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에 커피와 베이커리, 정원 등의 요소를 추가하게 됐다. 또 책만 사고 나갈 뿐만 아니라, 내가 산 책을 읽을 만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요즘에는 자기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갈수록 사라지지 않나. 카페 형식의 공간을 갖추면, 많은 이들이 좀 더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책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했다.

 

큐레이션 서점답게 북 큐레이터가 상주한다.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누군가에겐 낯설 수도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일반적으로는 책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 찾게 되는 사람인 것 같다. 현재는 북 큐레이터란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상징적인 역할이 떠오르진 않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북큐레이터가 직업적으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저 편하게 나보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아는, 친구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어떤 분야의 책들을 큐레이션 하고 있나

공동 대표 두 명중 하나가 SNS에서 100만 명이 넘는 독자와 소통하는 책 읽어주는 남자를 운영하는 편집장이자 작가이다. 그 분이 에세이 위주로 큐레이션을 하고 있고, 손글씨가 예쁜 다른 큐레이터가 에세이와 시 위주로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소설과 인문, 경제와 경영 등의 분야는 내가 큐레이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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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큐레이션 하는 방식이 있다면

일차적으로는 부쿠픽을 통해서 한다. (부쿠픽이란? 부쿠의 큐레이터들이 소개하고 싶은 문장이나 공유하고 싶은 페이지에 밑줄과 코멘트를 남겨 전시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와 대화하듯이 책을 추천하는 부쿠만의 방법. 부쿠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들 사이사이에 삐죽이 나와 말을 거는 부쿠픽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 보통 부쿠픽을 보고 책을 구매하지만 거기서 더 적극적인 독자들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럼 대화를 통해 최근에 읽은 책이 무엇인지, 그 책에서 어떤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추천을 하며, 큐레이터가 읽어본 입장에서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식으로 소개를 한다.

 

매달 추천 책이 따로 있던데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매월 15일을 기준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새로 작성하고 비치한다. 기본적으로 읽은 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성북동에 부쿠가 처음 생겼을 때, 주민분들이 성북동에 예술인이나 문인이 많은데 그분들과 관련된 책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성북동과 관련된 책들을 입고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처음 성북동을 접한 계기가 수연산방이다. 이곳은 고 김환기 화백이 결혼하고 신혼을 차린 집인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발굴하다가 라디오 작가였던 정현주 작가가 쓴 우리의 파리가 생각나요라는 책을 발견하게 됐다. 이 책은 김환기 부부의 파리 생활이 담긴 에세이 책인데 529일에 정현주 작가와의 북토크도 한다. 초반부터 추천을 많이 했던 책이기도 하고 이번 달은 특히 많이 소개하고 추천하는 책이다. 북토크는 별도의 참가비 없이 책을 구매하면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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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북토크 외에도 북 큐레이터 클럽, 북 바인딩 클래스 같은 이벤트들이 있던데, 계속 계획하고 있나

요즘에는 작가의 생각이나 글을 쓰게 된 의도를 궁금해하고, 멘토 삼고 싶은 사람을 찾는 활동이 많아졌다.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이기도 해서 북토크는 매달 진행할 예정이다또한 부쿠픽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북 큐레이터 클럽이 생기게 됐다.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하는 클럽인데, 뭔가 거창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토론이 아니라 좋아하는 페이지에 밑줄을 긋고 코멘트를 달아, 왜 이 페이지를 공유하고 싶은지 편안하게 소개하고 나누는 자리이다. 북 큐레이터 클럽 같은 경우는 기수제로 하려고 하는데 선정 책에 따라 신청자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인가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간접적이지만 누군가를 위한 북 큐레이션 경험을 했다는 느낌 때문인지 참여했던 분들의 만족도는 큰 편이다북바인딩 같은 원데이 클래스는 낮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을 위해 할 생각이다.

 

요즘 다른 큐레이션 서점 들도 종종 소개되고 있는데

다른 큐레이션 서점과는 다른 부쿠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일단 부쿠만의 추천 방식인 부쿠픽이 있다. 그리고 서점마다 각각의 첫 인상이 다른 법인데, 부쿠는 예쁜 공간에 와 있다는 기분과 맛있는 베이커리와 커피를 즐기면서 추천해주는 책을 읽는 경험이 다른 서점들과의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같은 큐레이션 서점이라 해도 어떤 곳에 가면 11로 책 처방을 받고, 어떤 곳에 가면 유명인이 추천해주는 책을 읽는다. 사람마다 공간을 느끼는 경험이 다 다른데, 어느 서점이 더 좋고를 떠나 부쿠만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특별한 것 같다.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서점의 책은 많아지는데 그 책을 다 찾아야 하는 점이 가끔 힘들 때가 있다. 대형 서점이 아니다 보니 책들이 전산화 되어 있지 않아, 계속 서점에 상주 하면서 하나하나 기억해야 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 트렌드 이기도 한 책()()을 할 수 없는게 최대 고민이기는 하다. 정원도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날씨가 좋아지면 책과 함께 맥주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지역 특징상 주류음용 허가가 나지 않아서 서점 내에서는 테이크 아웃용으로만 맥주를 판매한다. 그게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 고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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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

은근히 단골 분들이 생겼다. 북토크를 연속 세 달째 참여한 독자 분도 있고, 제주를 오가며 사시는 주민 분이 딸과 함께 오랜만에 들렀다고 인사해주실 때도 있었다. 주중에는 동네 분들이 자주 오시는데 이젠 눈에 익기도 해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편이다. 주민들과 교류하는 것이 동네 서점의 장점 같다. 성북동의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공간 같달까. 얼굴만 보고 지나갔던 동네 주민을 만나, 부쿠덕에 지역 교류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분도 계셨다.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이용했으면 좋겠고 어떻게 협력하고 싶은지

살롱 같은 장소였으면 좋겠다. ‘카페 소사이어티같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예술가들이 머무르며 작업을 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관심있는 분야의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성북동 주민 한 분 한 분 다 와보셨으면 좋겠다. 성북동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첫 인상이 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힐링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공간 중 하나가 부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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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기자단 김지연 


왜 입소문이 났는지, 꼭 방문하고 싶은 서점인지, 나영란 디렉터가 꼽은 부쿠만의 매력이 왜 예쁜 공간에서의 경험인지 발을 내딛는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집에 들여다 놓고 싶은 서재와 커피를 즐기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 구석 구석 놓아진 동그란 방석, 책 사이사이에서 수줍게 인사하는 부쿠픽까지. 인터뷰를 마치고 서점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느 대형 서점들처럼 트렌드만 쫒거나 유행하는 순위가 나열 된 게 아닌, 북 큐레이터들의 고민과 열정이 담긴 깊이 있는 리스트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당신에게 처방된 책들까지, 무심코 지나가려는 발길이 절로 멈췄다.

 

소량이지만 정성껏 고른 영국과 일본의 문구류. 부쿠 로고로 만든 뱃지등의 굿즈가 소소한 재미를 더하고, 왜 서점에 커피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멋진 풍경으로 스며든 커피바는 기분 좋은 대답이 되었다.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방면의 예술인들이 드나들며 사교와 예술의 장소였던 카페 소사이어티. 부쿠가 큐레이션 서점을 넘어 지역의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하는 살롱이 되기를 예술에 관심이 많은 1인으로써 응원하고 기대해본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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