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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 미분류

전통가옥과 ‘연주황 골목’이 빛나는 동네 성북구 장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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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4월 30일

성북구 장위동엔 특별한 곳이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전통가옥과,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새롭게 탄생한 연주황 골목이 그것이다.

172번 버스를 타고 장위1동 새마을금고 역에서 내렸다. 장위동의 전통가옥 ‘김진흥 가옥’으로 가기 위해서다. 차도와 골목을 따라 4분여를 걸으니 익숙한 한옥의 담벼락이 나타났다. 순조의 셋째 딸 덕온공주와 부마 남녕위 윤의선, 그의 아들 윤용구가 살던 집인 이곳은 1977년 서울시 지정문화재 민속자료 25호로 지정됐다.

김진흥 가옥은 1998년 12월, 이 집의 소유주인 김진흥이 불교 교단에 기증, ‘진흥선원’이라는 절로 운영 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마당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한눈에 봐도 절의 느낌이 나도록 꾸며진 가옥에는 상주하고 계신 분들이 있었고, 늘 개방돼 있는 듯 했다. 가옥은 두 개의 기단을 쌓아 높이 자리했다. 가옥을 둘러싼 사이사이 빼곡한 나무들이 자리해 보기에 좋았다. 둘러진 담장에는 4군데의 문이 있지만, 안마당으로 향하는 문만 개방돼 있었다. 양해를 구해 가옥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절에서 살림집으로 쓰이는 곳을 지나 가옥의 뒤쪽의 길을 따라 전체적인 가옥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옥의 규모는 생각보자 컸다. 안채와 사랑채 외에도 전반적으로 다양한 공간이 보이는 듯 했다. ㄱ자형 평면의 집과 ㄴ자형집이 연계된 공간 중앙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어 돋보이는 구조였다. 또한 마당 내부 구석의 각 방들을 엇비슷하게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고 한다. 민속 문화제로 지정된 전통가옥으로서의 보존이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하지만, 장독과 아궁이 등 고택에서 볼 수 있는 정취는 그대로 남아 있어, 한적하고 고즈넉한 전통가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김진흥가옥에서 출발, 성북구 장위동 234번지 일대의 연주황 골목을 향해 걸었다.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였기에 낯선 동네의 골목길을 느끼며 걷는 것도 나름 색다른 기분이었다. 지름길을 통해 도착한 연주황 골목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골목 입구에 부동산사무실의 주황색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한 때 ‘귤색’이라고도 불리던 주황색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장위동 ‘가꿈주택골목길’이라는 알림판이 붙어있는 연주황 골목길은 한 눈에 봐도 서정적인 분위기을 풍기고 있었다. 지난 해 7월 정비가 완료된 이곳은 오랜 세월 집 마당과 골목길을 지켜온 감나무를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 했다고 한다. 곳곳에 주황색 포인트를 주고, 집집마다 낮은 담장 아래 벤치와 화분을 조성, 아기자기하면서 친근했다. 뿐만 아니다. 은은한 엔틱 느낌의 가로등과 바닥등까지 구석구석 섬세하게 신경을 쓴 느낌이었다. 오래된 저층주택의 주거환경 개선과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조성된 연주황 골목길의 집들은 안팎으로 변화가 있었다. 서울가꿈주택 사업을 통해 단열, 방수, 담장 수리 등의 집수리 공사를 상담, 공사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의견을 반연하는 것은 물론, 보안등과 CCTV를 설치해 안전을 확보했으며, 낡고 어두운 보도블록은 밝은 색으로 교체, 허문 담장을 안쪽으로 들여 마련된 공간에 벤치와 화단을 조성했다. 때문에 마당 안의 감나무를 골목길에서도 볼 수 있게 됐으니, 연주황 골목의 경치는 주황색의 감이 익는 계절, 더 근사할 게 분명했다. 연주황 골목길을 따라 걷다, 집 앞 마당에 나와 책을 읽은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는데, 신선했다. 이는 집 마당 안쪽의 풍경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장위동 연주황 골목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오래되고 낡은 골목이 그렇듯, 높은 담들로 둘러싸여 이웃 간 교류가 부족했던 어둡고 칙칙했던 골목이 도시재생과 함께 다정하고 따뜻한 풍경을 지니게 된 거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는 골목길에 앉아 두런두런 얘길 나누는 이웃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이제 성북구 장위동 연주황 골목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낮은 담장이 소통을 이끌고, 이웃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이웃공동체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진정한 재생의 효과는 물리적 환경이 가져다 준 이러한 변화가 아닐까.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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