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옷을 골라 입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미술관이 있다는 것도, 누구나 쉽게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문턱이 낮아진 것도 고마운 일이다. 옛날 사람인 내게 미술관의 정서는 조금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관이 달라졌다. 대중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미술관은 도시마다 존재했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성북구립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2009년 개관한 성북구립미술관은 자치구 최초의 공립미술관으로 출발해 더 의미가 있다.
5월의 싱그러운 오후,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2112번을 타고 성북구립미술관역에서 내렸다. 쌍다리역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곳은 공기부터 달랐다. 지나는 차보다 나무가 많은 거리의 공기 중에 풀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길로 2분가량 걸으니 회색빛의 고고한 건물, 성북구립미술관이 있었고, 그 자태가 늠름했다.
성북구립미술관에서는 개관 10주년 기념 ‘존재와 시간’을 전시하고 있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다. 한결같은 뭔가를 추구하면 더 큰 것을 향한 가능성이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성북구립미술관이 그랬고 난 10년 된 이곳을 처음 찾았다. 성북구립미술관은 개관 이래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중심으로 30회 이상의 전시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간 다양한 기획 전시를 이어간 성북미술관은 1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미술사 속 성북의 의미를 짚어왔던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봉태, 김창열, 서세옥, 서승원, 심문섭, 유희영, 최종태 작가의 근작(近作)과 이들을 미술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전성기 대표 작품(1970~90년대) 스물아홉 점을 통해서 말이다.
2층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무쇠주물로 사람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최종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체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 또 인간의 영혼을 구현하고 있다고 했고, 그 느낌이 포근하게 다가왔다.수묵화로 사람을 형상화한 서세옥 작가의 작품이나 나무와 인공적인 쇠를 함께 부딪쳐 서로 침투되고 교감되는 새로운 울림을 표현한 심문섭 작가의 ‘제시’역시 남달랐다. 심플하면서 섬세하고, 독특하면서 친근했다.
수묵화로 사람을 형상화한 서세옥 작가의 작품이나 나무와 인공적인 쇠를 함께 부딪쳐 서로 침투되고 교감되는 새로운 울림을 표현한 심문섭 작가의 ‘제시’역시 남달랐다. 심플하면서 섬세하고, 독특하면서 친근했다.
유채로 물방울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형상화한 김창열 작가의 작품은 가만히 지켜보기에 편안한 기분이었다. 작가는 화폭에 단 하나의 물방울이 있는 것과 수많은 물방울들이 그려진 그림을 그려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변함이 없음을 표현했다고 했다. 성북구립미술관 2층과 3층에 전시된 작품들은 10년의 세월과 같은 깊이가 있었고, 창조적이면서 신중했으며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성북구립미술관 1층엔 다문화센터가 있고, 지상 2층에선 전시를 볼 수 있으며, 전시와 더불어 영상관이 있는 3층에선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볼 수도 있다. 10주년 기념 전시는 6월 9일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설명은 매일 오후 2시에 운영되며, 사전 예약 시 상시 가능하다. 개관시간은 10시부터 6시로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성북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숨결이 담긴 공간 곳곳을 되새기는 지난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성북구립미술관 10주년 기념전시 ‘존재와 공간’은 한국적인 것을 구하고자 갈망하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그 본질을 담기 위한 탐구를 지속해 온 이들의 작품을 그려볼 수 있는 전시였다.
성북미술관은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기획전시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NeoForum 프로젝트’는 재량 있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실험적이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강연 및 토론, 아티스트 토크 등 대중적인 예술의 장을 마련하며 작품 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깊은 이해와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세월, 성북구립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맥을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독창적인 기획전시를 통하여 성북의 문화, 예술인들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며 역사적 가치를 탐색해 온 것이다. 아울러, 미래의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어린이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전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세계 박물관의 날’을 맞아 지난 14~19일 서울시에서 시행한 박물관 투어의 미술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겸재정선미술관, 고희동 미술자료관, 돈의문전시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등과 더불어 스티커 투어를 진행했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장을 마련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성북구립미술관의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성북구립미술관 나들이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있는데, 미술관 주변의 오래된 음식점들이다. 몹시 유명하고 오래된 돈가스부터 손칼국수와 만두, 보리밥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장을 마련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성북구립미술관의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성북구립미술관 나들이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있는데, 미술관 주변의 오래된 음식점들이다. 몹시 유명하고 오래된 돈가스부터 손칼국수와 만두, 보리밥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예술은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개개인이 느끼는 지점이 곧 ‘예술’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번 쯤 성북구립미술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맛 집에서 배를 채우는 호사를 누려보자. 분명, 일상의 작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돼 작은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