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던 여름의 시작이 다가온 5월, 이제 봄에서 여름이 되면 아직까지 미세먼지나 꽃가루가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가시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어딘가로의 여행이나 혹은 트레킹 코스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래서 이 기사를 준비해 온 것이다. 나는 종암동에서 태어났고, 아주 어릴 때부터 종암동에서 자라나 쭉 여기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종암동이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성북구에 사는 성북구민 중에서도 종암동이 어떤 동네인지 그리고 종암동에 소위 “놀러“ 오면 어디부터 가야 할 지 모르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아무래도 주택가 중심으로 되어 있는 종암동의 지역 구조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부터 종암동에도 무언가 “특색”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종암동 주민센터 차원에서나 이후에 생긴 종암동 주민자치회 차원에서 부단히 노력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 중 하나가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인데, 오늘은 종암동 주민으로써 그 길을 좀 더 자세히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안내 지침서를 써 보려 한다.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은 종암동 전체를 10개의 테마 구간으로 나누어 가 볼 수 있게 만든 길이다. 둘레길이라는 이름의 특성상 걸어서 가야 할 것 같지만 요즘은 서울자전거 따릉이,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등의 방식으로도 트레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자 선호하는 방식에 맞게 이 길들을 돌아보면 될 것이다.
(8구간 은행나무바람길에 위치한 서울 사대부고)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은 10개의 테마구간의 중심점에 팻말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이 팻말 안에는 종암동에 대한 정보부터 (1구간) 북바위 유래비에 대한 설명 (2구간) 그리고 현재 짓고 있는 이육사기념관 및 이육사 선생의 종암동 거주 시절 당시에 대한 짤막한 기록 (3구간) 현재 선경아파트 인근에 있었다던 (옛)종암아파트 터와 북바위전답터에 대한 설명 (6구간 – 7구간) 그리고 사색과 치유를 주제로 한 길들 (8구간 – 9구간) 그리고 종암경찰서와 성북소방서에 대한 안내 (10구간) 까지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설명이나 글귀들이 적혀있다. 참고로 4-5구간은 쉽게 찾기는 어려운데, 4-5구간은 개운산길이기 때문에 개운산까지 올라가야 그 팻말을 찾을 수 있다.
(6구간 북바위전) 답터-7구간 (옛) 종암아파트길 의 분기점이 되는 유정식당 앞
일단 처음 가는 사람들은 1구간인 종암동 주민센터부터 마지막 10구간까지인 성북소방서까지의 길을 팻말에 따라 나온 경로를 따라 꼼꼼하게 가 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하나 느껴지는데, 이 방향으로 가라는 표지나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개인 스마트폰이 따로 있다면 1구간 안내도 팻말을 한번 사진으로 찍은 후에 걸으면서 경로를 살짝살짝 봐 두는 것이 좋다.
(7구간 시작점인 서울 숭례초등학교 뒷길)
그렇게 해서 한번을 돌고나면 이후부터는 제일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하나 더 발견할 수 있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종암동의 각 구역을 10개의 테마로 나누어 놓은 것”은 좋은데, 이 중에서 “의미 있게 도는 코스” 라거나 “최단 시간으로 도는 코스” 등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따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종암동 주민센터”를 유독 강조한 탓에 1구간 – 2구간 – 3구간까지의 코스가 많이 꼬여 있어 내가 둘레길을 도는 건지, 종암로를 횡단보도로 한번 건너고 빙빙 도는 코스를 걷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가끔 있다.
(종암동 주민센터에서 1구간을 시작한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둔 나머지 1-2-3구간까지는 정말 빙빙 돌아가는 구조이다.)
종암동 주민인 필자가 추천하는 코스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제일 간단한 루트로 종암로를 크게 일직선으로 순환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종암로의 양 끝과 끝인 성복중앙교회 ~ 성북소방서까지의 거리를 그냥 크게 한 바퀴를 대로변으로 도는 것만으로도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의 반 이상의 코스를 지나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돌면 재미는 조금 밋밋하다는 단점이 있다.
(북바위 유래비는 종암로 한가운데에 있다.)
그 다음으로는 개운산과 정릉천을 배제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단순히 다른 동의 경계면이 걸리적거려서 그런 건 아니다. (개운산은 종암동-안암동-돈암동 3개 동의 경계면이고, 정릉천은 종암동-월곡동의 경계면이다.) 하지만 이 두 코스는 길게 돌아가는 코스인데다가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가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이 두 곳의 코스를 껴서 둘레길을 돌면 상당히 춥다. 그래서 이 구간들에 해당하는 4-5구간, 9구간을 빼고 돌아도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을 도는 데는 크게 지장은 없다. (8구간은 중간에 길목으로 빠져서 종암동 주민센터로 바로 질러 갈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 구간인데, 6구간이 끝나는 지점인 극동아파트 측문에서 개운산길로 가는 5구간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옆의 마을버스21번 정류장 팻말로 그대로 질러가면 바로 3구간 이육사시인의 길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구간이 10개라고는 했지만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에는 2개의 “히든 구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종암동 주민센터 ~ 우림카이저팰리스 아파트 쪽으로 이어지는 (옛) 종암시장길이고, 나머지 하나는 성북마을사회적경제센터에서 죽림정사-고려아파트 (개운산산책길) 코스가 아닌 그 반대인 죽림정사-개운초등학교 방향 샛길로 해서 걷는 (옛) 개운산 채석장터 길 (채석장의 흔적이 남은 돌벽이 개운초등학교 옆에 있다.) 이렇게 2개의 숨겨진 구간이 존재하니 참고하면 도는 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의 “히든 구간”인 (옛) 종암시장길) 또 다른 팁 하나,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의 각 구간 구간에는 개인 카페들이 최소 1곳 이상 들어서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카페와는 다른 맛과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그리고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과 함께 사색을 하면서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날씨가 좋은 날 종암교회 뒤쪽, 성북마을사회적경제센터 4층 창문에서 보는 성북구의 경치는 최고다.)
이렇게 종암동 북바위 둘레길을 걷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를 “종암동 주민의 입장에서” 정리 해 보았다. 물론 이렇게 정리는 했지만 보통 길은 “걷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 때도 있고, 이미 나있는 길을 걸어도 새로운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여름의 시작인 5월, 그 기분을 한번 여러분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송의현]