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그래도 토요일 오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이 좋은 날에 어린이들이 역사해설을 듣고 체험을 할 수 있는 ‘생생 어린이체험’ 탐방투어를 아이와 함께 다녀와 보았다. 5월 11일(토) 오전 10시. 탐방에 참여하기 위하여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에 옹기종기 모였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일정을 설명해주는 해설사의 모습은 곧 탐방이 시작됨을 알렸다.
탐방은 최순우 옛집에서 탁본체험을 하고, 선잠박물관에서 누에고치 체험을 하고, 심우장에서 멋진 엽서를 쓰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동하는 길, 아빠의 손을 잡고 조잘조잘 대화하는 어린이의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쉬는 것보다는 아이와 탐방투어를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함께 나왔을 부녀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에는 한중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예술가가 2015년 10월 28일 공동으로 제작하였다. 혼자 외롭게 앉아 있는 소녀상을 보다가 친구가 있으니 더 든든해 보였다. 소녀상들의 옆에 자리한 빈 의자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희생자들을 위한 자리라고 한다. 소녀상 뒤에 할머니의 그림자가 있고, 의자로 걸어온 발자국이 있다. 친구를 따라 아픔과 상처를 함께 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찾아왔다고 한다. 이십만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소녀상이 있는 한성대입구역을 지나 걸으면 성북동이 있다. 성북동에는 개발로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혜곡 최순우 옛집이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지켜낸 소중한 공간이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산실이기도 하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선생의 향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어린이들은 옛 현판의 글씨를 탁본을 하면서 글자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과 ‘낮잠 자는 방’인 ‘오수당(午睡堂)’을 탁본했다.
성북동은 한양도성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후기 백성들이 이주하여 살게 되었지만, 농사를 지을 땅이 적고, 시장도 멀어서 생활이 곤란했다. 서울 각 시장에서 파는 표목의 표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옷이나 옷감을 빨아 널었던 빨래터인 마전터(麻田址)가 있었던 자리를 지나간다. 지금도 주변의 음식점에서 ‘마전터’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때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향을 지냈던 공간이다. 선잠제는 제향 뿐만아니라 음악, 노래, 무용이 결합된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아쉽지만 선잠단지는 공사 중으로 관람할 수 없었다. 선잠단과 선잠제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2018년 04월 성북선잠박물관이 개관하였다. 선잠박물관 관람 후 어린이들은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뽑으며 의생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북동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심우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심우장은 승려이자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곳이다. 남향에는 조선총독부를 마주보게 된다고 하여 북향으로 지어진 집이다.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한 한용운은 안타깝게도 1944년 6월 생애를 마쳤다. 탐방투어를 함께 한 아버님이 ‘님의 침묵’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심우장에 울려 퍼졌다. ‘생생 어린이체험’ 투어를 마친 어린이들은 느낀점, 하고 싶은 말을 엽서에 적기 시작했다.
역사 해설을 듣고, 탁본체험과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체험으로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연계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를 배우고, 체험을 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생생 어린이체험’ 탐방투어는 매월 진행된다. 이번 탐방 코스에 포함 되었던 최순우 옛집에서는 5월 18일(토)~5월 31(금) 10시~16시 강연, 답사, 음악회,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2019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가 펼쳐진다. 특히 5월 30일(목)에는 영어도슨트 프로그램이 11시와 12시 2회 운영된다고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최순우옛집 : http://www.choisunu.com/
성북동아름다운사람들 : http://www.성아들.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