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대표 책 축제 ‘책모꼬지’ 올해 8회째 열려
올해의 한 책 「딸에 대하여」, 「악당이 사는 집」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폭염이 지나가고 청량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깊어졌다. 예로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였다. 많은 곡식과 과실을 수확하는 풍요의 계절에 곳간뿐 아니라 마음의 곳간까지 채워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성북구는 2011년부터 매년 이 풍요의 계절에 ‘책모꼬지(Book Festival)’를 열고 구민들의 지식 곳간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책모꼬지 행사에 가을과 같은 풍요로운 마음으로 취재에 임하였다. 지난 9월 15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똑똑, 들어가도 될까?’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책 축제가 되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김명애 동덕여자대학교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700여 명의 구민이 준비하는 책모꼬지가 성북구의 독서 축제를 넘어 가을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면서 “성북구는 우리 구민들의 독서 증진을 위해 1동 1도서관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르는 것을 깨달을 때 엔도르핀의 400배인 다이돌핀이 생성된다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알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귀한 행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학교에서 개최하여 영광입니다.” 이어진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의 말로 책모꼬지 행사가 시작되었다.
성북구의 대표 책 축제인 책모꼬지는 ‘올해의 한 책 선정’을 기념하고 ‘한 책 읽기 독서운동’을 알리기 위한 자리이다. 이번에 선정된 올해의 한 책은 지금을 살아가고, 살아내야 하는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가 담긴 「딸에 대하여」(김혜진 저/민음사)이다.
올해의 한 책 선정과정은 4월부터 시작된다. 구민들을 대상으로 한 책 추천도서를 접수한 후 5월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와 성북구도서관 한 책 담당자 TF 팀이 선정지표(목표성, 대상, 도서 내용, 효과성 등)에 따라 후보 도서를 선정한다. 6월에는 최종후보 도서 4권에 대한 매력을 알아보는 문턱 낮은 소토론회를 8차례 열고, 이후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287명의 열띤 토론 끝에 선정한 책이 바로 「딸에 대하여」이다.
책모꼬지의 메인주제존도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교육(광장의 거미)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희망이 움트는 ‘희움’(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인권, 우리 지금 만나!(인권독서동아리 ‘사이’) ▲함께 즐겨요, 한 책!(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 청소년 한 책 추진단) 등으로 올해의 한 책과 흐름을 같이 했다.
어린이를 위해 선정된 한 책도 이번에 공개되었다. 오해와 편견의 위험성, 소통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려주는 「악당이 사는 집」(이꽃님 저/조윤주 그림/주니어김영사)이 그것이다. 책모꼬지에는 어린이 한 한 책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총 7개의 코스에서는 ▲자유롭게 책 읽기 ▲그림 순서 맞추기 ▲악당 분장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 물리치기 ▲영웅 배지 만들기 ▲나도 영웅, 기념사진 찰칵! 등 다양한 포스트를 체험하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자유주제존에서는 성북구 내 도서관과 독서회, 커뮤니티, 학교, 지역 가게 등 90여 단체 및 기관들이 준비한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가 펼쳐졌다. 동덕여대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꾸민 ‘에이스와 함께 게임하기’는 올해의 책 두 권의 공통 주제인 ‘오해와 편견’을 미디어 리터러시에 접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음악과 미술,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배우는 과정을 의미한다. 단순히 읽고 암기하는 것을 넘어 듣고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에이스 게임은 어린이 참가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성북구립도서관 12곳을 직접 가보지 않고도 가상 화면을 통해 미리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도서관 VR 체험존과 가죽공예와 반지 만들기 체험, 환경을 그려 담는 주머니 등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자녀와 함께 책모꼬지를 찾은 이상원 씨는 “책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느끼고 익힐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게을리했는데 이제 아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을 찾아가 재미있는 책 읽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였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