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과 꽃들이 활짝 핀 주말 아침을 성북구의 역사와 문화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성북역사문화탐방 ‘성북동아름다운사람들’ 해설사와 함께 시작했다. 성북역사문화탐방은 단 한 명이라도 예약이 되어 있다면, 탐방이 진행된다고 한다. 4월 7일 일요일 오전 10시 보문역 1번출구에서 ‘보문 동선 희망 하늘길’ 탐방이 시작되었다. 2019년 4월 6일부터 시작된 성북역사문화해설 탐방코스는 지난해와 같은 코스도 있지만, 작년과는 다른 새로운 곳을 걸어볼 수도 있다.
‘보문 동선 희망 하늘길’은 불교, 천주교, 민간신앙 등 다양한 종교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서 상생과 화합을 기원하고, 성북동, 구준봉 자락에서 발원하여 삼선교, 돈암교를 거쳐 돈암동 성당과 성북구청 사이를 흐르는 성북천을 걸어 보았다. 현대조각의 선구자였던 권진규 아뜰리에 집터와 창작실도 볼 수 있었다. 미아리고개에 있는 시각장애 역술인들이 운영하는 점성가촌 역시 걸어 볼 수 있도록 코스가 짜여 있다.
만여 평의 대지위에 대가람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보문사는 처음 고려 예종 10년(1115)에 혜조국사에 의하여 창건된 것으로 조계종 소속이었으나 1972년 세계 유일의 비구니 종단인 대한 불교 보문종을 창시하여 그 본산이 되었다. 보문사에는 특별한 볼거리로 삼각산 자락의 암산에 경주 석굴암을 모본으로 하여 조성한 석가모니불이 있고, 평창 오대산 월정사의 구층탑을 모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팔각 구층 사리석탑이 있다. 보문사 바로 옆에 자리한 미타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비구니들이 수행하는 도량답게 단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탑골 승방이라고 불리는 조계종 소속 사찰이 있다. 탑골 승방은 옥수동의 두뭇개 승방, 석관동의 돌곶이 승방, 숭인동의 새절 승방(청룡사)과 함께 여승들이 거처하는 도성 밖 네 개의 승방 중 하나이다.
성북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성북구와 동대문구를 가로질러 청계천에 합류되는 하천이다. 1960년대 이전에는 빨래하는 아낙네들과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았던 맑고 깨끗한 하천이었다. 성북천을 따라 걷다 보면 성북구청 맞은편에 위치한 우리나라 성당사와 맥을 같이 한 돈암동 성당을 만나게 된다. 사제로 부임한 김정수 레오 신부는 반상회를 활성화 하고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야간 중학교를 개설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기도 했다. 동선동 언덕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보라색 작은 대문 너머에는 권진규 아뜰리에가 있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로 평가받은 인물이 직접 지은 곳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등록문화재 제134호로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3호로 2006년 아뜰리에를 기증받아 원래 있던 살림집을 개축하여 조각가 권진규의 정신을 잇는 예술가 입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정기개방시간은 12월~3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4시, 4월~11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4시, 02-3675-3401~2로 사전 신청 후 방문하여야 한다.
성신여대에서 미아리고개로 넘어가는 길 왼쪽에 있는 점성촌은 시각장애 역술인 이도병 씨가 1966년부터 거주한 것이 시초라고 하며, 1980년대에는 약 100여 곳의 점집이 있었으나 지금은 20여개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곳의 점술가들은 시각장애인이며, 역학에 근거한 점을 본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국군간의 교전이 벌어졌던 곳이며 종로3가에 집단 거주하던 점술가들이 전쟁과 함께 남산 근처로 생활터를 옮겼다가 남산 주변 정비로 흩어졌고, 1960년대 말부터 미아리고개에 정착하였다. ‘보문 동선 희망 하늘길’의 마지막 코스인 점성촌에서 주역 64괘를 토대로 하여 점괘를 풀이한 육효점으로 오늘의 운세를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성북의 오래도록 간직해 온 역사를 알아보고, 탐방코스를 걷고 싶다면 성북동아름다운사람들(http://www.성아들.kr/, 02-6249-0101)에서 예약하면 무료로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혼자라도 연인과,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탐방코스는 우리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알고,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봄날 성북구에 보석 같은 역사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성북역사문화탐방을 추천한다.
[글/사진 성북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