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오후, 하월곡 이마트 지하 1층 사회적기업 제품판매관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 제품판매관 프로모션인 ‘목화송이협동조합과 함께하는 면 생리대 만들기’에 관심을 가진 많은 여성의 참여로 아담했던 행사장이 꽉 들어찼다. 10월 2일 화요일 오후, 기자도 이 행사에 취재차 함께하게 되었다.
사회적기업 목화송이협동조합은 2006년 한살림 조합원들이 면 생리대를 보급하고자 ‘한살림 워커즈 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출자하여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공동체)’를 결성하여 사업을 시작하였다. 지금은 일회용품을 줄이는 친환경 바느질 제품을 만들며 그 일들로 지역의 중년층 여성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생협 조합원이었던 주 소비자층이 이제 더욱 확대되었다. 목화송이협동조합에서 만들어지는 면 생리대는 무형광, 무표백, 생지용으로 만들어졌으며 면 100%로 몸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제품 종류 또한 일반형(23cm), 대형(28cm), 오버나이트(32cm)로 다양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체험 참가자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생리대 제작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의 눈빛들이 반짝였다. 바느질 초보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에 안도의 미소를 짓는 분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기도 했다. 친구끼리, 모녀끼리 함께 오신 분들은 서툴지만 꼼꼼한 바느질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미리 그려진 선을 따라 반박음질을 하고 반박음질이 끝나면 가운에 꽂아두었던 시침핀을 빼고 곡선 부분과 꺾인 부분을 다듬었다. 가위집을 두세 번 넣고 뒤집어주면 금세 모양이 예쁘게 잡혔다. 마무리 홈질을 하고 암수 똑딱이를 생리대 양 날개 끝에 달아주고 나면 나만의 친환경 면 생리대가 완성된다.
참가자들이 두 개의 생리대를 만드는 데에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금방 만들 수 있는 생리대가 우리의 몸도 지켜줄 뿐 아니라 우리의 환경까지도 지켜줄 수 있다. 오랜만에 바늘에 실을 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손바닥만 한 생리대를 만드느라 여기저기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기도 했지만 완성된 나만의 면 생리대를 보니 어쩐지 뿌듯하고 기분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면 생리대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세탁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쓰는 것을 꺼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렵지 않아요.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바느질이 서툰 나를 가르치는 것도 힘드셨을텐데 끝까지 웃으며 설명을 이어가셨다. 사용한 면 생리대는 찬물에 두세 시간 동안 담가 생리혈을 빼준 후에 비누칠해서 손세탁을 하거나 세탁기를 이용하여 세탁하면 된다고 한다. 어렵고 복잡할 것이라는 내 생각이 깨어졌다.
내가 자랐던 어린 시절에는 천으로 생리대를 썼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기 기저귀 등은 면으로 많이 사용했었는데 요즘엔 기저귀든 생리대든 면으로 된 제품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여성은 대체로 13세부터 40여 년 간 37년간 약 500번 정도의 월경을 겪으며 하루 평균 5개를 5일 이상 사용한다. 여성의 생활필수품인 생리대는 펄프, 흡수체, 부직포, 접착제로 구성되어 있다. 펄프는 다이옥신 논란, 부직포와 접착제 부분은 총후발성유기화합물(TVOC)의 문제가 작년부터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흡수체의 경우에는 보통 아크릴계 유기화합물인 고문자흡수체가 쓰이는데 이에 대한 안전성문제는 담보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고분자흡수체는 유기화합물뿐 아니라 플라스틱류, 열 안정제, 산화안정제 등 환경호르몬을 발생하는 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 접촉했을 때 완전히 안전한 물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의 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은 질염이나 가려움증, 심한 생리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통풍이 잘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특히 여름에는 곰팡이가 회음부와 질에 번식하기 쉬워 각종 피부염 등 여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일회용 생리대는 우리 몸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일회용 생리대가 연간 23억 개가 판매되고 있으며 이 생리대에 해당하는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제3세계의 숲이 황폐해지고 있다고 한다. 사용한 생리대를 소각하지 않고 매립할 경우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5백 년이라고 한다.
이마트 하월곡점 지하의 사회적기업 제품판매관은 작년까지만 해도 사실상 제품판매관의 기능을 상실한 채 소셜카페로서의 역할로만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성북구사회적기업협의회 등과 함께하면서 사회적기업들의 물품을 유치하게 되었고 새로이 사회적경제제품판매관으로서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현재 성북구사회적경제 제품판매관에는 목화송이협동조합의 에코백, 앞치마 등 총 27종의 제품을 포함하여, 서울북부두레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동그라미 플러스, 꽃을 심는 손, 마을인시장사회적협동조합, 플랜타트 등의 사회적경제주체들의 제품과 공정무역커피 및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10월 면 생리대 만들기 체험행사를 시작으로 매달 사회적기업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사회적경제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착한 소비와 소비를 통한 사회적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성북구사회적경제제품판매관/소셜카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성북구 사회적기업 제품판매관] 서울특별시 성북구 종암로 167 이마트하월곡점 지하 1층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이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