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릉을 품고 있는 천장산 아래의 동네, 석관동. 수수팥떡을 꿰어놓은 것과 같아 돌곶이 마을이라 부르던 것을 한자로 엮어 석관동이라는 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도시재개발이 일어나는 성북구 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을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 시골스러운 정감이 묻어나는데 최근 이곳에서는 문화공연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민과 이주여성들이 어울려 함께 조성하여 더욱 뜻깊고 반가운 행사, 다다식탁에 다녀왔다.
다다식탁은 석관동에 거주하는 이주여성그룹, 성북문화재단, 청년협동조합인 사고뭉치 등의 협력하에 주관하는 문화 다양성 푸드 마켓이다. 2018년 5월 시작한 푸드마켓 다다식탁은 지난 6월, 그리고 8월 31일까지 올해로만 벌써 세 번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시간이 닿지 않아 현장에 가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오늘 취재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기대를 갖고 석관동으로 향하였다. 이전에 사진으로만 보던 다다마켓의 모습보다 훨씬 행사장은 넓고, 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가득했다. 세계음식부스인 다다푸드마켓, 수공예품 체험부스와 중고장터 등으로 구성된 다다동네마켓, 그리고 다다놀이터 등 다채로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부스별로 마련된 ‘다다푸드마켓’은 단연 인기였다. 5시에 푸드마켓이 오픈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더니 빠르게 음식들이 소진되기 시작했다. 일본, 중국, 몽골,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러시아, 인도네시아의 8개국이 참가하였으며 호기심에 이끌린 기자 역시도 일본의 오코노미야키(일본식 빈대떡), 중국의 허쯔(부추계란 군만두), 네팔의 초이라(고기 무침), 러시아의 팬케이크 등을 모두 구입하여 음식으로의 세계여행을 잠시 떠나보았다. 앉아서 식사도 하고 행사도 구경할 수 있는 테이블이 넉넉하게 준비되었고 알록달록한 테이블보까지 씌워져 축제의 현장에 빠질 수 없는 식도락의 미학이 이어졌다. 즐거운 것은 입뿐만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부스에 전시된 아름답고 이색적인 전통의상을 보면서 동남아의 저렴하면서도 시원한 과일음료를 맛보는 기분은 마치 더운 날의 반짝이는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다다놀이터’의 세계놀이 공간 속에 푹 빠져있었다. 블록 체험장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아이들이 가득했다. 달팽이 놀이, 캄보디아의 대나무 놀이, 줄을 이용한 놀이 등의 즐길 거리는 다다식탁을 웃음소리로 채우는 일등공신이었다. 학부모들은 특히 간단한 놀이와 함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세계 언어 체험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는 베트남 모자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성북구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이주여성분들께 재미있고 신비로운 문화와 언어를 배워보기도 하고, 현지인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여행지를 추천받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돌곶이 생활예술센터의 엽서만들기체험, 성북 다문화도서관 및 미리내 도서관의 마을학교, 2019 서울시 시민참여예산투표 등 성북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정보도 알아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계획을 지지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다다식탁이라는 어여쁜 이름의 행사가 무르익으면서 다다식탁만의 독특한 행사가 이어졌다. 연남동 극단에서 활동 중이며 석관동의 행사에 애정을 담고 많은 참여를 하는 일명 ‘연남동 심 씨’의 보이는 라디오. 다다식탁의 섹션별 진행 상항 알리미의 역할은 기본이고, 마치 라디오방송처럼 사연과 신청곡들이 이어졌다. 캄보디아 전통춤, 인도네시아 주부의 한국가요열창,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악기연주가 펼쳐지면서 즐거움을 주체하지 못한 꼬마 친구들이 무대로 뛰어나와 그야말로 나이와 국적을 아우르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질수록 예쁜 조명들과 그보다 더 많은 주민이 더해져 축제다운 화려함을 덧입었다. 웃으며 참여하는 사람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동네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하고 멋진 행사였다. 놓치기 아쉬월던 기자는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한 연남동 심 씨와 다다식탁의 행사를 주관한 성북문화재단의 모선우님과 만나 짧게나마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남동 극단에서 활동하시는 착한 눈웃음의 연남동 심씨. 지난 다다식탁과의 차이점을 여쭤보니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번엔 멈춰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욱 즐거웠다는 소회를 전한다. 분주하게 오가느라 해가 진 뒤에야 마주한 모선우님께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있는 행사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하였고, 주변 상인분들과 거주하시는 분들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다는 배려심 깃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다다식탁은 석관동 주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로 더욱 안정적이고 성장한 행사가 되어갔다. 다다식탁의 매출금 10%는 석관동의 소외계층을 위한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다른 곳에 비해 변화가 적은 동네로 느껴졌던 석관동이었지만, 이 행사를 통해 이주여성들과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다다식탁의 다채로운 풍요로움이 음식과 문화, 살아가는 이야기로 꾸준한 관심과 호응 속에 인근 석관동 재래시장과 더불어 생명력 있게 이어졌으면 한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