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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이리오너라” 의릉문화축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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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우맘
2018년 11월 26일

조선왕릉(朝鮮王陵)은 서울의 18개 지역에 흩어져 있고 총 40기에 달한다. 1408년부터 1966년까지 약 5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왕릉은 선조와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존경을 표하며, 왕실의 권위를 다지는 한편 선조의 넋을 사기(邪氣)로부터 보호하고 능묘의 훼손을 막는 역할을 했다. 이에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었고 그 중에서도 뛰어난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성북구의 ‘의릉’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문화축제가 개최되었다. 역사와 전통미를 갖춘 천장산 아래에 의릉을 기반으로 토요일 주말,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의릉은 조선의 제20대왕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 어씨를 모신 보기 드문 쌍릉이다. 시원해진 바람과 가을 향기를 실은 피리소리와 함께 오전 10시 석관초등학교 앞에서 의릉까지 이어지는 멋스럽고 웅장한 어가행렬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도세자의 아버지인 영조는 경종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의릉에 자주 행차했다고 한다. 영조의 역할을 맡은 연기자의 표정에서 금방이라도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듯한 슬픔이 엿보였다. 하지만 위엄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노란 의상의 취타대가 연주를 하며 행렬의 시작을 알렸고, 기수대, 무관, 말을 탄 기마병이 그 뒤를 따르는 커다란 규모의 어가행렬은 왕의 빨간색 가마와 보라색과 청색의 당의를 입은 문관, 양반, 백성들의 다양한 색깔로 마치 가을의 천장산처럼 물들어갔다.

ⓒ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작년에 처음으로 개최되었던 제1회 의릉문화축제 역시 기자가 취재를 한 바 있다. (https://sbnet.or.kr/11490/) 올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을지,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누구보다도 궁금했던 기자였다. 가을빛의 어가행렬이 의릉 입구에 진입하자 석관동 주민들의 목소리를 마을의 문제점을 고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단순히 역사와 문화를 담은 행사가 아니라 300여 년을 뛰어넘어 ‘석관동의 현재’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파악하며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모습이 놀라웠다. 뒤이어 의복을 갖춘 제관들이 입장하여 예를 다한 제향을 진행하였다. 즐거운 역사시간으로의 여행이 깃든 축제에는 아이들을 포함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성북구의 다수의 여성단체들과 다문화 이주여성분들은 국수와 부침개, 베트남의 반세오와 쌀국수 등 세계요리 부스도 마련되었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과 세계가 한 데 어우러졌다.

ⓒ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의릉문화축제에는 다양한 유관기관이 함께 하였다. 아이들에게 단연코 인기가 좋은 것은 석관동 미리내도서관 부스의 ‘책 표지 주인공’되기 부스였다. 사진 찍느라 바쁜 아이들과 그림 그리는 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로 부스가 북적였다. 돌곶이생활문화센터에서는 실 그림 체험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쉽게 예술생활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치열한 예선을 통해 무대에 오른 주민들의 노래자랑시간이 이어졌다. 화려한 가수의 퍼포먼스보다 때로는 이러한 주민들의 구수한 목소리가 더 정겹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자 동네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이들 앞에서 의릉문화축제 추진위원회의 김덕현 위원장을 비롯해 축제를 위해 애쓰신 분들의 축하와 감사의 인사들도 이어졌다.

제2회 의릉문화축제는 성북구 주최, 성북문화재단, 성북진경민관사무국 주관으로 진행되는 <2018 성북진경축제>의 협력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주민들이 함께 분주하게 준비하는 열정이 고스란히 보였다. 무엇보다도 조선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의릉에서 멋스레 힘차게 뛰어 놀았던 추억은 아이들에게 예쁘게 남았을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석관동의 의릉이라는 특별한 장소 안에서 주민들이 함께 웃고 추억을 공유하는 의릉문화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내년에 있을 제3회 의릉문화축제가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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